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대선 직전 조작 강요 세력 폭로”
“2012 대선 직전 조작 강요 세력 폭로”
  • 윤지환 기자
  • 입력 2011-03-15 12:49
  • 승인 2011.03.15 12:49
  • 호수 880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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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 ‘기획입국’ 편지 조작 논란 확산
2008년 BBK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씨가 서울 역삼동 이명박 특검 사무실에 재소환된 날 오후 미주연대 21회원들이 피켓을 들고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제 2의 병풍사건 비화조짐

에리카 김(한국명: 김미혜·47)씨에 대한 검찰 조사에 정치권의 촉각이 곤두서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김씨가 갑작스럽게 입국한 배경을 두고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검찰 조사에서 특이점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최근 김씨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를 조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동렬)는 김씨의 혐의에 대해 공소시효(6개월) 만료로 무혐의 처분키로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은 새로운 문제에 직면했다. 김씨의 동생 김경준(45ㆍ수감 중)씨 때문이다. 최근 “김경준씨의 기획입국설은 특정세력이 주도한 음모”라는 주장이 제기돼 정치권에 파장이 일고 있다. 그 내용에 따르면 한나라당이 김경준씨의 기획입국 증거로 공개한 편지는 조작됐다는 것이다. 이를 폭로한 인사는 “뿐만 아니라 편지는 특정 세력의 강요에 의한 것”이라고 말해 정국을 요동치게 하고 있다.

2007년 대선 직전 한나라당은 “‘BBK 의혹’을 폭로한 김경준씨의 입국은 기획된 것”이라며 김경준씨 감옥 동료 신경화씨의 편지를 공개했다. 이 편지는 김경준씨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편지에는 김경준씨가 당시 청와대와 여권으로부터 모종의 대가를 약속받고 입국했음을 암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 편지가 조작된 것이라는 주장이 지난 8일 제기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김경준씨를 수사했던 검찰도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다. 권력의 눈치를 보며 물타기식 수사를 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편지 조작 여부 진실게임

신경화씨의 동생 신명(50·치과의사)씨는 최근 “편지 조작을 강요한 세력이 있다”며 배후에 한나라당 실세들이 있음을 암시했다. 이에 정치권은 즉각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나서는 등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편지 조작 논란을 정리해 보면, 미국 로스앤젤레스 구치소에서 김경준씨와 1년 가까이 함께 수감돼 있다 국내로 송환된 신경화씨는 2007년 11월 10일 미국에 있던 김경준씨에게 편지를 보냈다.

이 편지에는 김경준씨의 기획입국을 암시하는 내용들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이 편지는 사실 현 여권실세 측근들의 종용으로 신경화씨의 동생 신명씨가 작성해 보냈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실세 측근들이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신경화씨에게 감형, 이감 등 특혜를 주겠다며 신명씨에게 편지 조작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신경화씨는 강도상해 혐의로 국내로 송환되기 전 미국 로스앤젤레스 구치소에서 김경준씨와 1년 가까이 함께 수감 생활을 했다.


MB가족, 측근이 조작 배후

신명씨는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 “2007년 대선 직전 내게 조작된 편지를 쓰라고 강요한 사람이 있다. 그 배후세력을 2012년 대선 직전에는 반드시 밝힐 것”이라며 태풍을 예고했다.

또 신씨는 편지 작성 이유에 대해 “당시 형님의 감형과 미국 이송 등을 약속하며 조작을 제안했다. 형님을 살리겠다는 생각에 고민 끝에 수락했다”고 털어놓았다.

신명씨에 따르면 그의 형 신경화씨는 이때 건강이 좋지 않아 미국에서 수감생활을 하고 싶어 했다.

신명씨의 폭로가 파장을 일으키자 편지를 조작하도록 종용한 이가 누구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 일간지는 신명씨의 말을 인용해 “신명씨에 편지를 쓰도록 종용한 인물은 MB의 가족, 여권의 핵심인사 등이다”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당시 편지를 공개한 한나라당은 정작 편지의 입수 경로를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어 논란은 계속 커질 전망이다.

지난 대선 때 김경준씨의 기획입국설을 주장하며 편지를 공개했던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그 편지가 나에게 온 건 맞지만 당시 그 위원회에 35명이 있었기 때문에 누가 그 편지를 들고 왔는지는 정확히 기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명씨는 한나라당의 이 같은 태도에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명씨는 “주장을 뒷받침할 문건 등 충분한 자료를 갖고 있다. 때가 되면 낱낱이 공개할 것”이라며 “정치인들이 자꾸 거짓말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줄 것이다. 그들(한나라당)은 나를 사기꾼으로 몰아가겠지만 그렇게 대하면 더욱 궁지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민주당은 지난 10일 BBK 사건 의혹과 신명씨의 주장을 조사하기 위해 ‘BBK 김경준 검찰수사 대책반’을 구성했다.

대책반에는 우윤근 양승조 의원과 최재천 정봉주 서혜석 정성호 전 의원 임래현 법률지원단장 등이 포함됐다. 반장은 4년 전 BBK 의혹이 제기됐을 때 적극적인 활동을 보인 박영선 의원이 맡았다.

대책반의 한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구체적인 증언이 나온 이상 반드시 BBK사건의 진상을 밝혀 낼 것”이라며 “BBK사건은 우리나라의 역사를 바꾼 중대 사건이기 때문에 반드시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 신명씨의 증언 외에 추가적인 조사를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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