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감사의 이상한 행보 회원 정보 빼돌리기?
A 감사의 이상한 행보 회원 정보 빼돌리기?
  • 김현지 기자
  • 입력 2015-09-21 09:42
  • 승인 2015.09.21 09:42
  • 호수 1116
  • 2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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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사협회에서 이런 일…

[일요서울 | 김현지 기자] 위조가 간편해지고 있다. 본지 기자가 문서 위조와 관련된 키워드를 검색한 결과, 한 사이트에선 ‘손쉽게 위조할 수 있다’는 문구로 사람들을 현혹하고 있었다. 위조는 불법이지만 이에 대한 제재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위조가 ‘자격증’에까지 확대되면 특히 문제다. 일부 조선족 등 외국인들이 한국인 정보를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악용하는 사례가 꾸준히 드러나고 있다. 개인정보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최근 관광업계를 주도하고 있는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에서 의문의 사건이 발생했다.


통역안내사 약 3천여 명 정보 외부로 새어나가
조선족 위조 자격증으로 악용될 우려 있어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가 내홍을 겪고 있다. 지난 15일 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협회는 자체 감사를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A 감사가 관련 서류를 외부로 갖고 나갔다. 협회 감사와 관련된 서류는 감사장 외부로 가지고 나갈 수 없는데 A 감사가 이를 어기고 유출한 것이다. 협회 측은 회계자료 제출을 두고 갈등을 빚던 중 A 감사가 일방적으로 자료를 가지고 나갔다고 주장했다.


일방적인 자료 유출만 문제가 된 게 아니었다. A 감사가 들고 나간 자료엔 통역사들의 실명과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가 기록돼 있었다는 점이다. 이 사건을 두고 내·외부적으로 의혹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A 감사가 자료를 들고 나간 이후, 협회 측은 서류에 2500~2700명의 회원 명부가 포함됐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협회 측은 A 감사에게 반납을 요구했으나, 즉시 반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협회 회원 빼내려 명단 유출?

이번 회원 정보 유출 사건을 시작으로 협회 문제가 터지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통역사 사정에 밝은 B씨에 따르면 관광통역사 중 중국 시장은 크게 한국인 통역사와 중국 교포 통역사로 나뉘어 있다. 현재 교포 통역사가 통역안내사 시장을 이끌고 있다. 이 외에 대만,  중국계 화교 등도 통역사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인 통역안내사는 이들을 따라가는 형국으로, 중국 시장에서 교포 통역사가 일을 나눠 주면 그 일을 하는 실정이다. 교포 통역사가 중국 업계를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B씨는 “교포 통역사가는 중국관광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반면, 한국인은 그렇지 못하다”며 “한국인은 업계를 주도하지 못하고, 교포 통역사는 자신들이 주도함에도 한국에서 대접받지 못한다는 점 때문에 서로에게 불만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발생 요인으로 이런  갈등이 지목된다.


또한 협회 내부 규정에 의하면 외국인은 협회장이 될 수 없다. 일정한 자격요건이 갖춰져야 협회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데, 자격증을 소지한 지 오래지 않은 교포 통역사 입장에선 이런 규정이 달가울 리가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 역시 협회 내 교포 통역사들의 불만을 키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약 두 달 전 생긴 협의회가 이런 현실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있다. 그간의 갈등 때문에 교포 통역사가 회원들은 협회를 나갔고, 그 뒤 중국시장을 겨냥한 협회 전 단계의 회의체가 만들어졌다. B씨는 “이 협의체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한 달에 20여 명 정도의 회원들이 나갔다고 들었다”며 “그들 대부분은 일본어를 담당하는 통역사인데 일본 관광이 인기가 없으니 나간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협의체가 새로 생긴 후부터 한 달에 100여 명이 나갔다고 한다”고 언급했다. 이들 대부분은 중국어 담당이었다.


그러면서 B씨는 “통역안내사 협회는 카카오톡 단체창에서 논의를 하기 때문에 누가 나가고 누가 그 쪽에 들어갔는지 알 수 있다”며 “이탈한 일부 회원이 상대 협의체에 등록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회원명단 유출이 위조 자격증 범람의 전조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A 감사는 협회 회원들이 있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개인정보를 우려한 목소리가 나온 이후, 경찰서에 명단을 제출하려 했다가 거부당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족 위조자격증 이미 유통

또 명단 제출을 거부당한 이후 회원 개인 정보를 삭제한 뒤 폐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A 감사만의 주장일 뿐, 회원 명단이 다른 목적으로 사용됐는지 알 수 없는 실정이다.


익명을 요청한 50대 여성 C씨는 2004년부터 최근까지 중국 연변과 상해, 하얼빈 일대에 있었다. 당시 중국말을 할 줄 몰랐던 C씨는 통역사가 필요했다. 한국인 통역사를 찾고 싶었으나 쉽지 않았다.


수소문 끝에 통역사를 찾을 수 있었던 C씨. 하지만 교포 통역사라는 사실을 알고 낙담했다. 대부분의 교포 통역사들은 자격증이 없었기 때문이다.


C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교포 통역사가 중국 일대에 아주 많다”며 “하지만 내가 봤던 많은 교포 통역사들은 자격증이 없었다”고 말했다. 또 “자격증이 없기 때문에 해당 통역사들에게 도움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불안해했다”고 덧붙였다.


C씨는 이 때문에 일부 교포 통역사들은 자격증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그 수단 중 하나가 ‘위조 자격증’이라는 것이다. 인터뷰에서 “물론 위조 자격증이 흔한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중국에 있을 때 그런 소문을 들은 건 사실”이라며 “아무래도 자격증 없이 통역사 활동을 하는 건 여러모로 제약이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또 “한국에 오기 전부터 위조 자격증과 관련한 이야기를 많이 듣긴 했다”며 “과거보다 위조된 자격증으로 활동하는 교포들이 증가하는 추세인데, 정확한 수를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번 통역사협회 명단 유출 역시 ‘교포 통역사의 위조 자격증에 이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현재 협회는 ‘무자격 관광가이드 근절을 위해 관광경찰이 불시에 자격증 확인을 하고 있습니다.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 상시 패용으로 업무협조 부탁드립니다’란 공지사항을 사이트 내에 업로드한 상태다. 

yon88@ilyoseoul.co.kr

◇ 바로잡습니다 =<일요서울> 9월 21일자 사회면 ‘A감사의 이상한 행보 회원정보 빼돌리기?’ 기사에서 A감사가 회원정보를 유출해 위조 자격증에 악용할 우려가 있고, 해당 사건이 한국중국어관광통역사협의회와 관련이 있다고 했으나,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니기에 해당 기사를 바로잡습니다.
 

김현지 기자 yon88@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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