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탄생한 ‘통합 삼성물산’이 지난 2일 공식 출범했다. 통합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에 이어 국내 3위, 시가총액 31조여 원 규모의 거대 기업이 됐다. 이재용 부회장 체제 전환이 본격화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의 인사와 추가적인 지배구조 개편 작업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또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할 통합 삼성물산의 시너지 효과 여부에도 주목하고 있다.
매출 60조 원 달성 목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탄생한 ‘통합 삼성물산’은 지난 2일 공식적인 출범을 알렸다.
이와 함께 이사회는 주주권익 보호를 위한 거버넌스위원회, 주주와의 소통 강화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목표로 한 사회적책임(CSR)위원회 설치를 의결했다. 거버넌스위원회는 사외이사 3명과 외부전문가 3명 등 총 6명, CSR위원회는 김봉영 사장과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된다.
통합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 역할을 하게 된다. 또 합병으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에 이어 국내 3위, 시가총액 31조여 원 규모의 거대 기업이 됐다. 통합 삼성물산은 해마다 매출을 10% 이상씩 늘려, 오는 2020년까지 매출액 60조 원과 영업이익 4조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경영 체제는 기존 삼성물산의 건설과 상사 부문, 제일모직의 패션과 리조트 부문 등 4개 사업 영역을 4명의 사장이 나눠서 운영한다. 최치훈 건설부문 사장을 비롯해 패션부문은 윤주화 사장, 상사부문은 김신 사장, 리조트·건설부문은 김봉영 사장이 선출됐다.
당분간 통합 삼성물산은 4명의 사장과 경영지원실장이 참여하는 ‘시너지 협의회’를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또 바이오 부문도 통합 삼성물산이 주도한다. 삼성그룹은 바이오 부문을 미래 성장 동력 중 하나로 삼고 있다. 삼성물산은 바이오 부문을 통해 2020년 매출 1조8000억 원 창출하고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나스닥 상장을 검토 중이다.
최치훈 사장은 출범식 당일 “합병을 통해 성장성과 안정성을 갖춘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했고, 바이오를 포함한 새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며 “임직원 모두 혼신의 힘을 모아 시너지를 창출하고, 기업 가치를 더욱 높이겠다”고 말했다.
또 “주주와의 소통을 확대하고 사회적 책임을 충실히 이행해 투명하고 신뢰받는 기업이 되도록 열과 성을 다하자”고 당부했다.
승계 작업 가속화
통합 삼성물산의 합병 절차는 합병 등기 절차를 걸쳐 기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합병 법인의 신주를 나눠준 뒤, 신주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통합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는 지분 16.5%를 보유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통합 삼성물산은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 4.1%를 보유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누나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5.5%, 동생 이서현 제일기획 사장 역시 5.5%의 지분을 보유한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포함한 총수 일가의 지분을 모두 합치면 30.4%에 이른다.
통합 삼성물산을 반대했던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의 보유 지분은 2.2%에서 0.6%로 감소했다. 이 외의 외국인 지분율도 10.4% 수준으로 내려갔다.
이를 근거로 재계는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그룹 통제권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통합 삼성물산 출범으로 이재용 부회장은 지분을 추가 확보하고, ‘통합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만들었다.
또 삼성물산의 출범은 삼성그룹의 3세 승계 작업에 더 속도를 붙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그룹이 합병비율 불공정 시비에도 불구하고 합병을 밀어붙인 까닭도 승계 작업을 위함이었다는 시선이 여전하다.
이런 까닭으로 통합 삼성물산의 조직개편 등 합병 과정에서 쌓인 과제 해결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우선, 불투명한 의사 결정 구조를 개선하고 새로 생겨난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합병 과정에서 불거진 엘리엇과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었던 주주들을 위한 소통을 강화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합병 과정에서 떨어진 주가를 끌어올리는 조치도 필요하다. 삼성물산은 합병을 결의한 주주총회 전까지 주가가 상승했지만 주주총회 이후로 23%가량 하락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구 삼성물산 주주들 중 주가 상승으로 매도를 원하는 주주가 있을 수 있다”며 “통합 삼성물산의 재상장일을 기점으로 수급에 의한 주가 상승 종료와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조직개편에 대한 과제도 남아 있다. 통합 삼성물산의 직원수는 제일모직 4300여명, 삼성물산 8200여명 등 총 1만2500여명이다. 이 중 건설부문은 제일모직 1184명, 삼성물산 7270명으로 중복 부문이 많아 대규모 구조조정도 예고되고 있다.
4명의 각자 대표이사 체제 운영이 단기간에 끝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올해 정기 인사에서 단독체제 혹은 2인 공동대표 체제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각 4인 대표이사 중 1명이 부회장으로 승진한 사실상 대표로 삼성물산이 운영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삼성그룹은 오는 11월까지 사장단에 대한 인사 평가 작업을 진행한 뒤 오는 12월 중순 임원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이밖에 기업 문화 통합도 해결 과제로 거론된다. 특히 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연봉차가 화젯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물산의 임직원 평균 연봉은 8900만 원가량이다. 제일모직의 임직원 평균 연봉은 6100만 원이다. 한 지붕 두 회사의 연봉 격차가 크면 직원 간 융화를 해칠 수 있다.
또 건설기업과 패션기업 각각의 특성이 나타나는 근무 복장, 기업 문화의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이처럼 통합 삼성물산에 거는 기대와 과제들이 복합적으로 뒤섞인 가운데 통합 삼성물산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