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프로야구가 이제 각 팀별로 30여 경기밖에 남겨두지 않은 가운데 상반기 5위를 지켜오며 가을야구 가능성을 높였던 한화가 최근 부진의 늪에 빠져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지키겠다던 5위 자리마저 뒷심을 발휘하고 있는 KIA에게 내주면서 시즌 종료까지 치열한 5위 다툼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한화를 이끌고 있는 김성근 감독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팬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KIA와 한화 격전 속에 5위 자리 놓고 8위 롯데까지 군침
불펜부진에 선발까지 흔들려…잇단 악재 보직 파괴로 쇄신
28일 현재 양 팀은 1게임차로 5위 자리다툼을 벌이고 있다. 물론 이 같은 5위 싸움에는 7위 SK 와이번스와 8위 롯데 자이언츠까지 가세하면서 한마디로 아수라장을 연상시킨다. 더욱이 5위에서 8위까지 단 3게임차에 불과해 이들 모두 가시권에 들어와 있다.
이처럼 한화는 시즌 최대 위기에 봉착하면서 위기설에 휩싸였다. 일부에서는 김 감독의 무리한 특별훈련과 돌려막기를 지적하며 선수들이 체력적 한계에 부딪혔다고 진단했다. 특히 8월 들어 월요일 경기까지 부활하는 등 선수들이 감내해야 하는 체력적인 한계가 증가한 것도 위기의 원인으로 꼽는다.
무너진 불펜, 투지로 보답
이에 대해 한화는 지난 26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1위 팀 삼성 라이온즈와의 시즌 14차전 경기에서 10-9 짜릿한 역전승을 일궈내며 위기에 무너지는 한화가 아닌 투지로 보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이날 경기에서 한화의 시작은 녹록치 못했다. 선발 안영명이 구자욱과 박해민에게 연속 안타를 맞더니 나바로에게 3점 홈런까지 허용하며 3실점 했다. 또 최형우를 비롯해 박석민, 이승엽에게 나란히 안타를 내주고 한순간에 0-5로 뒤처지며 기세가 꺾이는 듯했다.
하지만 한화 역시 5위 자리를 위해 작정한 듯 2회 최진행의 투런포와 김경언의 2루타, 이용규의 적시타로 3점을 만회하며 희망의 싹을 키웠다. 그러나 삼성 역시 3점을 추가로 올리며 8-3으로 달아났다.
그러나 지난해처럼 쉽게 포기하는 한화가 아니었다. 한화는 김기현 이후 송창식과 박정진, 김민우가 차례로 나섰고 6회 수비부터는 제이크 폭스가 포수 마스크를 쓰는 이변을 만들었다.
폭스에 따르면 김 감독은 이날 경기 전부터 폭스에게 포수를 준비시킨 것으로 알려져 김 감독의 새로운 계산법이 숨어 있었다.
그러나 9회초 김민우가 1점을 실점해 다시 동점을 이뤘지만 결국 연장 승부에서 한화가 웃으며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11회 말 한화는 이용규가 출루한 뒤 정근우가 볼넷으로 나가면서 1사 1, 2루를 만들었다. 이후 김태균이 좌전안타를 때려 이용규를 불러들이면서 팽팽했던 양 팀의 균형을 깨트렸다.
이로서 한화는 지난 13일 넥센전부터 20일 kt전까지 7연패를 기록해 5강에서 멀어지는 듯했지만 다시 불씨를 살렸다. 더욱이 최근 불펜의 힘이 떨어지며 승리를 챙기지 못했지만 이번 경기에서 선발이 0이닝 5실점이라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불펜의 힘만으로 버텨내며 달라진 한화를 다시금 확인시켰다.
삼성 역전극에서
찾은 힌트
더욱이 이번 경기에서 한화는 그간의 부진을 타개할 만한 여러 힌트를 얻어내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정규리그를 어떻게 마무리할지 야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우선 한화는 김민우가 삼성을 상대로 다시 한번 놀라운 호투를 선보여 ‘사자 킬러’로 등극했다. 앞서 김민우는 지난달 25일에도 삼성을 상대로 노히트를 선보였다. 당시 아웃카운트 1개를 남겨놓고 마운드에서 내려와 아쉬움을 남겼지만 올 시즌 삼성과의 4경기에서 15이닝 10피안타 8볼넷 12탈삼진 6실점을 기록하는 인상적인 경기를 펼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극심한 부진을 경험하고 있는 권혁은 마지막 6번째 투수로 등극해 호투를 통해 친정팀 악몽에서 벗어났다. 그간 권혁은 친정팀 삼성을 상대로 유독 약한 모습을 자주 노출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총 7번의 맞대결에서 2승을 챙기는 데 그쳤다. 특히 최근 3번의 만남에서는 0.2이닝 4실점, 0.2이닝 3실점, 0.2이닝 2실점으로 악몽과도 같은 경험을 했다.
