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위해 은퇴한 신종훈, 대한복싱협회는 누구편?
살기 위해 은퇴한 신종훈, 대한복싱협회는 누구편?
  • 김종현 기자
  • 입력 2015-08-31 10:52
  • 승인 2015.08.31 10:52
  • 호수 1113
  • 5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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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아마추어 복싱의 간판 신종훈(26·인천시청)이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해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제복싱협회의 눈치 보기에만 급급한 대한복싱협회의 태도 역시 형평성 논란까지 일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신종훈은 지난 24일 인천 문학 복싱훈련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리우올림픽에 대한 열망으로 어느 때보다 혹독한 훈련을 했지만 최소한의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면서 “부당한 처우에 일방적으로 따르기를 강요하는 윗선의 강압에 현실적으로 살고자 결심했다”고 밝혔다.

신종훈은 또 “AIBA(국제복싱협회)는 경기당 200만 원도 안 되는 파이트 머니를 받고 APB(AIBA Pro Boxing)대회에 출전하기를 강요하고 있다. 그리고 출전하지 않았다고 징계를 줬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경기라도 1년에 50번 정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고작 1년에 5개 전후로 대회에 출전하는 것이 전부”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신종훈의 말처럼 APB에만 출전할 경우 1년에 고작 800만 원의 수입만 예상돼 현재 인천시청으로부터 받는 연봉 1억여 원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더욱이 실업선수로서는 전국체전을 거를 수 없는 대회인 만큼 참작됐어야 하지만 대한복싱협회는 AIBA의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다.

여기에 함상명(19·용인대)의 경우 APB와 국내대회를 동시에 출전하고 있는 만큼 형평성의 문제도 제기된다. 형평성 문제에 대해 장윤석 대한복싱협회장은 지난달 20일 신종훈과의 면담에서 “함상명은 모범학생이지만 신종훈은 AIBA에 찍힌 불량학생”이라며 신종훈의 요청을 묵살한 바 있다.

더 나이가 대한복싱협회는 지난달 22일 신종훈에 대한 1년 6개월 자격정지 징계를 해제하고 손해배상금 5만달러를 5000달러(약 570만 원)로 경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종훈은 AIBA 측이 여전히 국내대회 참가를 금지해 기존의 입장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희국 대한복싱협회 사무국장은 “APB로 복귀하면 공식경기를 통해 올림픽 출전기회를 주겠다고 했지만 선수가 이 조건을 거부했다. 협회에서도 뚜렷한 해답을 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결국 이번 사태로 신종훈은 리우올림픽을 포기해야 하는 기로에 놓였다. 더욱이 한국대표팀은 메달권의 선수를 보호하지 않고 내치면서 메달 획득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에 대해 신종훈은 “협회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고 억울한 마음에 힘이 빠진다”면서도 “APB와 함께 전국체전, 대표선발전 등 국내 경기 참가를 허락해주면 국가대표 은퇴를 철회하고 런던에서 이루지 못한 꿈을 2016년 리우에서 펼치고 싶다”고 복귀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양측은 평행선을 좁히기에는 쉽지 않아 보여 복싱계 스스로 국내 아마추어 선수들의 열악한 환경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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