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사퇴할래 안 할래’ 비주류 승부수
문재인 ‘사퇴할래 안 할래’ 비주류 승부수
  • 박형남 기자
  • 입력 2015-09-07 11:04
  • 승인 2015.09.07 11:04
  • 호수 1114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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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위기 탈출 호남 민심에 달렸다”

문 대표 ‘한명숙 전 총리 추징금 모금’ 제안에 당내 반응 싸늘
“당 혁신 실패” 안철수 주장… 비노계 ‘선상 반란’ 가능성 높아져 
‘신당 합류’ 가능성 인사 명단, 야권 당직자들 사이 거론돼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를 둘러싼 당내 민심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비노, 비주류 세력들을 중심으로 집단 반발 움직임까지 포착되고 있다. 이는 4월 재보선 패배 후 수그러든 ‘문재인 당대표 사퇴론’의 ‘불씨’가 여전히 살아 있음을 암시한다. 박주선 의원은 ‘탈당’을 거론하고 있고, 안철수·김한길 전 대표 등은 ‘김상곤 혁신안이 실패했다’고 단정짓고 있다. 더구나 문 대표가 한명숙 전 총리를 감싸는 모습을 보고 비주류 사이에는 ‘이대로는 안된다’는 분위기가 극에 달했다. 김상곤 혁신위원장을 띄워 당 개혁을 통해 비노의 반감을 불식시키려 했던 문 대표로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비주류 일각에서는 향후 행보를 둘러싼 다양한 시나리오들이 나돌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끈다. 

“문재인 대표가 한명숙 전 총리 추징금 모금을 제안한 것을 보고, 정말 실망했다. 당대표로서 자격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지난달 26일 비공개 최고위 회의에서 문 대표가 한 전 총리의 추징금 모금을 제안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온 후 기자와 만난 새정치민주연합 한 의원이 던진 직격탄이다. 그는 “문 대표가 국민 여론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대법원에서 3억 원에 대한 부분은 13대 0의 결과가 나왔다”며 “‘친노 수장’ 중 한 명인 한 전 총리가 구속되면서 이성을 잃은 것 같다. 이로 인해 야당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안 좋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내년 총선을 어떻게 치를지…”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문 대표는 한 전 총리가 8억 8천만 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은 것을 두고 의원들을 향해 “십시일반으로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 전 총리가 상복을 입고 서울구치소로 수감될 때 문 대표 역시 참석하려고 했으나 주승용 최고위원이 극도로 만류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선호, 장세환 탈당
박주선까지 탈당 거론

이에 대해 여권은 물론 새정치연합 내부에서조차 “한 전 총리를 옹호해서는 안 되는데, 문 대표의 말은 좀 지나치다 못해 나가도 너무 나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한 전 총리를 둘러싸고 벌어진 사안들은 ‘초선 문재인’이라는 한계를 보여줌과 동시에 ‘친노 감싸기’ 논란까지 일으키고 있다.