그러나 이번 경기를 통해 부진을 겪고 있는 권혁에게 다시 한번 일어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이밖에 포수로 깜짝 변신한 폭스는 그간의 불안함을 떨쳐내고 후반기의 다재다능한 자원으로 변했다. 당초 폭스는 모건을 대신해 5월부터 본격적으로 투입됐지만 부상으로 단 4경기만 소화한 채 개점휴업상태였다. 그는 복귀를 위해 재활에 매진했지만 팬들이 보내는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했다.
하지만 5회말 공격에서 정현석이 정범모 대신 대타로 들어서면서 엔트리에 등록된 포수 2명을 모두 소진하자 포수 경험이 있던 폭스가 그 빈자리를 채웠다.
더욱이 폭스는 김민우와 환상적인 궁합을 과시했고 권혁의 부활까지 도왔다. 또 삼성타자들의 방망이를 6이닝 동안 단 1점으로 틀어막는 데 힘을 보탰다.
김민우는 “폭스의 사인대로 처음에는 직구가 좋아서 직구 위주로 가다가 승부수로 커브를 많이 던진 것이 주효했다. 폭스가 상대적으로 덩치가 크기 때문에 존이 커보였고 조인성 선배처럼 편안하게 리드해줘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고 폭스에 대한 칭찬을 쏟아냈다.
김 감독도 “폭스를 테스트로 기용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해줬고 앞으로 기용 폭이 넓어질 것 같다”며 기대를 나타냈다.
무기력할 것으로 예상됐던 삼성전에서 대 반전을 일구면서 한화는 가을야구의 새로운 활로를 찾았다. 최근 한화는 불펜진의 집단 체력 난조에 시달리며 선발 투수들의 힘으로 힘겹게 5위 싸움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날 마지막 보루였던 선발이 무너지면서 더욱 머릿속이 복잡해진 가운데 새로운 실마리를 찾아냈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았다.
김 감독은 야수들의 보직 파괴와 선수들의 집중력을 바탕으로 반전의 묘미를 되찾아가고 있다. 김 감독은 다음 수를 다각도로 고심하고 있는 걸로 알려진 가운데 일단 배영수를 선발 투수로 돌리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중이다. 또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윤규진 역시 조기 합류를 고민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선수들의 보직 경계도 허물고 있다.
김 감독은 투수진에 대해 “앞에 나오는 투수와 뒤에 나오는 투수는 이제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보직 파괴는 야수진에도 예외는 없었다. 한화는 이날 대타 작전을 적극적으로 펼치며 포수 엔트리까지 모두 소진하는 강수를 두자 1위팀 삼성을 붙잡는 데 성공했다. 특히 폭스의 포수 전환은 두고두고 회자될 정도로 만족도가 높았다.
로저스 구원투수 등극
이와 함께 김 감독은 새 외국인 투수 에스밀 로저스를 내세워 부활의 시동을 걸고 있다.
쉐인 유먼을 대신해 투입된 로저스는 데뷔전을 완투승이라는 진기록을 세우며 눈길을 끌었다. 로저스는 지난 28일까지 3승 1패, 평균자책점 1.79, 탈삼진 41개를 기록하며 ‘특급 피칭’을 이어가고 있다.
뉴욕 양키스 출신인 그는 시속 150km대 직구와 날카로운 변화구를 9이닝 동안 꾸준히 던지는 등 무결점에 가까운 피칭을 선보여 선발로 허덕이고 있는 한화의 구원투수로 평가받고 있다. 김 감독은 로저스에 대해 “선동열같이 보인다”라며 강한 신뢰를 나타낸 바 있다.

하지만 마땅한 선발진을 구축하지 못해 불펜진으로 버텨온 한화로서는 로저스의 결점을 최대한 만회해 시즌 막바지까지 무결점 피칭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최선책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에 야신 김 감독이 어떤 방법으로 로저스를 안착시킬 지와 새로운 보직 파괴책을 들고 나올지가 가을야구 진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올해 한화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지와 집중력을 보여줌으로서 경기가 끝날 때까지 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능력을 맘껏 발휘했다. 덕분에 가을 야구 진출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이에 한화 벤치는 기적의 상승세를 이끌기 위해 전열을 가다듬고 5위 자리를 정조준하고 있다.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