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 MBC 사장공모는 쇼” 주장
‘청와대 재선임 개입설’ 솔솔
‘청와대 재선임 개입설’ 솔솔

MBC가 2월 24일자로 임기가 끝나는 김재철 사장의 뒤를 이을 사장을 공모하고 있는 가운데 문화방송 노조가 “사장 선임 작업이 투명하게 진행되고 있지 않다”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노조는 자체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통해 90%이상이 현재 김 사장의 연임을 반대한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를 바탕으로 김 사장 연임 반대 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문제는 사측의 입장이 노조와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다는 데 있다. 노조 측은 재선임 결사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데 반해 사측은 김 사장의 재선임을 위해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노조는 사측에 강력히 항의하며 김 사장이 재선임된다면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사장 선임을 놓고 상황이 복잡하게 전개되면서 여러 소문이 MBC 주변에 퍼지고 있다. 소문들 중에는 귀를 솔깃하게 하는 것도 적지 않다. 김 사장이 연임을 위해 막대한 선심성 예산을 낭비했다거나 청와대가 김 사장의 연임을 물밑에서 은밀히 지원하고 있다는 등의 의혹제기가 쏟아지고 있다.
MBC가 사장 공모 일정을 확정했다. MBC는 2월 1일부터 9일까지 신임 사장을 공모한다.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열고 같은 달 27일부터 2월 9일까지 공모자 접수를 받고 이달 10일 후보자를 1차로 압축하기로 했다. 이어 16일에는 개별 인터뷰를 진행한 뒤 당일 대표이사 최종 내정자를 확정할 계획이다. 최종 내정자는 28일 열릴 주주총회를 통과하면 정식 선임된다. MBC 대표이사의 임기는 3년이다.
그러나 노조는 이에 대해 “각본을 미리 정해놓고 움직이는 ‘쇼’일 뿐이다”라고 일축하고 투쟁 결의를 다지고 있다.
노조는 투쟁속보를 통해 “작년 김재철 사장 선임 당시 이미 확인됐듯, 방문진이 청와대의 거수기로 전락한 상황에서 이번 차기 사장 선임 과정도 청와대의 의중을 집행하기 위한 ‘사장 공모 쇼’에 그칠 것”이라고 방문진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노조 측에 따르면 김 사장은 그동안 무능함을 여실히 드러냈기 때문에 절대로 연임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노조 측은 김 사장을 연임시키려는 청와대의 계획을 MBC 장악 음모를 완성하기 위한 ‘중고 낙하산 재투하 작전’으로 규정하고 이를 저지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노조측은 “MBC의 독립성을 노골적으로 짓밟고 김 사장 연임 과정을 사실상 배후 조종하는 청와대의 행태에 대해서도 모든 방법을 동원해 규탄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노조 측의 주장을 들어보면 김 사장의 문제점은 크게 5가지 주제로 요약된다. ‘가벼운 언행으로 대표되는 자질 부족’, ‘사장 1인의 자의적 결정에 따른 시스템 붕괴’, ‘충성파만 중용하는 인사정책’, ‘제멋대로식 조직 개편’, ‘종편관련 무대책’이다.
노조 김재철 사장의 문제점 열거
노조는 “김 사장은 경영조차 ‘즉흥 통치’, ‘일방통행’으로 일관해 MBC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며 “작년 3월 9일 마산, 진주 겸임사장 발령을 시작으로 올 1월 14일 단체협약 일방해지에 이르기까지 많은 의사결정이 김 사장의 즉흥적이고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자행됐다. 인사 및 조직에 대한 많은 문제들도 근본적으로는 이러한 독선적 경영 스타일에 기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노조는 기획실의 한 관계자 말을 빌어 “모든 결정이 이미 사장 머릿속에서 내려진 상태였고, 기획실은 이를 집행하기에 급급했다. 사장의 최측근 부서라고 할 수 있는 정책기획부 또한 장기간 개점휴업 상태였다. 조직개편의 세세한 내용까지 하달되는 상황에서 우리는 김재철 사장이 벌인 원맨쇼의 구경꾼이었을 뿐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설문조사에서 조합원들의 57.4%가 ‘사장 1인의 자의적 경영에 따른 시스템 붕괴’를 경영상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재철식 공포정치도 비난의 대상이다. 노조에 따르면 김 사장은 회사를 장악하기 위해 노골적으로 ‘충성파 중용’, ‘반대파 숙청’이란 인사정책을 남용했다는 것이다. 노조 측에 따르면 사장 퇴진성명에 동참한 고참 사원들을 대거 승진에서 누락시킨데 이어, 지난 9월에는 천안함 관련 뮤지컬 제작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글로벌본부의 보직간부를 전격 교체하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MBC 사장 공모 개입 의혹
이와 함께 최근 청와대가 MBC 사장 공모에 은밀히 개입했다는 주장이 MBC 내부에 퍼지고 있다.
노조가 밝힌 바에 따르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최근 사석에서 MBC 차기 사장 문제와 관련해 ‘김재철 사장의 연임이 거의 확정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사장을 대신할 다른 후보자가 마땅치 않다며, 방문진의 차기 사장 공모 절차와 상관없이 그의 연임을 기정사실화 하는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26일 MBC의 한 고위인사는 국장단회의에서 관계회사 부장이 있는 가운데 “김사장은 MB로부터 연임을 통보받았다”고 말하면서 열심히 일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내용이 구체적이어서 소문이 사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청와대 개입설’에 대해 회의적이다. 청와대가 방문진 이사회를 통해 공모가 결정된 사안에 개입해 비난을 자초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측에서 김 사장이 연임토록 만들기 위해 말을 만들어 내는 것 같다”며 “만약 청와대 개입이 사실이라면 이는 매우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MBC 내부에서는 김 사장이 연임을 위해 방문진 인사에 로비를 벌였다는 소문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김 사장은 방문진 인사가 상하이로 출장을 간다는 것을 알고 A 실장, B 사업센터장 등을 보내 연임을 위한 로비를 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사장 측은 이에 대해 “노조측이 만들어낸 루머에 불과하며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김 사장 측은 “최근 MBC 내부에 사장 선임을 놓고 여러 소문들이 난무하고 있지만 거의 전부가 날조된 루머일 뿐”이라며 “사장 공모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불순한 목적을 가진 이들이 소문을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소문을 입증하는 근거는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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