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된 동부증권의 위법 행위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위해 주주총회를 열었을 당시, 동부증권이 의결권을 대리 행사하려고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를 제기한 경제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는 금융감독원에 동부증권이 자본시장법상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제한 규정을 위반했는지를 조사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경제개혁연대 금융감독원에 위법여부 조사 요청
동부증권 “전혀 사실 아냐…조직적 움직임 없어”
경제개혁연대는 동부증권 직원들이 주주들에게 전화를 걸어 합병 찬성 여부를 확인했다고 주장한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연대는 동부증권 계좌를 통해 삼성물산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동부증권 직원이 경제개혁연대에 전화를 해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 안건에 찬성할 것인지 반대할 것인지를 물어봤다.
또 전화를 받은 경제개혁연대가 반대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와 관련하여 질문하는 것인지를 묻자 동부증권 직원은 “그것도 있지만, 그것보다 찬성할 경우 위임을 해야 한다”는 내용의 답변을 했다. 그리고 그 이후 해당 직원이 다시 전화를 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문제 때문에 연락을 한 것이라고 정정했다.
그러나 경제개혁연대는 애초에 동부증권이 삼성물산 경영진 측 위임장 수집을 원활하게 하거나 주주들의 찬성/반대 의견 분포를 확인할 목적으로 전화를 했던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아울러 연대는 삼성물산 경영진 측과 합병 반대 주주들이 치열한 의결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행위가 삼성물산 경영진 측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 하에서 진행되는 것은 아닌지, 직원 개인의 차원이 아닌 동부증권 본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결국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여부를 물어보는 듯하면서 사실상 찬성 의결권을 모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다. 이를 토대로 경제개혁연대는 금융감독원에 공문을 보내 지난 7월 17일 개최된 삼성물산 임시주주총회와 관련, 동부증권이 자본시장법상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제한 규정을 위반한 것이 아닌지 조사해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공문의 골자는 ▲ 동부증권 직원이 “찬성 시 위임”을 언급하며 찬성/반대 입장을 확인한 것이 자본시장법 상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제한 규정 위반 여부 ▲ 동부증권 직원들이 삼성물산 임시주주총회와 관련하여 지난 7월 11일~7월 14일 사이에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연락한 건수 및 통화 내용, 이 중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제한 규정 위반으로 판단되는 내용과 관련 건수 ▲ 동부증권이 삼성물산 경영진 측의 위임장 확보를 지원할 목적으로 조직적으로 이와 같은 일을 진행한 것인지 여부 등을 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해줄 것 등이다.
앞서 경제개혁연대는 동부증권에 질의서를 통해서도 동부증권에 관련 사실관계와 법령 및 내규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 등을 질의하였으나, 동부증권은 아직까지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다.
다만 동부증권은 경제개혁연대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동부증권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합병, 유상증자, IPO 등의 이슈가 발생하기 전,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주주들에게 일정이나 절차를 안내하는 경우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까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조사 요청을 받지도 않은 상태”라면서 “본사가 조직적으로 나서서 움직였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위법한 부분은 전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박스] 삼성물산 합병에 또 다른 불똥 맞은 국민연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동부증권을 금융감독원 도마에 올려놓은 경제개혁연대가 지난 8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관련 정보공개를 거부한 국민연금을 상대로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청구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앞서 구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민감한 합병안에 대한 찬반 여부를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 위임해왔던 관례를 깨고 삼성 합병안에 대해서는 내부기구인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에서 결정했다.
이와 관련해 경제개혁연대는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는 관련 문서 및 자료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한 바 있다. 이후 7월 30일 사실상 비공개 결정처분 결정을 받았고 경제개혁연대는 이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경제개혁연대가 공개를 청구한 정보는 ▲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가 삼성물산 합병 건을 자체 판단할 것인지 또는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회부할 것인지 논의한 자료 및 회의록 ▲ 투자위원회가 삼성물산 합병 건에 대한 의결권행사 안건을 논의한 것을 기록한 회의록 ▲ 투자위원회 판단의 참고자료(외부 자문기관 보고서 및 안건 쟁점별 요약 내부문서 등) ▲ 삼성물산 합병 건 의사결정 관련 보건복지부에 보고한 문서 일체, ▲삼성물산 주주총회에 제출한 국민연금의 의결권행사 의사표시 기재문서 ▲ 7월 10일경을 전후하여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와 송수신한 문서 일체 등이다.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소송을 통해 비공개 처분결정이 취소되고 관련 정보가 모두 공개되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국민의 소중한 연금재산을 오용하여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돕고, 이를 위해 절차를 왜곡한 구체적인 정황 및 그에 따른 책임소재가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민연금의 정보공개 거부처분 사유는 그 근거가 박약한 바, 이는 단순히 정보공개를 지연함으로써 삼성물산 합병 건에 대한 당장의 문제제기를 모면하려는 얄팍한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한다.
더불어 연대는 “국민연금이 스스로 의사결정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법원의 판결에 이르기 전에 스스로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일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하는 바”라고 입장을 전했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