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산업계②] '청년고용 외면기업' 오명 쓴 대성에너지
[위기의 산업계②] '청년고용 외면기업' 오명 쓴 대성에너지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5-09-14 09:42
  • 승인 2015.09.14 09:42
  • 호수 1115
  • 3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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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 독후감·전원탈락 ‘채용갑질’…‘면피용 사과문’ 부글부글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3개월간 4번의 면접을 치르고도 전원 불합격시켜 논란의 대상이 된 대성에너지가 이번엔 진정성 여부로 도마 위에 올랐다. 앞서 대성에너지는 일방적인 채용과정 변경과 지원자 전원 탈락으로 채용 갑질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김영훈 대성에너지 회장은 논란이 불거지자 사과문을 올리고, 하반기 특별채용 계획을 알렸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시선에는 온도차가 느껴진다. 이번 채용의 피해자들에 대한 대책 마련이 없고, 진정성 없는 여론 면피용 사과라는 지적이다.

“모두 다 하나님의 뜻”…황당 면접에 거짓 발표
“공개 채용 취소 죄송”…하반기 신규 특별채용

대성에너지는 지난 4월 대졸 신입 사원 공채를 시작했다. 상반기 대졸 공채에 지원한 이들은 모두 118명이다. 이 중 서류전형에 합격한 이들은 3개월 동안 실무면접과 임원면접을 치렀다.

대성에너지의 채용 갑질 논란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우선 대성에너지는 기독교 색채가 강한 창업주인 故 김수근 명예회장의 회고록을 읽고 감상문을 쓰게 했다. 또 김 회장은 갑작스럽게 영어 프레젠테이션 면접 과정을 추가했다.

뿐만 아니라 김영훈 회장의 누나인 김정주 대성홀딩스 대표는 면접 도중 “하나님은 위대하시고 모든 뜻은 다 하나님 뜻이다”는 말을 영어로 말해 종교적 색깔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대성에너지의 상반기 대졸 공채에 채용된 지원자는 한 명도 없다. 지원자 전원이 탈락된 것이다.

더욱이 대성에너지는 이 같은 사실을 지원자들에게 숨겼다. 지원자들에 따르면 대성에너지는 “채용은 이뤄졌다. 처음 계획한 10명보다 적은 수의 신입사원을 뽑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곧 취업 준비생들의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거짓임이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성에너지는 취업난으로 어려운 청년들에게 채용을 빌미로 갑질을 했다는 비판을 받기 시작했다.

대구청년유니온과 대구알바노조는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것은 경영권의 영역이지만 객관적인 불합격의 이유를 알 수 있어야 한다”며 “대성에너지는 전원 탈락의 이유를 공식적으로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또 “지원자들에 대한 배려도, 공정하지 못한 면접과정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구 경제정의실천연합회(이하 대구 경실련)은 “대성에너지의 신입사원 공개 채용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들은 단순한 ‘갑질’이 아니라 막장드라마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이다”고 지적했다. 

“대성에너지가 대구 지역의 도시가스를 독점 공급하는 공적 역할을 하는 기업이라는 점이 이번 논란의 배경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일이 지역 기업의 일반적이지는 않더라도 흔한 일일 수도 있고, 이것이 청년들이 대구를 떠나는 이유 중 하나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같은 논란 반복 안 해”

논란이 계속되자 대성에너지는 김영훈 회장 명의의 공식 사과문을 올리며 진화에 나섰다.

대성에너지는 “대성에너지가 진행했던 2015년 신입사원 채용에서 유가 폭락에 따른 제반 경영여건의 급격한 변화로 뜻하지 않게 채용을 하지 못하게 됐다”며 “이번 채용과정에서 저희들의 불찰로 인해 지원자들과 지역사회에 큰 실망을 안겨 드린 데 대해 송구한 마음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또 “이번 일을 계기로 청년 일자리 창출에 대한 높은 사회적 관심과 지역 기업으로서의 책임을 다시 한 번 통감하게 됐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에 신입사원 특별채용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시선에는 온도차가 느껴진다.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번 상반기 공채에서 최종면접까지 봤던 지원자들에 대한 대책 마련이 없고, 채용 결과 발표 과정에서 불거진 거짓말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것이다.

또 대성에너지가 ‘유가 폭락’을 이유로 들었지만, 면접 과정이 실시된 3개월 동안 국제유가가 상승했다. 다만 전원탈락이 결정되는 기간에 국제유가가 급락하기는 했으나, 하락폭이 크지 않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여론을 의식해 사과문을 올렸다는 의심도 계속되고 있다. 진정성 여부에 대한 2차 점화가 일어난 셈이다.

게다가 지난 1월 소셜커머스 업체인 위메프의 채용 논란이 한 차례 일어난 적이 있는 상황에서 유사한 논란이 반복됐다는 분노도 큰 것으로 보인다. 대성에너지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기업들의 윤리의식과 사회적 책임 의식 수준에 대한 실망감인 것이다.

다만 대구 경실련 측은 “직접적인 피해자인 지원자들에게 보다 더 책임 있는 태도를 취하고, 사과문에서 밝힌 약속들을 이행한다면 채용 갑질 논란은 대성에너지만 아니라 기업 문화를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성에너지는 “사과를 받아들이는 부분에 있어서 입장차이가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대성에너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채용 갑질 논란을 처음 제기했던 대구청년유니온 등은 성명서를 통해서 자사의 사과를 환영한다고 표현했다”며 “채용 갑질 논란을 일으킨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했고, 특별채용이란 대책도 내놨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반기 공채에서 탈락한 지원자들에 대한 대책 마련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며 “문제로 지적받은 부분들을 수용해서 검토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또 “같은 논란이 반복됐을 때 대성에너지가 입을 타격이 큰 데 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려고 하겠냐”며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이들이 있는 건 사과를 받아들이는 데서 생길 수 있는 반응의 차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성에너지는 1984년부터 대구광역시와 경북 일부 지역에 도시가스를 독점 공급하고 있는 대성그룹의 계열사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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