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꺼진 노래방이 ‘섹스방’으로 둔갑
불꺼진 노래방이 ‘섹스방’으로 둔갑
  • 배성철 마이너뉴스 기자
  • 입력 2011-03-21 15:51
  • 승인 2011.03.21 15:51
  • 호수 881
  • 40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종 섹스방 밤낮없이 성업 중


최근 여대생과 여성 직장인 등 20대 여성들 사이에 독버섯처럼 무섭게 번지고 있는 신종 아르바이트가 나타났다. 새롭게 등장한 신종업종은 점심시간 등 대낮을 활용한 초특급 아르바이트다. 주된 장소는 역시 노래방이다. 이 신종 아르바이트는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며 대학가 곳곳 여대생들 사이와 여성 직장인들에게까지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잠들지 않은 성매매 사각지대 그 실태를 알아봤다.

지난 3월 14일 낮 12시께 강남 논현역 부근. 수많은 인파속에 유독 사람의 인적이 거의 없는 건물 지하로 들어가는 남성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들이 들어간 곳은 간판에 불도 켜지지 않은 A 노래방 업소였다. 이곳은 기존 윤락업소와는 전혀 다른 형태로 영업이 이뤄진다. 물론 밤에도 이와 같은 영업형태로 장사를 한다.


밤낮 없이 참을 수 없는 욕정

밤엔 당연히 대로변 곳곳에 호객꾼 일명 삐끼들을 배치한다. 이후 호객꾼들이 손님을 데리고 오는 형태로 운영한다. 하지만 낮은 틀리다. 손님이 알아서 찾아오는 형식이다. 입소문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게 업주의 전략인 듯하다.

A 노래방 업주는 불황이 너무 심한 이때 블루오션 즉,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그 틈새는 다름 아닌 점심시간이다. 상대적으로 시간이 좀 여유로운 점심시간에 여성 직장인과 여대생들을 고용하는 등 대낮 노래방 도우미 시스템을 도입했다.

섹스방의 대상은 아침부터 회사에서 스트레스 받고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남성 직장인이다. 시도 때도 없이 아가씨와 함께 하고 싶은 남성들의 욕망을 적극 반영해 만든 신종 업소다.

밤에 비해 오히려 아가씨보다 손님들이 시간에 쫓기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러다 보니 분위기 질질 끌고 갈 틈조차 없다.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짧은 1시간의 점심시간을 적극 활용하기 위한 그들의 몸부림은 정말 가관이 아니다. 술 한 잔 먹지도 않고 논다는 게 그리 쉬운 일 만은 아니다. 그렇다 보니 업소에서는 낮에 오는 도우미 아가씨 수질을 철저하게 관리한다. 한 번에 꽂힐 수 있도록 말이다.

또 외모와 몸매 뿐 아니라 화끈한 노하우까지도 완벽하게 준비 된 이들만 점심시간 특수 아가씨로 선택받는다. 이쯤 되면 술의 힘 없이도 아가씨의 매력에 휩싸인 남성들은 환상적인 1시간을 즐길 수 있다.

일주일에 1번 정도 이곳을 찾는다는 직장인 이모(32)씨는 “색다른 매력이다. 내가 놀지 않아도 아가씨들이 알아서 나를 놀게 만들어 준다”며 그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 타임 15장?

이씨는 “아무래도 술을 먹지 않다 보니 금전적인 부분에서도 확실히 절감되고, 손님이 많이 몰리는 시간이 아닌지라 꼭 나를 위해 마련된 곳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일단 최고는 아가씨 수질이다. 밤에 오면 사실 이정도 급 아가씨를 만나기란 하늘에 별 따기인데 낮 시간대는 정말 텐프로 급이라 해도 좋을 만큼 퍼펙트 한 아가씨가 많이 온다”고 설명했다.

잠시 후 이곳에서 일하는 아가씨와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라는 170cm가량의 잘 빠진 현모(22)씨. 그는 “낮 시간대 이런 고수익 알바는 절대 찾기 힘들다”며 “그냥 친구들하고 신나게 논다고 생각하면 돈도 벌고 노래도 하고 나름 괜찮은 일거리라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저녁에 일하면 소문도 많이 나고, 내 사생활이 전혀 없어지기 때문에 힘든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며 “(남성들의 신체접촉은)그냥 참을 만하다. 자기들도 다시 회사에 들어가야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확 불 질러 놓으면 알아서 처리하는 남자들도 많다”며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여대생부터 백마까지

업주에게 2차 가능여부에 대해 물어봤다. ‘길게 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고 하자 업주는 “한 타임(2차) 15만 원”이라며 “맘에 드는 아가씨를 골라서 이야기해 달라”고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이어 업주에게 ‘백마(외국여성)는 없냐’고 묻자 “당연히 준비 돼 있다”라며 “외국 여성은 3단계로 구분된다. A급은 현재 속옷 CF 등에 출연하는 모델들이고, 35개(만 원) 주면 된다. 나머지는 28개, 25개 등으로 구별 된다”고 친절히 설명했다. 이처럼 여대생 뿐 아니라 백마까지 등용한 곳이었다.

다음 날 저녁, A 노래방 업소 주변을 빙빙 돌며 배회하기 시작한 기자 곁으로 한 남성이 다가와 호객행위를 했다.

