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70주년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2년7개월 만에 오너경영으로 복귀한 최태원 SK회장(사진)이 내부 가신들의 그릇된 충성경쟁으로 또 다시 내홍을 겪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와 이목이 쏠린다.
그룹 내부에도 이와 관련해 K·L·P·J·K 등 특정계열사 가신들(사장급 이상)의 명단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는가하면 이들이 최 회장의 귀를 막는 이른바 ‘불통’의 근원지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 올 초 문덕규 전 SK네트웍스 사장의 교체과정에서 항명논란이 빚어지는 등 내부 갈등이 극대화 되면서 이를 추스르는 데도 최 회장이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문 전 사장은 2013년 3월 SK네트웍스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가 3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지난 연말 인사에서 2년 만에 물러났다.
이 과정에서 문 전 사장은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게 임기 중 퇴진해야 하는 사유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했다는 내용의 전자우편을 보냈고, 이 전자우편을 SK네티웍스 직원들에게 다시 전송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는 SK그룹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최고경영진 간의 갈등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재계 관계자는 “문덕규 전 사장은 2003년 소버린 사태 이후부터 SK그룹 핵심 경영진 중 하나였다”면서 “그런 인물이 또 다른 핵심 경영진인 김창근 의장과 갈등을 빚었기 때문에 출소한 최태원 회장이 사태를 파악한 뒤 최고경영진에 대한 인적 쇄신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놨다.
결국 최 회장이 특별사면으로 경영일선에 복귀하며 SK그룹 차원에서는 그간의 총수 경영공백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지만 최 회장은 대외적인 악재뿐만 아니라 내부적인 갈등을 봉합해야 하는 선결과제를 떠안게 됐다.
더욱이 그룹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잘못된 충성 경쟁은 최 회장의 시야를 흐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대국민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최 회장의 행보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내부 불통?
한편 최 회장은 출소 이후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당초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출소 이후 당분간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경영구상에 몰입하지 않겠냐는 예상이 뒤따랐다.
또 최 회장도 의정부교도소 출소 직후 “업무 공백이 있기 때문에 시간을 조금 갖고 상황 파악을 한 뒤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최 회장은 출소일인 지난 14일부터 휴일인 지난 15, 16일까지 회사에 모습을 드러내며 대규모 투자 등 경영전략 수립과 직면해 있는 대내외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해법 찾기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17일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이날 ‘확대 경영회의’를 개최하고 각 위원회 별, 각 관계사 별로 대안을 마련하는 등 그룹 차원에서 큰 폭의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이날 열린 확대 경영회의에는 최 회장을 비롯해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정철길 전략위원장(겸 SK이노베이션 사장), 하성민 윤리경영위원장 등 7개 위원회 위원장 및 정동현 SK텔레콤 사장, 조대식 SK(주) 사장 등 17개 주요 관계사 CEO들이 참석했다.
특히 최 회장과 수펙스추구협의회 전 멤버가 참여하는 확대 경영회의는 SK그룹이 따로 또 같이 3.0체제를 출범한 뒤 처음 개최된 것으로 SK그룹의 현안 해결 및 경제 활성화에 대한 절박함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다각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최 회장을 둘러싼 여러 가지 심각한 의혹들에 대해서도 SK그룹이 넘어야 할 산이 태산준령(泰山峻嶺)이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