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서부전선’에서 배우 설경구와 함께 유쾌하면서 애잔한 감동을 담아낸 배우 여진구는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한 카페에서 [일요서울]을 만나 개봉 소감을 전했다.
그는 “전작과는 다른 이미지의 캐릭터를 맡아서 현장에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감독님이랑 선배님들이랑 해서 훨씬 더 좋게 나온 것 같다”며 “특히 설경구 선배님이 너무 편하게 해주셔서 몰입이 잘 됐다. 선배님과 같이 연기할 때면 선배님 연륜을 경험하면서 덕을 많이 봤다”고 밝혔다.

영화 ‘서부전선’은 한국전쟁 후반기 휴전 직전을 배경으로 비밀문서를 배달하다가 잃어버린 남측 병사와 이동 중 폭격을 맞고 탱크와 홀로 남겨진 어린 북한병사가 벌이는 쫓고 쫓기는 긴장감을 유쾌하게 그려냈다.
영화 속 여진구는 아역시절 부터 밟아온 연기자의 길 덕분에 코믹함과 진중함을 오가며 다양한 감정들을 매끈하게 소화해냈다. 이제는 어엿한 성인연기자로서의 위용을 갖춰가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이번 작품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경험하며 연기에 대한 폭을 넓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여진구는 “평소 촬영 전에 캐릭터와 감정선 등을 정리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좀 감각에 의존하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감독님이 현장감이 살아 있으면 좋겠다고 해서 해보고 싶은 대로 해봤는데 초반에는 많이 헷갈렸다. 이게 맞는가 싶었고 확신도 들지 않았다”면서 “막상 현장에서 감각적으로 연기한 게 많아서 예전보다 정리가 돼 있지는 않았지만 현장에 맞춰서 흘러가다 보니 많은 부분들이 표현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긴장하면서 시사회에서 영화를 봤는데 다행이 편집을 워낙 잘 해주셨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작품 덕분에 캐릭터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에도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새로운 도전에도 불구하고 그의 준비는 철저했다. 감정표현의 폭을 넓히기 위해 노력해왔던 것. 타고난 연기자임을 입증하는 순간이다.
그는 캐릭터의 감정을 동일하게 표현하기 싫었다며 “(감정연기에 대해) 사실 연구를 많이 했다. 그동안 감정에는 종류가 다양하다고 생각해서 어떻게 나눠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색들이 조금씩 오묘하게 다른 느낌을 찾아보려고 했던 것 같다. 슬퍼서 슬플 때도 있고 원망스러워 슬플 때도 있는 등 ‘슬프다’라는 하나의 감정이 아니라 요리에 향신료를 추가하듯이 여러 가지 인물이나 사건을 추가해서 감정에도 깊이감과 풍미를 넣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면서 “예전보다는 감정의 스펙트럼이 조금 넓어진 것 같다. 영광이의 슬픔도 여러 가지 감정으로 해석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여진구는 최근 들어 눈빛연기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며 “얼굴 표정에 제일 영향을 끼치는 것은 눈에 서린 감정인 것 같다. 눈빛으로 감정을 전달하려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이제 몇 달 후면 성인으로 접어드는 소감에 대해 묻자 “10대 마지막이 돼서야 10대가 아쉽다.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것 같고 하루하루 알차게 보내고 싶다”며 “진로는, 확실하게 연기를 할 것 같다. 앞으로도 연기활동을 하겠지만 이 나이대가 그리워질 것 같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특히 그는 “성인연기자가 되기 위해서 계산한다고 되는 부분은 아닌 것 같고 연기를 봐주시는 분들이 인정해 주셔야 하는 것 같다. 무엇을 어떻게 바꾸려고 급히 서두르지 않으려고 한다. 그만큼 무르익어야 할 것 같다”며 “다양한 역할을 맡아 새로운 면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여진구는 “전작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세심하게 들어가서 인물의 내면을 이끌어내고 싶다”며 “비슷한 배역을 맡더라도 다른 색깔로 보여드리고 싶다”고 당찬 각오를 전했다.
한편 설경구를 비롯해 여진구, 이경영, 정성화, 정인기, 조희봉, 김원해 등이 출연하고 천성일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서부전선’은 오는 24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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