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정치이야기-28] 새정연 세 갈래의 정치적 흐름
[알쏭달쏭 정치이야기-28] 새정연 세 갈래의 정치적 흐름
  • 일요서울
  • 입력 2015-09-14 09:57
  • 승인 2015.09.14 09:57
  • 호수 1115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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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정배·안철수 회동과 정세균·문재인 회견‘주목’
- 문, ‘재신임 기자회견’ 허약한 리더십 자백한 꼴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새정치민주연합의 갈등이 클라이막스로 치닫고 있다. 지난 2일 안철수 의원이 새정연 혁신위를 실패로 규정한 이후, 당내 주류 비주류 간, 문재인 안철수 간, 친노와 친DJ 세력 간 갈등을 넘어 전면전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이미 그들에게는 옳고 그름은 판단의 기준이 아니다. 내편과 네편이 있을 뿐이고, 내편이 아닌 사람은 적대해야 한다. 비이성적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정치인이 이러한 싸움에서 지는 것은 정치적 사망선고와 다름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즐겨봤다는 동물의 왕국에서 벌어지는 싸움 이상의 사활을 건 투쟁이 야당이라는 초원을 무대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일, 북한(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가 수립된 지 67년째를 맞이하던 그날,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는 세 갈래의 커다란 정치적 흐름을 대변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먼저 비주류를 대표하는 안철수 의원은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에서 무소속 천정배 의원을 만났다.

천정배 의원은 작년 7.30 재보선 당시 광주 광산구 을선거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를 준비 중이었으나, 당시 공동대표였던 김한길, 안철수가 권은희를 전략공천하면서 출마의지를 꺾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점에서 안철수와 천정배는 구원의 관계이다. 그런 두 사람이 다시 거리낌 없이 만날 수 있는 곳이 정치의 세계다. 둘은 공동의 이해관계가 생겼기 때문이다.

지난 4.29 재보선에서 천정배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여 무소속으로 광주 서구을선거구 보궐선거에 출마하여 당선된다. 당시 새정연의 대표는 문재인이다. 문재인 대표는 4.29 재보선 참패로 말미암아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은 채, 지금까지 비주류의 집요한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 혁신위원회를 띄워 완충지대를 만들고, 리더십의 회복을 꾀했지만 여의치 않은 상태다. 현재 기준에서 문재인과 천정배, 문재인과 안철수는 적대적 관계이고, 적의 적은 동지라는 논리로 본다면 천정배와 안철수는 당면한 정치적 이익을 같이 하고 있는 관계다.

두 사람이 만난 목적은 각기 달랐을 것이다. 안철수 의원은 당내 주도권 경쟁에서 무소속 천정배 의원을 끌어들여 호남발 신당바람을 차단하면, 이미 리더십의 상처를 입은 문재인 대표의 대안으로 자신이 부각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포스트 문재인의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천정배 의원은 안철수 의원을 매개로 새정연 내부의 원심력을 더욱 커지게 하여 신당바람을 일으키려 했을 것이다. 어쨌든 두 사람의 정치적 목표는 달성된 것 같다. 언론이 두 사람이 원하는 것 이상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기사를 써주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움직임은 시간적으로 미묘하다. 문재인 대표가 혁신위원회의 혁신안을 최고위 의결로 통과시키고 당무위원회에 회부하여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자신의 의지대로 통과시켰다. 그리고 오후 2시 30분에 기자회견을 자청하여 혁신안이 중앙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거나, 통과하더라도 자신의 거취문제를 당원과 국민에게 재신임 받겠다는 취지의 기자회견이었다. 나중에 보도를 보면 이날의 기자회견은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되었던 것 같다. 다만 그 시간에 기자회견을 급박하게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있었던 것 같다.

