[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공무원들의 출장비 횡령 백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비행기 깡’에 ‘숙박깡’까지 수법도 기상천외하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를 심도있고 지적했다.
카드깡에서 촉발된 검은 거래 수법이 공무원사회까지 번지면서 혈세낭비로 이어지는 것에 대한 질타였다. 또 인터넷 검색사이트에 ‘깡’이란 키워드를 검색하면 다양한 ‘깡’수법들이 소개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자성의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교묘해진 수법… 신용불량자 양성소
금융당국·경찰은 책임 떠넘기기 급급
그러나 점점 조직화·지능화되고 있는 카드깡 거래는 카드깡을 찾는 저신용자가 늘어나는 것과 맞물려 수사당국과 금융당국의 감시망을 벗어나 활개를 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정부 지원금으로 유지되는 공공기관에서 ‘깡’을 통해 차익을 챙기다 적발되는 사례가 등장해 충격을 안겼다.
깡에 내몰린 공무원사회
발명진흥회 전현직 임원 3인은 지난 3년간 해외출장기록과 출장비 지급내역 등에는 출장자들이 비즈니스등급 항공권을 구매하는 것처럼 지출결의서를 작성한 후 실제로 이코노미석에 탑승해 차액을 챙기는 일명 ‘비행기 깡’으로 약 3600여만 원의 출장비를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6월 러시아로 출장을 떠난 임원 A씨는 비행기 비즈니스석 비용으로 481만 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A씨는 148만 원짜리 이코노미석으로 예약을 변경했고 333만 원의 차액을 남겼다.
지난해에는 또 다른 임원이 같은 방식으로 스위스를 다녀오면서 453만 원을 남긴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다. 특허청 산하기관인 지식재산연구원 13명이 KTX표를 예매해 출장경비를 지급받고 취소하는 방법으로 모두 29건, 186만 원을 부당수령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안산도시공사 직원들이 신용카드로 펜션을 예약해 후생복지기금을 타낸뒤 펜션을 취소하고 차액으로 식사비 및 노래방 등 유흥비로 사용하다 적발된 사건이 이었다. 당시 안산도시공사 등에 따르면 박모(58) 팀장 등 같은 부서 직원 9명은 직원들의 후생복지 및 대부도의 관광활성화 등을 위해 대부도에 숙박할 경우 1인당 연간 16만원씩 지원하는 것을 이용, 지난 10월부터 개별적으로 대부도 펜션을 이용한 이른바 ‘숙박 깡’을 통해 130여만 원을 조성한 뒤 단체로 식사비 및 노래방 등 유흥비로 사용하다 적발됐다.
이들은 9명이 각각 개별 신용카드를 이용해 시차를 두고 대부도 내 펜션을 각각 예약, 결제한 뒤 카드 명세표를 회사에 제출해 후생복지비 16만원을 지급받은 다음 해당 펜션으로 가 예약을 취소해 총 130만여 원을 조성하는 수법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펜션 업주들이 이미 은행에 카드 명세표를 제출한 경우 카드 금액의 20%를 업주에게 보전한 뒤 현금으로 돌려받는 방법도 이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렇게 조성한 130여만원을 이용, 지난달 7~8일 1박2일로 9명 전체가 묵을 수 있는 큰 규모의 펜션을 30만 원에 예약한 뒤 나머지 100여만 원을 단체 식사비, 노래방비 등 유흥비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2012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전체 카드깡 매출승인액은 9900억 원에 달한다. 이 기간동안 적발된 건수만 7만 건이 넘는다.
카드사별로는 국민카드가 3100억 원으로 카드깡에 이용된 금액이 가장 많았고, 신한카드가 2900억 원, 롯데카드가 2300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적발 어려워
더 큰 문제는 카드깡 수법이 정교해지면서 잘 적발되지 않는다는 점도 깡을 부추기고 있다. 최근 카드깡 수단으로 이용되는 인터넷 오픈마켓은 거래자의 정보가 드러나지 않고 거래가 간편하다.
또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자에게 고리의 수수료를 받아 챙기는 카드깡 거래가 확산되고 있지만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금융당국은 수사권이 없다며 경찰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경찰은 카드깡 현황 파악은 금융당국의 소관사항이라는 입장이다.
민병두 의원은 “카드깡은 명백한 범죄행위로, 카드사들이 부정사용 방지시스템인 FDS 등의 기술을 통해 더 촘촘히 걸러내고, 가맹점 관리도 더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불법 카드깡 금리를 실질적으로 따져보면 부담이 큰 경우가 많고, 카드를 맡길 경우 다른 부정사용이나 범죄에 이용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도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그는 “요즘 유행하는 코미디프로그램을 빗대어 깡 차익으로 생활이 나아지셨냐"는 물음을 던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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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