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강휘호 기자] 대법원이 이재현(55) CJ그룹 회장의 1600억 원대 횡령·배임 등 혐의 중 일본 부동산 매입과 관련한 배임 혐의에 대해 법률 적용이 잘못됐다면서 파기 환송했다.
금액에 따라 가중처벌하도록 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취득한 이득액을 엄격하고 신중하게 산정해야 하는데, 이재현 회장의 일본 부동산 매입은 이득액을 정확히 환산할 수 없어 특경법이 아닌 형법상 배임죄나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지난 10일 특경법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내면서 이 같이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 적용된 특경법은 얻은 재산상 이득액이 5억 원 이상 또는 50억 원 이상이라는 것이 범죄구성요건의 일부로 규정돼 있다”고 전제한 뒤 “대출금채무 전액을 Pan Japan(팬 재팬)의 이득액으로 단정하거나 취득한 이득액을 산정할 수 없음에도 대출금채무 전액을 팬 재팬의 이득액으로 인정해 특경법을 적용한 원심은 특경법의 이득액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또 “연대보증을 설 당시 주 채무자인 팬 재팬이 변제능력을 전부 상실한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대출금 전액을 배임액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회장은 2006~2007년 일본 도쿄에 있는 팬 재팬 빌딩 등을 구입하기 위해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CJ그룹 일본 법인에 363억 원 상당의 연대보증을 서도록 해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았다.
그런데 대법원이 2심에서 인정한 309억원 상당의 배임 혐의에 대해 정확한 이득액을 계산할 수 없다고 밝힌 만큼 이 회장의 범죄 혐의 액수는 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횡령이나 조세포탈 혐의와 관련된 금액의 경우 상당 부분 이미 변제가 이뤄진 만큼 파기환송심에서 이 회장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현재 오는 11월 21일까지 구속집행정지 중인 이 회장은 일단 파기환송심을 맡는 서울고법 재판부에서 집행정지 연장에 대해 새로운 판단을 받게 되지만, 이 회장의 건강상태를 고려할 때 집행정지 상태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2심을 진행한 서울고법 형사10부의 대리 재판부인 형사11부(부장판사 서태환)가 맡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1심 재판부는 횡령 718억원, 배임 363억원, 조세포탈 260억원을 유죄로 판단해 이 회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바 있다. 2심 재판부는 603억원에 대한 횡령과 일부 배임, 조세포탈 혐의를 무죄 판단해 1년을 감형한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 회장은 546억원의 세금을 탈루하고 719억원의 국내외 법인자산을 횡령하는 등 총 1657억 원의 탈세·횡령·배임 혐의로 2013년 7월 기소됐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