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길승 대한펜싱협회장 전격 사퇴, 속사정은?
손길승 대한펜싱협회장 전격 사퇴, 속사정은?
  • 장휘경 기자
  • 입력 2015-08-31 11:43
  • 승인 2015.08.31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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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최태원 회장이 사표 수리, "다급한 사정이 뭐길래..."

▲ 뉴시스
[일요서울 | 장휘경 기자] 2009130일 제29대 대한펜싱협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크고 작은 국내외 펜싱대회 및 행사에 직접 참여해 펜싱인의 사기 진작과 의욕 고취에 공들인 현장형 리더로 평가받았던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이 지난 20일 전격 사퇴했다. 이에 사임 이유를 둘러싸고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가장 설득력 있는 배경은 손 회장이 협회 내의 특정인물에 대한 인사 청탁을 거절하자 사퇴압력을 받았다는 것. 이에 [일요서울]이 전반적인 소문에 대한 진위여부를 살펴보았다.

“펜싱계의 비정상적 관행과 비리 불식시켜야”

2000시드니올림픽대회 펜싱 금메달리스트 K씨가 2014년 5 월 13일 당시 관세청장이었던 백운찬 한국세무사회장에게 간절함이 담긴 진정서를 1통 보냈다.

진정서의 대략적인 내용은 1991년부터 10여 년 동안 대한펜싱협회 임원 및 총 감독으로 재직한 바 있는 H씨가 밀수 및 공금횡령ㆍ착복 등을 했으니 처벌해달라는 탄원이었다.

진정서에 따르면 H씨는 재 직 기간 동안 독일에 사는 친 구인 무역업자 J씨와 공모해 대한펜싱협회 선수단을이용 한 밀수를 여러 차례 했다. 선 수단은 시합 및 전지훈련을 마치고 귀국하기 전 H씨가고 가의 롤렉스시계 1개씩을 지급했다가 한국 공항에 도착하면 시계를 회수하는 방식으로 밀수 및 탈세의 비리를 수없 이저질러도 순순히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당시 그의 영향력이 펜싱협회에서 막강했기 때문이다.

K씨는 또한 진정서를 통해 “H씨는대한펜싱협회를 음해 하고 모략하며 일부 소속팀 출신 제자와 학교 후배들과 모의해 파벌을 형성하는 등 한국 펜싱 발전을 저해하고 있어 개탄을 금치 못하겠다” 며“그는대표선수단의 훈련경비를 착복하고공금횡령과 부정을 계속 저질러 협회의 임원직에서 퇴출당하기도 했다”고 토설했다.

그러면서“존경하는 관세청장님, 그를 사회악으로 구분해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탄원하며“다시는 이러한 범죄가 재발되지 않음으로써 대한 펜싱협회가 한층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간청했다.

그러나 이러한 간곡한 탄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H씨는 1년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체육계에서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사회 전반에 만연된 비정상적 관행과 비리를 불식시키겠다는 현 정부의 개혁 의지를 무색하게 만들 만큼 H씨를 비호하는 세력이 펜싱계에서 크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모양새다. 펜싱 금메달리스트인 K씨가 직접적인 탄원의 대상으로 삼았던 장본인이 한국실업펜싱연맹 회장으로 선임됐기 때문이다.

모 스포츠신문사 기자는 칼럼을 통해 H씨가 한국실업펜싱연맹 회장으로 선임된 것에 대한 승인을 거부하던 대한펜싱협회를 비난하는 기사를 쓰기도 했다. 그러면서 협회의 승인 거부를‘몽니 부리기’로 몰아부쳤다.

그는 K씨의 진정 내용과는 달리 H씨를 가리켜“앞장서 펜싱개혁을 이끌었던 인물”이라 평하면서“펜싱계의 비리를 스포츠4대악센터에 제보해 개혁을 추구하며 오랫동안 정의롭고 외로운 투쟁을 했다”고 추켜세웠다.

이처럼 K씨와 상반된 주장을 하는 것에 대해 한 언론계 인사는“밀수혐의 및 공금횡령에 대한 탄원이 만약 허위였다면 명예훼손, 무고행위 등의 법적대응을 그는 왜 하지 않았겠는가?”라며“그의 비단길 금의환향에는 상당한 배경이 작용했다는 게 내부정설”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태원 회장이 사면으로 업무복귀해서 결재한 첫 인사가 2016년까지 임기가 보장된 SK의 원훈 손길승 전 대한펜싱협회장의 사표수리였다”며 “이같은 결정을 낼 만큼 최 회장의 다급한 사정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항간의 의혹이 크다” 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앞서 언급한 모 기자가 칼럼 말미에 쓴“자칫 SK가 펜싱에서 범한 우를 바로잡지 못하면 그 불똥이 돌이킬 수 없는 더 큰불로 번질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는 글귀에 의문부호가 던져진다.

그룹 회장 출감 시점 사퇴 납득하기 어려워
 
한편 각종 국제무대에서 눈부신 성적을 내며 승승장구했던 대한펜싱협회의 손길승 협회장이 지난 20일 협회장직 사퇴를 결심한 이유에 대해서도 의혹이 쏠리고 있다.

특히 지난 14일 광복절 특사로 사면ㆍ복권된 SK그룹 최태원(55) 회장의 출감 시점에 손회장이 퇴진해 체육계에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손 회장은 지난 2009년 제29대 대한펜싱협회장에 선임된 데 이어 2013년 30대 협회장 연임에 성공해 최근까지 활발한 대내외적 활동을 펼쳐왔기에 협회장 사퇴는 더욱 납득할수 없다는 것이 체육계의 반응이다.

더구나 손 회장은 한국 펜싱계를 눈부시게 발전시킨 주역으로서 공로를 인정받은 인물이다. 그런 손 회장이 최 회장 사면 직전에, 그것도 임기가 1년 이상 남았는데 전격 사퇴를 결심한 배경에 대해 일각에서는 SK의 내부적인 압력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손 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산하의 통일경제위원회 위원장직에 전념하기 위해 사임을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 전 협회장은 지난해 출범한 전경련 통일경제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통일경제위원회는 올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상태다.

대한펜싱협회는“내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대회를 1년 앞둔 시점에서 손 협회장이 막중한 두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며“한국 펜싱계가 새로운 협회장을 중심으로 올림픽을 잘 준비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탁월한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는 마음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고 손 전 협회장의 입장을 설명했다.

손 회장은 구체적인 사퇴이유를 언급하지 않고 있어 언론 및 펜싱계 주변에서는 의문의 눈길이 거둬지지 않고 있다.

D언론 매체는“정부 고위인사 A씨가 SK 고위 임원에게 손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인사청탁을 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으며 펜싱협회 주변에서는 이 같은 의혹이 제기된 이상 반드시 진상조사를 해 사실이라면 관련자를 문책해야 한다는 성토의 목소리가 거세게 일고 있다”고 밝혔다.
 
hwikj@ilyoseoul.co.kr

장휘경 기자 hwik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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