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서부전선’은 지난 15일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를 열고 베일을 벗었다.
영화는 한국전쟁 후반기 휴전 직전을 배경으로 비밀문서를 배달하다가 잃어버린 남측 병사와 이동 중 폭격을 맞고 탱크와 홀로 남겨진 어린 북한병사가 벌이는 쫓고 쫓기는 긴장감을 유쾌하게 그려냈다.
특히 이념적 대치가 아닌 어쩔 수 없이 징병돼 싸워야 했던 평범한 시민과 학생이 마주쳐야 하는 갈등을 그려내면서 그 누구도 선과 악이 아닌 모두가 피해자였다는 사실을 진정성 있게 담아냈다

이런 가운데 연기파 배우인 설경구와 여진구가 만나면서 극의 완성도는 한층 높아졌다.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하며 갓 태어난 자식 이름도 짓지 못하고 군에 입대한 농사꾼 ‘남복’을 연기한 설경구와 어쩔 수없이 떠밀려 전쟁에 참전해야 했던 학생 ‘영광’을 표현한 여진구의 조화는 시종일관 다양한 감정들을 거리낌 없이 매끈하게 소화해낸다.
기자간담회에서 설경구는 “현장에서 여배우라고 불렀다”면서 “사실 현장에서 실제 여자배우는 옥분이 정도였다. 주연 여배우가 없어서 여진구에게 여배우라고 했다. 나에게는 최고의 여배우”라며 끈끈한 유대감을 자랑할 정도다.
더욱이 홀로 남겨진 탱크 속 작은 공간에서 두 사람은 좌충우돌을 겪으며 적과 동료의 의미보다 같은 민족이라는 공감대속에 서로 의지하는 존재가 되어가면서 관객들의 가슴을 울렸다.
여기에 대사마다 깊은 뜻이 녹아들어 극의 공감대를 더욱 끌어 올렸다.
설경구는 대사의 울림이 영화를 선택한 계기가 됐을 정도라며 “‘살아야 살 것 아니여’, ‘우리가 언제는 알고 했냐’는 부분이 크게 와 닿았다”고 전했다.
다만 아쉬운 점도 발견된다. 극중 남복(설경구 분)과 영광(여진구 분)을 제외하고는 등장하는 다른 인물들이 주인공과 연관성을 찾기 쉽지 않다. 또 정석원 등 여러 배우들이 참여했지만 그들의 장면이 짧았고 연결점을 찾기 쉽지 않는 등 주변 이야기들이 큰 틀에서만 연결될 뿐이다.
하지만 남복과 영광의 이야기를 쭉 이어가면서 전쟁이 주는 다양한 감정적 요인들을 흐트러짐 없이 이끌어가고 있고 두 사람이 후반부에 이끌어가는 따듯한 동료애는 관객들의 시선을 압도할 정도로 인상적이다.

천성일 감독은 이번 작품에 대해 “시나리오 준비과정에서 결말 외에는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었다”면서 “전쟁에는 외부세력이 개입될 여지가 많다. 중공군이 될 수도 있고 미 공군이 될 수도 있다. 이 부분을 놓고 여러 가지로 구상했지만 결국 한국전쟁은 우리들만의 전쟁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전쟁 중에 그 시대와 상관없이 집으로 가는 것이 목표인 평범한 사람과 용감하게 싸우는 사람 등 다양한 모습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천 감독은 “그 어떤 전쟁도 해피엔딩은 없다”는 강한 어투로 코믹극 이면에 담겨져 있는 진중함에 대해 강조했다.
한편 영화 ‘서부전선’은 오는 24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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