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대한민국 체육계의 ‘맏형격’인 대한체육회와 체육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이 검찰 수사로 어수선하다. 설상가상으로 대한체육회는 국민생활체육회와 통합을 앞두고 있어 안팎으로 홍역을 치루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의 경우 거액의 탈세혐의로 국세청 조사를 받았고 검찰 고발까지 이뤄져 사정대상에 올랐다. 이미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5월 체육계에 만연한 부조리 척결을 명목으로 ‘스포츠 4대악 합동수사반’을 출범시켜 조사를 벌여왔다. 특히 이 과정에 정부의 통합안에 반대하는 체육계 내 인사들을 단속하고 MB정권 낙하산 인사들까지 솎아내려는 게 아니냐는 반응도 나와 향후 검찰 수사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영포회’ 출신 김정행 체육회장 유탄 맞나
- 박범훈 전 교문위 수석 ‘낙하산’인사 전전긍긍

유도 국가대표 출신 “아무 문제 없다”
대한체육회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체육계에 만연한 비리와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지적을 받은 바 있지만 잘못된 관행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검찰에 따르면 대한체육회는 수십억 원에 이르는 협회 예산을 이용해 각종 체육단체를 지원하고 이를 빌미로 단체들과 유착관계를 형성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특히 검찰은 김 회장을 둘러싼 비리에 집중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북 포항 출신의 김 회장은 이명박 정권 실세들이 주축인 ‘영포회’ 회원으로 알려진 인물이며 유도 국가대표 출신이기도 하다. 검찰은 일단 자료를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현재 김 회장은 검찰의 대한체육회 관련 비리 수사에 대해 “아무 문제가 없고 떳떳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담당하는 대한체육회는 1920년 창설된 단체로 1988년 서울올림픽과 인천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국내 체육행사를 주최했다. 산하에 가맹경기단체 61개와 시·도 체육회 17개, 재외한인체육단체 등 18개가 있다. 산하 기관이 적지 않다보니 MB정권 당시 친이계 인사들이 문화체육관광부를 통해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 체육인들로부터 반발을 사기도 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번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도 대한체육회에 고질적인 병폐와 함께 ‘친이계 낙하산’ 실태에 대한 지적도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MB 정권 시절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 수석을 주목하고 있다. 중앙대 출신으로 총장까지 지낸 박 전 수석은 재직 시절 측근 인사들을 체육계 고위직에 심었다는 의혹이 여당 내에서 일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교문위 국정감사에서 대한체육회 관련 주목되는 또 다른 이슈는 국민생활체육협회와 통합 문제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 3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오는 2016년 3월까지 두 단체를 통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법 통과 이전에 현 김정행 대한체육회장과 서상기 당시 생체협회장, 안민석 민주당 의원,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등이 통합에 합의해서 이뤄졌다.
체육회-생체협 통합 반대 세력 ‘괘씸죄’도
그러나 지난 6월 대한체육회 대의원 총회에서는 “통합논의는 양 단체와 체육인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정부의 일방적인 하달 방식”이라며 “많은 문제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통합 반대주의자들이 과거 박범훈 전 수석 인맥이 앞장서고 있다는 의구심도 여권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에 검찰 수사가 ‘정부의 통합안에 반대하는 친이계 인사들 솎아내기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대한체육회 내에서 나오고 있다.
한편 경륜·경정·스포츠 토토 사업을 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 역시 대한체육회를 수사하는 특수1부(부장검사 임관혁)에 배당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서울지방국세청이 탈세 혐의 등으로 국민체육진흥공단을 고발해 지난달 18일 수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올 상반기 공단을 상대로 특별 세무조사를 벌여 공단 임원의 직무수행 경비를 비과세 수당으로 처리해 소득세를 누락했고 후원 업체들로부터 협찬 물품을 받으면서 부가세를 내지 않은 혐의 등을 적발하고 800억 원대 세금을 추징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공단이 ‘현금장사’ 성격이 강한 경륜·경정 경기장 입장객을 줄여 신고해 18억 원대 개별소비세를 내지 않은 의혹도 포함시켰다. 검찰은 국세청 고발건과는 별도로 내부 직원들의 공금 횡령 등 지금까지 제기된 여러 의혹을 두루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공단은 내부 비리로 여러 차례 검찰과 경찰의 수사 선상에 올랐고 국정감사 기간에도 각종 비리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대한체육회·공단 특수1부 함께 배당 왜
올 5월 공단 직원이 저소득층의 스포츠 관람 바우처 사업과 관련해 용역 업체에서 3억여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작년에는 이사장 측근 2명이 공금 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유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정모 전 이사장은 업무상 횡령 혐의로 입건돼 소환됐으나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2012년에는 간부급 직원이 스포츠 토토 위탁 사업을 하는 업체로부터 위탁기간 연장 등의 청탁과 함께 2억 5천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대한체육회와 더불어 국민체육진흥공단 역시 검찰 수사를 통해 전 정권 낙하산 인사들의 대대적인 물갈이가 시작된 게 아니냐는 게 여권 내 시각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