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지/금] 쑥쑥 크는 비인기 스포츠 뒤엔…
[재/계/는/지/금] 쑥쑥 크는 비인기 스포츠 뒤엔…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5-09-07 10:53
  • 승인 2015.09.07 10:53
  • 호수 1114
  • 4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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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준·정의선 부회장 등 스포츠 사랑 있었네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비인기종목 스포츠단의 승전 소식과 함께 기업 총수들의 보이지 않는 후원 소식이 잇달아 알려지면서 재계와 스포츠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특히 비인기종목 선수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기업 오너가 직접 나서 선수들을 격려하고 포상금을 전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업의 긍정이미지가 제고되고 더불어 비인기종목 선수들에 대한 관심도 뜨거워지고 있다.

후원·포상금 지급으로 선수들 사기 진작 앞장
사회 환원·기업이미지 향상…두 마리 토끼 잡아


<뉴시스>
가장 최근 훈훈한 감동을 전한 종목은 여자야구다. 지난달 31일 폐막한 ‘2015 LG컵 국제여자야구대회’에서 우리나라 여자대표팀이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들의 수확을 위해 후원한 LG전자도 우승 트로피를 함께 들어올렸다는 게 스포츠업계와 재계의 평가다.

그동안 국제여자야구대회는 단 2개뿐이었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에서 개최하는 ‘세계여자야구월드컵’과 홍콩야구협회가 주관하는 ‘홍콩피닉스컵’이었다. LG컵 국제여자야구대회는 작년에 신설됐다. 이마저도 LG전자의 후원이 없었다면 빛을 보지 못했을 터.

구본준 부회장은 2012년 여자야구 수도권 연합팀과 경기를 치른 뒤 열악한 사정을 전해 듣고 후원을 약속했다. 그해에 LG배 전국대회를 열었고, 지난해 LG컵 국제대회를 창설했다. 작년에 완공된 최신식 야구장인 LG 챔피언스파크도 흔쾌히 내줬다.

LG전자의 지원 아래 한국 여자야구는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07년 한국여자야구연맹에 등록된 선수는 295명(19개팀)이었는데, 2015년 현재 860명(42개팀)으로 2배 가까이 많아졌다. 어린 여자 야구 선수들도 늘어나고 있다. LG컵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대표팀 평균 연령은 작년에 32.4세였는데 올해는 30.1세로 낮아졌다.

지난달 28일 한국A팀과 대만팀이 벌이는 개막전 시구를 하고 경기를 관전한 구 부회장은 “앞으로도 여자야구가 최고의 스포츠 종목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앞서 대한양궁협회(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는 7월 26일부터 8월 2일까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개최된 2015 세계양궁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6개, 동메달 3개로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둔 국가대표 선수단에 포상금 전달식을 가졌다.

<뉴시스>
전달식에서는 리커브 남자 개인전과 단체전 2관왕을 차지한 김우진(청주시청) 선수가 3천 800만 원의 포상금을 받은 것을 비롯해 리커브 여자 개인전 및 혼성팀전 2관왕 기보배(광주광역시청) 선수와 컴파운드 여자 개인전 및 혼성팀전 2관왕 김윤희(하이트진로) 선수가 각각 3천600만 원, 리커브 남자 단체전 및 혼성팀전 2관왕 구본찬(안동대)선수가 2000만 원을 받는 등 세계양궁선수권대회 선수단에게 세계양궁선수권대회 최대 규모인 총 3억 1800만 원의 포상금이 지급됐다.

정의선 협회장은 “이번 코펜하겐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리커브와 컴파운드 종목을 합산하여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둔 선수단의 활약에 기존 세계선수권대회 포상금 대비 30% 증액된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비인기 종목
지키는 기업들

뿐만 아니다. 비인기 종목을 지키는 기업들이 더 있다. 한국 남녀 핸드볼은 1990년, 1994년, 1998년, 그리고 2002년 아시안게임에서 동반 우승을 차지했다.  국가대표 핸드볼팀이 유럽 강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던 데는 SK그룹의 지원이 큰 몫을 했다.

2008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한핸드볼협회 회장에 부임하면서부터 7년째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한화그룹도 2002년부터 대한사격연맹의 회장사를 맡아 전폭적인 지지를 해오고 있다. 지금까지 13년간 대한사격연맹에 약 100억 원에 달하는 사격발전기금을 지원하며 사격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애정을 보이고 있다.

삼성도 1997년부터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사를 맡아 스피드스케이팅·쇼트트랙 등 빙상 종목 전반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왔다.
2018년까지 대한컬링경기연맹에 100억 원 상당을 후원하기로 한 곳은 신세계다. 신세계는 지난해 제1회 ‘신세계·이마트 전국컬링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 밖에 한라는 아이스하키팀을, CJ는 한국 스노보드팀을 꾸준히 지원해 왔다.
그렇다면 기업들이 비인기종목 후원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업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 비인기 종목에 대한 지원은 적은 돈으로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라고 말한다. 기업과 선수가 ‘윈윈’한다는 것. 비인기 종목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선수들의 실력이 빠르게 늘고 국민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어 축구나 야구 같은 인기 스포츠만큼 마케팅 효과가 크다는 설명이다.

또 대기업 회장 등 최고경영자가 각종 체육단체·연맹의 수장 자리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명분과 함께 ‘소속 회사의 스포츠 마케팅’ 뿐만 아니라 ‘국내·외 국민적 행사 참여’라는 여러 토끼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관계자는 “기업이 비인기 종목에 장기 투자를 함으로써 국민체육 진흥에 기여한다는 긍정적 측면이 부각된다”고 말했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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