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류제성 언론인] 광주의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8월 27일 대구를 방문했다. 천 의원은 현지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과 손잡고 싶지만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전 의원과도 야권의 미래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천 의원은 이전에도 중도신당을 만들 때 새누리당에서 소외된 유 의원과 함께 갈 수 있다는 말을 해왔다. 경기도 군포에서 대구로 지역구를 옮긴 이후 야당에서 외톨이 신세가 된 김 전 의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유 의원과 김 전 의원 측 모두 천 의원의 잇단 ‘러브 콜’에 대해 손사래를 친다. 유 의원 측은 “ 천 의원이 야권 인사들이 참여하는 중도 신당을 만들면서 유 의원을 끌어들이려 하는 건 보수의 기본 가치를 지키려는 유 의원에 대한 모욕”이라고까지 반박한다.
김 전 의원도 “야권에 변화가 있어야 하고, 그런 동력도 생긴 것은 인정하지만 당장 새정치연합을 깨고 신당을 창당하는 방식은 안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가의 대체적인 시각도 천 의원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비판한다.
유 의원의 경우 부친인 민정당 출신 유수호 전 의원의 영향으로 ‘보수 본능’을 갖고 있다. 경제전문가로서 경제 문제에는 간혹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지만 천 의원의 이념과는 기본적인 결이 다르다.
김 의원의 경우 군포에서 쉽게 4선을 할 수 있었는데도 지역주의 극복을 기치로 내세워 대구로 지역구를 옮겨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황인데, 신당 창당에 합류한다는 것은 명분이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천 의원은 유 의원과 김 전 의원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 천 의원의 중도신당 창당에 동조하는 세력은 거의 모두 호남 출신이다. 최근 새정치연합을 탈당하고 천정배 신당 합류를 선언한 유선호 전 의원은 전남 영암 출신이다. 동반 탈당한 장세환 전 의원도 전북 부안이 고향이다. 탈당에 이은 신당 창당을 계속 예고하고 있는 박주선 의원 역시 광주 동구가 지역구다.
따라서 현 상태라면 천정배 신당이 ‘호남 정당’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천 의원이 호남정치의 복원을 외치며 지난 재보선에서 당선됐지만 신당까지 호남 일색이 되면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천 의원은 대구 출신의 여야 유력 정치인을 끌어들여 신당 창당의 명분으로 삼으려 한다. 하지만 그런 천정배 구상은 상대방의 무반응으로 현실화가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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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성 언론인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