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자본 대이동 가속화할 美 금리인상
국제금융자본 대이동 가속화할 美 금리인상
  • 송철복 수석 편집위원
  • 입력 2015-09-07 14:17
  • 승인 2015.09.07 14:17
  • 호수 1114
  • 2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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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송철복 수석 편집위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9월 16~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에서 2006년 이후 9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할지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은 미국이 저금리를 통해 금융시장에 퍼부은 유동성을 흡수하는 것이어서 그동안 풍부한 유동성 덕분에 가격이 오른 신흥국 주식과 채권 같은 소위 위험자산이 하락 압력을 받게 된다. 또 미 국채 금리가 오르고 달러화 가치가 상승하게 되는데, 이는 지난 수년 동안 수조 달러를 빌린 신흥국 정부와 금융기관, 심지어 가계에도 충격을 줄 수 있다. 신흥국은 대체로 미국보다 금리가 높지만, 미국 금리 인상으로 금리차가 좁혀져 자금 유출이 발생하면 신흥국도 금리 인상 압박을 받을 수 있다. 한국은 2013년 5월 연 2.5%였던 기준금리가 올해 9월 현재 1.5%까지 내려간 상태여서 금리 인상을 통해 자금 유출을 막기에는 난감한 처지다.

연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연방기금금리(은행 간 자금 거래에 적용되는 단기 금리로서 일반은행 대출금리의 기준이 된다)를 0.25%로 끌어내려 지금까지 동결해 왔다. 이에 따라 실질적인 제로금리 시대가 6년 이상 이어지고 있다. 그러다 연준은 지난 몇 달에 걸쳐 올해 중 금리를 올린다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발신해 왔다.

국제 원자재 가격 폭락세

그런데 지난 8월 중국에서 증시 폭락사태가 발생하는 바람에 연준의 금리인상 계획이 영향을 받게 됐다. 두어 달 전만 하더라도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9월 금리인상’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제 달라진 금융환경 때문에 연준으로서는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주식·원자재 값 폭락에 기름을 붓게 될 위험까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면 각국 금리가 덩달아 높아지고, 금리가 높아지면 주식투자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줄어 증시가 침체된다. 원유·광석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은 이미 떨어지고 있다.

세계 주요증시가 연쇄적으로 폭락한 최근 사태를 근거로 많은 시장 분석가들은 연준이 금리인상을 늦추리라 예상한다. 미국 워싱턴에 소재한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 스티븐 올리너 연구원은 “세계 주식시장이 폭락함에 따라 연준이 9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졌다. 그 가능성은 20%도 안 될 것”이라고 AFP통신에 말했다. 연준에 25년 간 몸담았던 전문가인 올리너는 8월 하순의 증시폭락 사태가 있기 직전에만 해도 연준이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50%로 보았다.

연준은 물가안정과 완전고용을 양대 목표로 삼는다. 따라서 연준의 금리조정 잣대도 물가와 고용 상황이다. 연준은 “노동시장이 좀 더 개선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 즉 인플레율이 중기적으로 목표치인 2%까지 회복된다는 합리적 확신을 한 뒤에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나온 미국의 자료는 인플레가 아직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고 노동시장 개선도 충분치 못함을 보여주었다. 지난 8월 하순 공개된 7월 28~29일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여전히 기대에 못 미치는 인플레율과 중국경제의 불안조짐에 우려하고 있다. 7월 회의 참석자들 가운데 몇 사람은 “중국 경제활동의 구체적인 둔화가 미국경제의 전망에 위험을 노정(露呈)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고 회의록에 적혀 있다. 이 회의 이후 중국의 갑작스러운 위안화 평가절하가 있었고, 이로 인해 여러 나라에서 경쟁적인 평가절하가 뒤따랐으며, 신흥국에서의 자금 이탈이 가속화했다.

하지만 지난 8월 29일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주최 연례 경제정책회의에서 “물가상승률이 2%로 올라갈 때까지 긴축(기준금리 인상) 조처 단행을 기다릴 수 없다"고 말해 9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피셔 부의장의 이번 발언은 재닛 옐런 의장을 비롯한 연준의 정책당국자들 사이에서 형성된 “지난 6년에 걸친 금리 비상 상황을 끝내고 통화정책의 새로운 국면, 즉 금리인상으로 옮아가야 하며 그 행동 시점도 늦은 것보다는 이른 것이 낫다”는 공감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의 제로금리 정책, 그리고 이제는 종료된 양적완화(QE) 정책으로 세계경제에 값싼 자금이 수조 달러 투입되었다. 이 바람에 지금 중국에서 보는 것과 같은 시장 거품이 세계경제에 형성되었다. 연준은 제로금리는 미국경제가 정체(停滯)된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는 만큼 현재 나타나고 있는 미국 경제성장의 완만한 상승세를 금리가 더 잘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자면 금리인상이 더 적절한 통화정책으로 가는 첫 걸음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일각에선 양적완화 촉구

결국 문제는 미국 경제 자체보다 중국 경제다. 중국 증시 대폭락이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하면서 이제는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통화긴축 정책 대신 거꾸로 QE를 새로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연준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응해 자산매입을 통해 시중에 자금을 공급하는 1차 QE를, 이어 2010년과 2012년 각각 2차, 3차 QE를 실행하고 지난해 10월 QE 종료를 선언했다.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와 레이 달리오 브릿지워터어소시에이츠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월 25일 연준이 QE 재개를 고려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우려를 낮추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서머스 교수는 이날 트위터에 “연준의 다음 행보가 긴축이 될지는 미지수"라며 “1997년, 1998년, 2007년, 2008년 8월처럼 우리는 매우 심각한 상황의 초기단계에 처해 있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문제는 투자심리 과잉이나 투자자들의 위험인식 부족이 아니기 때문에 연준이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줄 필요가 없다"며 연준의 기준금리 조기 인상에 반대했다. 앞서 서머스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문에서도 연준이 가까운 미래에 기준금리를 인상한다면 ‘심각한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달리오 CEO도 8월 24일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연준의 다음 큰 행보는 긴축보다 QE를 통한 완화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글로벌 부채수준이 높은 데다 중국증시 폭락과 신흥시장의 혼란 등이 겹쳐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scottnearing@ilyoseoul.co.kr 

송철복 수석 편집위원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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