호객꾼은 “아가씨 5명까지 초이스(여성을 손님이 직접 고르는 것) 가능하고, 현금 카드 동일하게 20장만 받겠다”며 “놀다가 좋으면 아침까지 있어도 상관없고, 아예 롱타임(2회 성관계) 할 경우는 25장에 ‘쇼부’ 쳐주겠다”며 쉴 새 없이 말했다.

못 이기는 척 호객꾼을 따라 나서자 “우리 가게는 (윤락)업소나 보도방 애들은 거의 없고 대부분 일반 여성들이나 카드빚 때문에 몰래 아르바이트하는 대학생도 많다”며 “초이스도 가능하니 괜찮은 애들로 잘 골라서 재미있게 놀다가라”고 말했다.

업소 안으로 들어가 안내를 받고 룸으로 들어갔다. 이때 뒤따라온 40대 여성이 ‘마담’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리고 주문도 필요 없이 양주 작은 병이 들어왔고, 마담이 술을 한잔씩 돌렸다.


‘섹스방’ 매춘 중계업소 불과

이곳은 기존 윤락업소와는 전혀 다른 형태로 영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우선 제공됐던 양주 작은 병은 미아리 집창촌에서 제공되는 맥주와 같은 일종의 서비스에 해당한다.

어차피 이 업소는 남자 고객과 윤락녀를 연결시켜주는 징검다리에 불과하다. 때문에 아가씨를 고르고 인사를 나누는 동안 손님이 무료하지 않도록 양주가 서비스되는 것. 아가씨를 결정하고 양주병을 다 비우고 나면 손님은 15만 원을 지불한 뒤 자신이 지정한 아가씨와 함께 여관 등 원하는 장소로 자리를 옮겨 성관계를 갖도록 돼있다.

결국 ‘섹스방’은 매춘 중계업소에 불과했다. 업소 내에서는 단순한 만남만 이뤄지고, 실질적인 매춘은 손님과 윤락녀가 업소 밖에서 행하는 형식이다.

곧 아가씨들이 들어왔다. 마담은 “다섯 명씩 세 번, 총 열다섯 명의 아가씨들이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끝까지 다 보고 결정해라”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방으로 들어온 아가씨들은 여대생도 상당수라는 얘기와는 달리 대부분 20대 후반이 좀 넘어 보였다.

아가씨들의 인사가 모두 끝났다. 혼자 남은 마담은 “결정한 아가씨가 누구냐”고 물어왔다. 이에 기자는 “백마는 없냐”고 다시 되물었다. 마담의 설명에 따르면, 3등급 제도로 백마들은 ‘긴 밤’이 아닌 ‘짧은 밤’으로 미리 정해야 한다.

이곳에서 일한 지 10여일 됐다는 아가씨의 전직은 ‘나 홀로 출장마사지사’였다. 그러다 최근 아는 지인의 소개로 자리를 옮긴 곳이 ‘섹스방’이라 불리는 불 꺼진 노래방이었다.


위험천만 아가씨들의 밤생활

가장 궁금한 부분을 먼저 물었다. “‘긴 밤’이 15만 원인데 하루 수입 중 윤락녀에게 얼마나 돌아가냐”고 묻자 이 여성은 “대부분 손님이 잠들면 몰래 빠져 나온다”며 “재수 없으면 아침까지 못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재주껏 빠져나와 한번이라도 더 손님을 받는 게 능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문제는 이 직업 역시 출장마사지 만큼이나 위험한 곳”이라며 “쉽게 말해 출장마사지를 조직적으로 하는 형태와 다를 게 없다”고 귀띔했다. 또 “뒤 봐주는 로드가 없기 때문에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며 “자기 자취방으로 가자는 손님이 가장 난감한 상황이지만 가능한 모텔로 가도록 유도한다”고 덧붙였다.

‘이 곳(섹스방)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대부분 어떤 사람들이냐’고 묻자 그는 “조금 전에 나온 가게는 최근까지 일반 노래방이었고, 그 안의 여성들은 대부분이 그때부터 일해 온 ‘노래방 도우미’들이다”며 “그래서 그런지 나이가 조금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호객꾼의 얘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낮에 일하는 아가씨들은 따로 있는 것인가’라고 묻자 이 아가씨는 “그런 것으로 안다. 우리처럼 밤에 일하는 여자들이 남들 점심시간에 자고 있다. 또 일을 하긴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는가”라며 “낮에 하는 애들은 좀 어린 것으로 안다. 하지만 낮에 2차를 뛰는 것은 아직 많이 확산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렇게 한 시간 정도 대화를 나눈 뒤 아가씨는 객실을 나가 업소로 돌아갔다.

이 아가씨는 매일매일 함께 밤을 보내게 될 남자는 그 누가 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또 누구나 그와 함께 밤을 보낼 수 있다. 위험에 방치돼 있는 그들의 삶, 범죄의 사각지대 안에서 오늘도 그들은 어두운 뒷골목을 서성이며 또 다른 남성과 함께 잠자리에 들고 있다.

[배성철 마이너뉴스 기자] snim83@hanmail.net

배성철 마이너뉴스 기자 snim83@hanmail.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