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그룹 주식 매각 미스터리
사조그룹 주식 매각 미스터리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5-09-14 09:48
  • 승인 2015.09.14 09:48
  • 호수 1115
  • 4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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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우 회장, 절묘한 시기 맞춰 승계비용 절감 의혹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의 주식 매각 시기를 놓고 의심의 눈초리가 깊어지고 있다. 최근 주 회장은 주지홍 사조대림 총괄본부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계열사에 사조산업 주식을 매각했다. 문제는 당시 사조산업 주가가 급락해있었다는 점이다. 절묘한 시기에 이뤄진 주식매각으로 인해 승계비용 절감 효과를 노렸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사조그룹 뿐만 아니라 재계 3세들의 지분확대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주지홍 본부장 사실상 경영권 승계
실적악화 상황 비판 목소리 키웠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사조산업 주식 50만주(10%)를 지난달 19일 계열사 사조시스템즈로 넘겼다. 총 거래가격은 330억 원이다.

사조시스템즈는 주 회장의 아들 주지홍 사조대림 총괄본부장이 최대주주(51%)로 있는 사조그룹 계열사다. 주 회장의 주식 매각으로 주 본부장은 간접적으로 사조산업 지분율을 올리는 효과를 봤다.

또 같은 날 사조해표도 보유 중인 사조산업 주식을 주지홍 사조대림 총괄본부장과, 사조시스템즈 계열사 케슬렉스제주에게 매각했다. 사조해표가 처분한 주식은 각각 15만 주와 10만 주다.

이 결과 주 본부장은 사조산업의 지분율을 22.62%까지 끌어올리게 됐고, 사실상 주 회장보다 지분율이 높아졌다. 경영 승계가 이뤄진 셈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주 회장의 주식 매각이 사조산업 주가 급락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혹이 불거졌다. 승계비용을 줄이기 위한 전략적 매각이었다는 지적이다.

주 회장과 사조해표가 사조산업 주식을 매각한 시점의 종가는 6만6000원이다. 이는 지난 3월 9일 이후 처음으로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진 종가다.

재계 전반에서…

이 같은 주가 급락은 2015년도 2분기 영업실적이 담긴 반기보고서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조산업 2분기 매출은 2793억 원, 영업이익 53억 원, 순손실 25억 원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4.57%, 영업이익은 43.35% 감소했다. 순손익도 적자로 돌아섰다. 기대에 못 미치는 영업실적을 낸 것이다.

또 계열사의 지분변동으로 인해 3분기부터 사조대림이 사조산업의 연결기업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점도 사조산업의 주가 하락의 이유로 지목된다.

주 회장이 경영권 승계 비용 절감을 위해 이 시기를 의도적으로 이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도 이 때문이다. 오너일가가 회사 실적 악화 상황에서 이익만을 챙겼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주 본부장과 사조시스템즈는 평가이익도 얻게 됐다. 사조산업의 주가가 다시 반등하면서 8000원 가량의 평가이익을 봤다.

세부적으로는 사조시스템즈가 주 회장으로부터 주식을 사들인지 13일 만에 40억 원의 평가이익을 봤다. 사조해표로부터 사들인 주식도 각각 주 본부장 12억 원, 캐슬렉스제주도 8억 원의 평가 이익을 거뒀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사조그룹은 “사조해표에 물어봐야 할 일”이라고만 대답했다. 또 사조해표 관계자는 “담당자가 자리에 없다. 해당 내용을 전달하겠다”고 답변한 뒤 연락이 없었다.

한편, 이 같은 현상은 사조그룹 뿐만 아니라 재계 곳곳에서 나타나는 추세여서 증여, 경영권 이전 시기에 대한 시선이 더욱 날카로워지고 있다.

영풍그룹 3세들도 지난 7월 그룹 주요 계열사인 고려아연 주가가 40만 원대로 떨어진 날 352억 원어치의 주식 7만2991주를 장내매수했다.

또 세종공업의 박세종 명예회장은 세종공업 주가가 1년 전과 비교해 절반 수준인 9180억 원으로 떨어진 날 차남 박정규 총괄사장에게 회사 주식 200만5443주를 증여했다.

故 이운형 세아그룹 전 회장의 딸인 알렉시스 제니퍼리 씨도 증여시점 주가인 19만6000원가 비슷한 수준이었던 지난 7월 3일 미성년자인 두 자녀에게 4300주씩, 이태성 세아홀딩스 전무의 아들인 조카에게 400주를 증여한 바 있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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