이 때문에 비주류 일각에서는 여론보다는 친노를 우선한다는 평과 함께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 불안감만 가중시켰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4월 재보선 패배 이후 천정배 의원이 당선되면서 ‘신당창당론’이 불거졌고, 비노계에서는 문재인 사퇴론을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문 대표는 ‘사퇴’는 없다고 못 박았고, 김상곤 혁신위원장을 내세워 당 개혁에 박차를 가했으나 ‘친노 아바타’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런 와중에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내세운 혁신안을 두고 비주류 내부에선 ‘실패했다’고 규정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지난 2일 전북대에서 자신의 경제정책 기조인 ‘공정성장론’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당의 혁신은 실패했다”며 “정풍운동이나 야당 바로 세우기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한길 전 대표도 “혁신 성과가 국민의 희망을 자아내는 데는 성공하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비주류인 이종걸 원내대표는 “안 전 대표의 혁신위 평가나 야당 바로 세우기 운동 제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고, 박영선 전 원내대표 역시 “핵심을 찌르는 혁신안을 발표하지는 못했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이는 ‘김상곤 혁신위’가 사실상 실패했다고 보고, 비노계의 ‘선상 반란’으로 번질 가능성도 농후하다. 이 경우 문 대표가 사퇴를 하지 않는다면 호남 비노, 비주류를 중심으로 탈당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 ‘신당’의 위력은 더 커질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로 박주선 의원은 탈당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최근 탈당 의사를 시사한 박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추석 전에 (탈당) 결단이 나오는 것이냐”는 물음에 “그런 방향으로 입장과 구상을 정리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혁신위) 혁신이 제대로 되지 않고 ‘불임정당’이라는 평가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이 당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 의미가 없지 않느냐"며 "당을 흔드는 것과 당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비판을 구별하지 못하는 문 대표가 굉장히 아쉽다"고 덧붙였다. 더구나 장세환, 유선호 전 의원이 새정치연합을 탈당해 천정배 신당에 합류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현역 의원들이 추가 탈당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기류를 접한 문 대표는 불쾌한 속내를 여실히 내비치고 있다. 문 대표는 지난 1일 광주·전남지역 언론들과의 간담회에서 당 혁신위 활동 종료와 함께 대표직 사퇴론과 관련해 “지도부 흔들기가 아니냐”며 “이것이 다음 총선에서 승리하는 데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 저는 그 주장도 (이제) 당내에서 없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다음 총선은 당내의 모든 세력이 단합해서 치러야 한다”며 “적절한 시기가 되면 당내 지도자급에 해당하는 분들이 다 참여하는 ‘무지개 선대위’, ‘용광로 선대위’가 (구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비주류 진영에서 ‘문재인 체제로 총선 승리가 어렵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 “내년 총선은 제 정치 생명과 미래가 걸려 있다”며 “누구보다 내년 총선 승리에 절박한 사람이 저 아니겠느냐”고 맞받았다. 특히 문 대표는 ‘뿔난 호남 민심’을 달래기 위해 연일 호남지역을 방문할 뿐만 아니라 지난 4월 재보선 공천 실패에 대한 비판을 감식시키기 위해 호남지역, 오픈프라이머리 실시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등 돌린 호남 민심을 달래고 당내 계파 갈등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즉, 내년 총선 결과에 따라 문 대표가 거취를 표명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손-천-안 연대
시나리오 나돌아

이처럼 주류와 비주류간의 첨예한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비주류 일각에서는 향후 행보를 둘러싼 그럴싸한 시나리오가 나돌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내년 총선 이후에 비주류 의원들이 대규모 탈당을 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새정치연합 호남지역 비주류 한 의원은 “당장 신당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신당이 성공했으면 좋겠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이를 뒤집어 보면 당에 남아 공천을 받은 뒤 총선 결과에 따라 신당에 합류할 가능성 높다. 대신 공천에서 탈락할 경우 곧바로 신당에 합류할 수도 있다.

기자로부터 이러한 얘기를 전해들은 한 당직자는 “결과적으로 신당에 합류하겠다는 얘기”라며 “내년 총선에서 제1당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보고, 당에 남아 공천을 받은 뒤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실제 여의도 주변에선 내년 총선 이후 ‘손학규-안철수-김한길-천정배’가 한 배를 탈수도 있다는 얘기가 설득력 있게 나돌기도 했다. 또한 친노 인사들을 철저히 배제할 것이란 소문도 돌고 있다.

이와 관련 한 당직자는 “천정배 신당의 경우 10석 미만만 얻어도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새정치연합은 내년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120석도 힘들 수 있다. 이럴 경우 총선 패배에 대한 책임론과 함께 지금의 새정치연합으로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감지될 수밖에 없다”면서 “금배지를 단 비주류 현역의원들이 신당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통해 원내교섭단체인 20석 이상의 의석수를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선 주자급 인사들이 신당에 합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관측했다.

이어 “친노 인사들을 배제한 채 비주류를 포함 수도권 인사들이 대거 합류, 친노계 인사들을 대거 고립시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야권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내년 공천을 받은 뒤 신당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는 인사들의 명단이 당직자들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문 대표가 총선 승리를 이끌어낼 경우 이러한 비주류의 구상은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고 예측한다. 문 대표의 대권가도에도 파란불이 켜질 뿐만 아니라 당내 분란도 어느 정도 봉합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년 총선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7122love@ilyoseoul.co.kr

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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