세 번째 움직임은 정세균 전 대표의 기자회견이다. 정세균 전 대표는 이날 오후 3시에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공지를 국회출입기자들과 새정연 국회의원들에게 알렸다. 더불어 오후 2시경 기자회견문을 사전 배포하였다. 기자회견문을 1시간도 전에 미리 배포하는 것은 이례적인 것이었지만, 결국 일부 기자들과 일부 새정연 국회의원들은 적어도 이날 오후 2시에는 문재인 대표의 대 결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의 내용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당연히 문재인 대표에게도 보고되었을 것이고, 결국 문재인 대표는 부랴부랴 정세균 전 대표가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오후 3시보다 먼저 선수를 쳐서 기자회견을 하게 된 것이다. 결국 정세균 전 대표는 3시에 예정되어 있던 기자회견은 취소하고 미리 배포한 기자회견문으로 대체했다. 문재인 대표와 정세균 전대표의 기자회견을 둘러싼 공방은 마치 한 편의 첩보영화를 보는 듯하다. 007의 제임스본드가 울고갈 만한 공방이었다.

노무현 정부에서 산업자원부장관을 지낸 정세균 전대표는 범 친노로 분류되는 인사다. 노무현 대통령의 수석비서관과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대표는 그야말로 친노 중의 친노다. 그러나 정세균 전대표는 친문재인은 아니다. 정치적 경력이나 연령, 리더십이라는 측면에서 정세균 전대표는 문재인 대표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스펙을 자랑한다.

문재인 대표는 그런 정세균 전 대표가 후견인의 역할을 해주길 바랐을 것이다. 정세균 전 대표도 문재인 대표의 성공을 원했을 것이다. 그의 진정성은 지난 2.8 전당대회에서 당의 분열을 막기 위해서라도 소위 빅3가 출마하면 안 된다는 일부 의원들의 충정을 받아들여 불출마를 한 경위에서도 나타난다. 그런 정세균 전대표가 문재인 대표의 리더십을 가지고는 내년 총선승리도 2017년의 정권교체도 어렵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정세균 전대표는 기자회견문에서 3가지를 호소했다. 첫째가 새정연 구성원들의 갈등과 분열의 언행 중지, 둘째가 ‘2017년 정권교체를 위한 연석회의’ 제안, 셋째가 문재인 대표 등 지도부의 살신성인의 대 결단이다. 세 번째 호소인 문재인 대표의 대 결단이 무엇을 뜻하는지에 대한 설왕설래가 있는 것 같지만, 누가 보아도 문재인 대표의 대표직 사퇴를 뜻하는 것임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정세균 전대표 나름의 문재인 대표를 배려한 표현이 아니었을까? 문재인 대표도 그렇게 읽었기에 새치기 기자회견을 단행했던 것 아닌가? 그리고 두 번째 호소인 ‘2017년 정권교체를 위한 연석회의’에 천정배 의원과 정동영 전 의원 등 새정연 외부인사의 참여를 제안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문재인 대표의 사퇴는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다. 두 번째 호소와 세 번째 호소의 순서가 바뀌었다면 논리적 귀결이 더욱 완성도가 높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드는 대목이다.

문재인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거취에 대한 재신임을 묻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표의 가장 취약한 부분이 리더십인데, 본인 스스로 리더십의 허약함을 자백한 기자회견 내용이다. 진정한 리더는 자신의 거취를 스스로 결정하고, 그 결정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 아닌가? 그런데 재심임을 묻겠다며 당원과 국민들에게 그 책임을 전가했다. 왜 자신의 거취에 국민들을 들먹이는가? 비주류는 이참에 조기전대를 소집하자고 더 소모적인 논쟁을 자초하고 나섰다. 이 당이 공당일 리 없다.

당의 갈등을 수습하는 길은 오로지 한 가지 길이 남아 있을 뿐이다.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카드는 ‘신의 한 수’가 아닌 ‘패착’이다. 혁신안이 중앙위원회를 통과하면 문재인 대표는 재신임 카드를 접고 스스로 사퇴하면 된다. 좋은 혁신안이라면 그것은 꼭 문재인 대표가 실천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뿌리내리고 실천될 것이다. 그리고 정세균 전대표가 제안한 ‘2017년 정권교체를 위한 연석회의’를 야권의 최고 의사결정기구화 하여 야권의 수권세력화와 총선승리, 정권교체를 위해 희망의 스크럼을 짜기 바란다.
<김영필 전북대 겸임교수>

일요서울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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