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스릴러 영화는 주로 폐쇄된 공간에서 다양한 기법으로 관객에게 충격과 놀라움을 전달하기 마련이다. 이중 사무실이라는 일상 공간을 모티브로 현대인의 잔인한 일상을 현실감 있게 그려낸 영화 ‘오피스’가 독특한 소재와 설정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극중 인턴사원 이미례를 연기한 배우 고아성은 자신의 또래가 경험했을 법한 이야기를 밀도있게 묘사해 아역시절부터 쌓아온 10년차 베테랑 연기를 선보였다.
영화 ‘오피스’에서 주연 이미례를 맡아 열연한 고아성은 지난 25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일요서울]을 만나 개봉소감을 전했다. 그는 “(영화 홍보로) 요즘 바쁘지만 굉장히 설렌다. 특히 개봉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설레고 궁금하다”며 “제가 막연히 느껴왔던 회사원들의 고된 면들을 담아낼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가장 크게 다가왔다. 조직 생활에 깊이 스며들어 있는 폭력들을 다루어 꼭 만들어줬으면 했던 영화였다”고 강조했다.
특히 고아성은 스릴러 장르를 좋아해 꼭 연기하고 싶었다며 “남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르가 뭐냐고 물어보면 가장 먼저 스릴러라고 대답한다”면서도 “그래서 스릴러 작품을 선택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 작품은 시나리오부터 몰입도가 강했고 늦게까지 스릴러를 즐겨보는 사람으로서 익숙한 정형화된 스릴러영화의 전개를 다 깬 작품이어서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더욱이 이번 작품 속 캐릭터에 대해 수많은 궁금증으로 시작할 정도로 준비 단계부터 공을 들였다. “이미례라는 캐릭터는 정신력이 극도로 약한 친구라는 점이 새로웠다. 그간 맡았던 역할은 불행한 상황 속에서도 내면의 강인함을 표현하는 캐릭터였다면 미례는 정 반대였다. 자의식은 높은데 자존감은 바닥인 친구였다. 시나리오를 준비하면서 막연한 연민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촬영하면서 극중 미례에게서 자신의 고민을 발견했다며 “내가 열심히 하는 것 말고 무기는 뭐가 있을까. 열심히 할 줄만 알았지 스킬이 있는 사람도 아니고 현장을 이끌고나갈 재량도 없는 배우라는 점을 깨달으면서 미례가 나랑 멀지 않은 친구구나. 그 막연한 연민이 자기 연민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털어놨다. 덕분에 미례라는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더욱 재미있었다는 게 그의 자랑이다.

미례를 현실감있게 표현해낸 고아성이지만 아직 자신의 자존감에 대한 고민을 거듭할 정도로 연기자로의 삶을 놓고 고군분투 중이었다.
그는 “데뷔하고서는 수차례 열등감을 경험해야 했다”며 “어렸을 때 오디션에 한참 낙방했던 시절엔 영화를 많이 찍으면 고민이 하나도 없을 줄 알았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10배 이상의 고민이 든다. 결과물에 대해서도 같은 작품을 볼 때마다 감정이 달라진다”고 전했다.
고아성은 더욱이 “정말 재미있는 게 영화의 성취감은 쪼개져서 온다. 한순간에 확 들이닥친다면 낭만적일 텐데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그 때문에 연기를 준비할 때가 훨씬 더 막연해서 자신이 있는 것 같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가장 인상 깊은 대사에 대해 묻자 “화장실에서 울고 있는 미례에게 ‘그렇게 열심히 하지 말아라. 니 존재감을 더 깎아먹는 것이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실제로 기분이 나쁠 정도였다”며 “열심히 살고 있는 미례를 쓰러뜨린 한 방이었던 것 같다. 모래 한 알에 무너지는 모래성처럼 미례가 돌변하게 된 계기였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위기를 실제 어떻게 넘기는지에 대해서는 “위태로운 순간이 여러 번 있었는데 개인적인 성향인지 남들과 공유를 안 한다. 그냥 언제나 스스로 해결한다. 스트레스 강도에 따라 다른데 약할 때는 뭔가 새로운 것을 하려고 하고 강도가 정말 심할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일상에만 집중한다”면서 “사실 가족들과 잘 나누지 않았는데 영화 ‘우아한 거짓말’을 하면서 스스로 바뀌는 모습을 발견했다. 연기하면서 배운 것으로 인해 개인의 삶이 바뀐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게 됐다”고 환한 미소로 설명했다.
특히 그는 최근 촬영 중인 ‘오빠생각’을 통해 스스로 밝아졌다며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변화될지에 대해 궁금증을 나타냈다.

한편 고아성은 영화 ‘오피스’에 대해 “많은 분들이 보고 공감을 해주셨으면 좋겠다”면서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영화가 된다면 내겐 최고의 칭찬일 것이다”라며 관객들의 성원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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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촬영=송승진 기자>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