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S(생리전증후군)에 걸린 여성의 비애
PMS(생리전증후군)에 걸린 여성의 비애
  • 장휘경 기자
  • 입력 2015-09-07 16:02
  • 승인 2015.09.07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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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전증후군이 뭐길래…옷 500벌 훔친 40대 주부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경찰이 지난 3년간 부산의 모 백화점에서 의류 500벌을 훔쳐온 40대 가정주부 박모(42)씨를 입건했다. 도벽증이 있는 이 여성은 현행범으로 체포되자 스스로 과거 범행사실까지 털어놓으며 도벽을 끊게 해달라고 애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과거에도 도벽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적이 있으나 옷을 입거나 판매하기 위해 훔친 것이 아니라 PMS (Premenstrual Syndrome, 생리전증후군)에 의한 도벽증세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돼 불구속 입건 조치됐다.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증세를 동반하는 PMS 범행에 대해 알아봤다.

 
지난 16일 오후 6시 반쯤 부산 서면에 있는 L백화점에서 세일행사를 열었다. 이날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세일 행사 때마다 출동하는 경찰관이 현장에서 소매치기 방지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날도 도벽이 있는 40대 여성 박씨는 행사 매장에서 시가 80만 원 상당의 유명상표 옷 7벌을 쇼핑백에 넣어 훔쳤고 결국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그러자 그는 나는 42세 된 가정주부고 중학생 딸이 있는데 내가 2년여 동안 도벽증세 때문에 200벌이 넘는 옷을 훔쳤다고 털어놓으며 내 도벽을 끊게 할 방법을 강구해달라고 요구했다.
 
경찰관이 그의 집을 압수수색해 보니 한 번도 입지 않은 500여 벌의 옷이 장롱 속에 수두룩하게 쌓여 있었다.
 
김용범 마음벗 신경정신과의원 원장은 이 여성은 PMS(생리전증후군)를 앓고 있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진단하면서 “PMS란 여성들이 월경을 시작하기 전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울 만큼 두통을 비롯 불안, 초조, 불면증 등 심리적 불안을 겪는 것을 말하는데 심한 경우 자살 충동이 강해지거나 도벽이 생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PMS는 가임기 여성의 약 75%가 적어도 한 번씩은 경험하고 이 가운데 510%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PMS는 월경이 시작되기 410일 전부터 시작해 월경이 시작되면서 끝나는 경우도 있고 끝날 때까지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증세는 배와 머리가 아프고 몸이 퉁퉁 붓는 등 신체적인 변화가 온다. 신경이 예민해지거나 긴장되고 불안, 초조, 불면증 등 심리적으로 불안정해져 별것 아닌 일에도 우울해지거나 쉽게 화를 낸다
 
자살 충동이 강해지거나 도벽이 생기기도 해 생리기간 중 절도 등의 범죄를 일으킨 경우 법원은 PMS를 심신장애로 여겨 무죄를 선고하는 경우가 있다.
 
정확한 원인은 알려지지 않지만 프로스타글란딘 과잉분비와 함께 엔도르핀 불균형, 세로토닌 부족, 면역반응의 이상 등이 원인인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김 원장은 일종의 절도강박증이라고 하는데 본인도 어쩔 수 없는 이 증상은 도박중독하고 똑같고 노출증 환자들의 노출 행동과도 같다. 더군다나 이렇게 함으로써 순간적인 쾌감이 사랑할 때의 그것과 비슷하다고 한다신도 어쩌지 못하는 중독성이 있는 증세이므로 심리치료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 99년 어느 57세 된 가정주부는 상습적으로 절도를 했었는데 폐경을 맞으면서 1년 동안 경찰서에 안 오다가 1년 후에 다시 잡혀온 사건이 있다. 알고 봤더니 우울증 치료를 하느라 호르몬제를 복용하면서 생리가 시작돼 다시 도벽이 발생된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박씨도 PMS에 걸려 남녀 의류를 가리지 않고 단지 훔치는 것 그 자체에 목적을 두고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그가 훔친 옷은 옷마다 가격, 종류도 천차만별이었다.
 
김 원장은 생리가 시작되면 굉장한 긴장 상태가 되는데 훔치는 당시 쾌감을 느끼고, 훔치고 나면 안도하는 심리가 생긴다. 그래서 그게 마약처럼 중독이 돼 2년 넘도록 200회에 걸쳐서 500벌이나 되는 옷을 훔친 것이다그러나 이것은 굉장히 증세가 악화된 상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사람들 같은 경우는 사실 정신적으로 어느 구석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도둑질이 스트레스로부터의 탈출구일 뿐 경제적 이윤의 목적은 전혀 없다따라서 심리치료나 상담을 해줘야지 구속시키거나 형벌을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실제로 남편의 사업 실패로 인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여러 가지 복합적인 상황이 이런 행동을 유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편이나 중학생인 딸은 박씨가 도벽을 가졌다는 것을 몰랐다고 한다.
 
김 원장은 가족들이 한번쯤 자기 엄마, 자기 부인에 대해서 뭔가 이상한 걸 봤으면 병원에 데려가 상담을 통해 해소를 시켰어야 하는데, 결국 2년 전에 체포했던 경찰에게 또 체포를 당하는 상황에 이르게 돼 심리적인 고통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덧붙여 우울증은 마음의 병이 아니다. 뇌의 문제다. 우리는 배가 아프면 내과를 가고 다리가 부러지면 정형외과에 가듯이, 빨리 신경정신과에 갔어야 했다고 말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 중에 3%에서 8% 정도가 PMS라는 병을 앓고 있다.
 
한 번은 세계가 깜짝 놀랄 만큼 유명한 사람의 부인이 당시 서초동의 S백화점에서 의류를 훔쳤다. 그런데 병원에 가서 PMS 소견서를 떼어와 훈방조치로 끝난 사례도 있다.
 
2년 전 모 걸그룹의 가수도 강남구 신사동에서 30만 원 상당의 의류를 훔쳤는데, 이때도 PMS라고 해서 화제가 됐다.
 
실제로 이것은 불법 영득의 의사가 있는 게 아니고 질환 증상이므로 이를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하면 기소유예처분이나 형의 감경처분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PMS라 하더라도 집행유예나 치료감호소에서 치료를 받는 등 일정한 처벌은 받게 된다.
 
hwikj@ilyoseoul.co.kr
 

장휘경 기자 hwik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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