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살 딸의 의혹투성이 죽음
29살 딸의 의혹투성이 죽음
  • 최은서 기자
  • 입력 2011-02-15 13:11
  • 승인 2011.02.15 13:11
  • 호수 876
  • 1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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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결집력에 경찰조직 움직였다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올라온 김씨 어머니의 호소 글.

29살 딸 김모(29·여)씨의 의문에 싸인 죽음과 관련한 경찰수사에 유족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2일 김씨의 어머니는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아침에 웃으며 나갔다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우리 딸’ 이라는 제목으로 청원을 올렸다. “두 달 전 남자친구 오피스텔에서 숨진 채 발견 된 딸의 사망경위가 자살로 나왔으나 의문점이 많아 납득하기 힘들다”는 내용이었다. 이 글에서 경찰의 수사태도에 대한 강한 불만과 딸의 죽음과 관련된 의문점을 제시해 큰 관심을 끌었다. 만 명이 넘는 네티즌들이 서명에 동참하는 등 사회적으로 이슈화 되자 경찰도 곧장 ‘철저히 수사 하겠다’며 입장을 밝힌 후 보강수사에 나섰다. 과연 유족들이 제기한 의문들이 경찰 보강수사에서 다 해소될지 모두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다음 아고라 청원 글에서 김씨의 어머니는 “하소연 할 곳 없어 눈물만 흘리는 엄마”라며 힘든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경찰의 수사과정이 억울하고 답답해서 글을 쓰게 됐다”며“경찰은 자살일 것이라는 말로 초지일관하고 있으며 사건을 종결지으려 하고 있다“고 경찰 수사과정에 대한 불신을 표출했다.


남자친구 오피스텔에서 발견

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0일 새벽 2시께 고인의 어머니는 경찰로부터 김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듣게 됐다.

김씨는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 K씨가 거주하는 강남 역삼동 오피스텔에 갔다 이튿날 숨진 채 발견됐다. 최초 발견자는 남자친구인 재일교포 K씨로 발견 즉시 119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K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날 0시40분께 오피스텔에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불 꺼진 화장실 안에서 김씨가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진술했다. 발견 당시 김씨는 무릎을 꿇은 자세로 머리를 칸막이에 기댄 채였으며 목에는 목도리가 느슨하게 걸쳐져 있었다고 한다.

사건을 담당한 수서경찰서는 K씨의 진술과 ‘경부압박에 의한 질식사’라는 국립과학연구원 부검 결과를 토대로 김씨가 자살한 것으로 일단락 지었다.

경찰 관계자는 “자살로 결론지은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수사과정에서 유족이 이의를 제기해 보강수사에 들어간 상태”라고 밝혔다.


유족, 타살 의혹 제기

김씨의 어머니는 글에서 “경찰이 현장 확보 및 알리바이 검증 없이 단순 자살로 처리했다”며 경찰 수사에 관한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는 한편 “자살이라는 단 한 줄의 통보가 엄마로서 너무 억울하고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김씨가 자살할만한 이유가 없었으며 경찰이 외부침입 흔적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자살로 사건을 마무리 짓고 타살 혐의에 대해서는 수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씨 어머니가 제기한 의혹은 다음과 같다. 우선 니트 목도리가 목을 압박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의구심을 표시했다. 김씨의 목에 남아있던 3줄의 자국과 좌측 턱선 밑쪽의 상처를 언급하며 타살 의혹을 제기했다. 또 -5정도의 시력으로 심한 야맹증도 있는 김씨가 안경 없이 십여 발자국 이상 떨어져 있는 불 꺼진 화장실에 들어가 자살을 시도했다는 점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강한 의문을 표시했다.

이어 경찰의 수사태도에 대한 불만도 언급했다. 유족들이 경찰에 부검소견서 복사 요청을 하자 ‘방송국이나 여론에 제보할까봐 줄 수 없다’고 했으며 사건당일 CCTV 요청도 거부했다고 전했다.

핸드폰 수사의뢰를 했더니 ‘스마트 폰이라서 못했다’는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으며, 통화 내역과 삭제된 문자내용을 3차례에 걸쳐 요청했으나 ‘컴퓨터 고장으로 공문서를 못 띄운다’는 이유로 아무런 답변이 없다고 전하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정확한 사인 규명하겠다”

이 같은 유족의 의혹제기에 서울지방경찰청도 아고라에 글을 올려 “서울지방경찰청에서 현재 수서경찰의 사건처리과정을 면밀히 파악 중에 있다”며 “빠른 시일 내에 제기한 의문사항에 대해 사실관계를 철저히 수사하여 한 점의 의혹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며 발 빠르게 대응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족이 수서경찰서의 수사과정에 이의를 강하게 제기해 경찰청에서 보강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현재 결론 난 것은 없으며, 보강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네티즌들도 “공정한 수사가 이루어지길 바란다”며 사건의 추이에 주목하는 한편 “인터넷에 올려 화제를 모아야만 경찰이 관심을 가져준다는 것이 씁쓸하다”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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