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1법인카드 ‘흥청망청’ 4년간 식대 44억·커피값 2억
1인 1법인카드 ‘흥청망청’ 4년간 식대 44억·커피값 2억
  • 김현지 기자
  • 입력 2015-09-14 09:31
  • 승인 2015.09.14 09:31
  • 호수 1115
  • 2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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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건산업진흥원 감사 결과 논란

[일요서울 | 김현지 기자] 공공기관의 도덕성이 또다시 논란이다. 올 2월 보건복지부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에 대해 종합 감사한 내용에 따르면, 회계 관리 소홀·부적절한 업무 태도 등이 문제로 지목됐다. 특히 무분별한 법인카드 사용내역이 도마 위에 올랐다. 박근혜 정부가 4대 개혁(노동, 공공, 금융, 교육)을 후반기 핵심 의제로 강조한 바 있어, 진흥원 사태가 공공기관 개혁을 앞당길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직원들 카드 이용때 증빙서류 첨부 안 해
회계 미처리 등 전반적인 업무태만 드러나


직원 1인당 법인카드 1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2014년 4월부터 2015년 3월 11일까지 총 279명에게 각각 1개씩 법인카드를 발급했다. 보건복지부 감사 결과 이 사실이 알려졌고, 진흥원은 카드를 회수했다. 하지만 여전히 ‘1인당 법인카드 1개’라는 대목에 많은 이들이 공분하고 있다.


진흥원의 예산낭비를 두고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감사 결과 전반적인 문제점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예산낭비는 물론, 잘못된 회계처리·업무시간 사적 이용 등 16가지 사안이 문제로 지목됐다. 이 같은 사실은 2월 복지부 감사 결과 보고서를 통해 발표됐지만, 이번 7일에야 대중에게 알려졌다. 공무원들의 잇따른 비행 등 공공기관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고 있는 가운데 알려진 감사 결과에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법인카드 사적 사용

대중의 큰 관심을 끈 부분은 ‘법인카드 사용 내역’이다. 진흥원은 2014년 4월 25일 ‘1인 1카드제’를 도입했다. 이 카드로 전 직원이 최저 25만 원에서 300만 원까지 월간 집행한도를 두고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진흥원은 식대 및 활동비성 경비 등을 명목으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총 48억 원의 사업개발활동비를 지급했다. 하지만 진흥원 직원들은 활동비 명목으로 지급된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엇보다 복지부 산하기관 중 진흥원만 유일하게 업무추진비 외에 ‘사업개발활동비’를 사용했다. 법인카드 사적사용을 놓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진흥원 측은 4년간 법인카드 사용액 총 51억 원 중 43억 원(84%)만 활동비로 청구해 예산 집행했다. 나머지 8억 원은 사적용도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진료비, 물품 구입, 출장증명을 위한 영수증 발급용 등 직원들이 법인카드를 사용한 내역도 다양했다.


특히 진흥원 직원들은 법인카드 이용 시 증빙서류를 전혀 첨부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4년간 식사비로 지출된 금액은 44억 원, 커피 값은 2억 원이다. 이 외에 법인카드를 사용할 때에도 증빙서류를 첨부하지 않는 등 관련 규정을 어겼다는 지적이다.


또 근무를 하지 않았던 휴일에 법인카드를 개인카드처럼 사용한 내역도 있었다. 휴일근무를 할 경우, 해당 부서장의 승인을 먼저 받아야 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18명의 직원들은 부서장이 휴일근무를 사전 결재하지 않았음에도,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이용했다. 이 역시 증빙서류는 없었다. 복지부는 이에 ‘증빙서류를 전혀 첨부하지 않아 활동비로 사용됐는지’ 등 예산의 적정성을 놓고 확인이 곤란하다고 지적하며 기관경고 조치를 내렸다.

잘못 처리된 회계

잘못된 회계처리·정산도 도마에 올랐다. 진흥원은 2013년 12월 모 협회와 교재개발 관련 계약을 맺었다. 당시 교재 원고내용의 일부가 삭감되거나 조정돼 전체 페이지 수가 바뀌었다. 진흥원은 차이가 난 인쇄면수에 대한 정산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아 약 980만 원의 인쇄요금을 과다 지급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4번에 걸쳐 약 1900만 원의 인쇄요금을 잘못 지급했다.


또한 공공요금, 보험료, 법인카드 이용대금 등 다음연도에 지출해야 할 미지급처리 비용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진흥원은 이월처리 대상을 미지급비용으로 처리하거나, 회기 내에 지급해야 할 비용을 업무처리 미숙 및 지연 등으로 해당 연도 내에 지급하지 못했다. 즉, 미지급대상 및 이월대상을 처리할 때 ‘회계규정’을 적용하지 않는 등 관련 업무를 소홀히 했다.


특히 자체 출연금으로 집행해야 할 출장비를 국고보조사업비에서 지급한 사실이 밝혀졌다. 2012년 1월~2월 진흥원은 ‘산업은행 사우디 제안서작성 자문’ 등 총 47회에 걸쳐 출장업무를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사업출장여비를 자체 출연금에서 지급하지 않고, 국고보조사업비 예산에서 부당 지급했다. 국민의 세금을 예산으로 사용하면서 회계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복무규정도 지키지 않아

업무시간을 지키지 않은 일도 비일비재했다. 진흥원은 정상근무시간 중 수강을 미리 승인받은 자에 한해 주당 1회 외출을 인정한다. 하지만 일부 연구원들은 연차휴가원을 제출하지 않고 출강을 했거나 복무규정을 위반했다. 이러한 사실을 적발했을 때 인사위원회가 심의를 통해 감면 또는 면제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했지만, 진흥원 측은 이마저도 하지 않았다.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업무 태만으로 지적된 사안은 이뿐만이 아니다. 진흥원은 연구원과 체결한 사업단 연구개발과제협약에 대해 협약기간 만료 전에 다시 체결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복지부는 협약을 체결하지 않고 약 49억 원의 연구비가 사전 지급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진흥원은 사업평가지침도 지키지 않았다. 연구 과제를 선정할 때, 일반적으로 ‘사업평가지침’에 따라 선정평가 등 절차를 거쳐야 한다. 만일 사업평가지침이 명시되지 않았을 때, ‘기술연구개발사업 평가지침’의 평가방법으로 적용해야 한다. 하지만 진흥원은 이를 지키지 않아, 모 연구 과제를 탈락시켜야 함에도 이를 선정했다. 복지부는 이에 연구비 사전 지급 등 관련 업무를 소홀히 했다며 경고 조치를 내렸다.
일각에선 진흥원의 감사 결과를 두고 ‘총체적 난국’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공공기관의 업무 태만·비도덕성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어, 정부당국의 관리 및 감시에 철저하기를 촉구하고 있다. 

yon88@ilyoseoul.co.kr

김현지 기자 yon88@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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