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기업들] 8.15특별사면 그 후
[위기의 기업들] 8.15특별사면 그 후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5-08-31 10:26
  • 승인 2015.08.31 10:26
  • 호수 1113
  • 3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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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풍? 역풍?…기업인 수사 또다시 촉각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현 정부 들어 기업인 사면이 이루어지고 시간이 흘렀다. 총수가 돌아온 기업은 안도하며 실적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또다시 고개 드는 사정한파에 몸을 움츠린다.

현재까지 특정 기업에 대한 수사 소식은 물 밑에서만 들릴 뿐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았지만 방심하긴 어렵다. 여전히 사정당국의 시선이 기업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소식통은 “재계 총수 중 일부가 검찰수사 선상에 올라 있는 만큼 8.15특별사면이 업계의 이득만을 가져다 준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사면 대상자 중 법정출두설 도는 총수는
두산캐피탈·동부… 고발사건 진행 중


교통법규 위반 벌점이나 운전면허 정지·취소 처분을 면제해주는 특별사면이 실시되면 그 후 교통사고가 증가한다는 통계가 있다.
실제로도 1995년 교통사범 441만 명에 대한 사면이 진행된 직후 24만8000건이던 그해 교통사고가 1996년 26만5000건으로 6.5% 늘었다.

이후 감소세를 보이던 교통사고는 1998년 사상 최대인 532만 명을 특사한 이듬해 1999년에는 전년보다 15% 급증했다. 교통사범 특사가 없었던 2000년과 2001년 다음 해엔 교통사고가 각각 10%, 11%씩 줄었다.
그러다 2002년 481만 명을 특사하자 다음 해 또다시 4.2% 늘었다. 이런 현상은 이후에도 반복됐다.
이런 법칙이 사면 받은 기업 총수에게도 해당될지 이목이 쏠린다. 구속됐다 사면된 총수들 중 또다시 검찰수사 소식이 물 밑에서 들려오는 총수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모 그룹 총수는 사면 전부터 “안 나온만 못하다” “그냥 형을 다 채우고 나오는 게 낫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검찰 수사소식이 구체화되고 있다. 벌써부터 업계와 언론사들이 검찰이 언제쯤 수사카드를 꺼낼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만약 이번에 다시 들어간다면 해당 기업은 물론 총수 개인으로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검찰수사가 이어지고 있는 기업들도 이 같은 분위기가 살얼음판처럼 느껴진다.
이번에 불법이 드러나 형이 확정되면 현 정부에서 사면을 받기는 힘들게 뻔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수사로 인해 기업이미지 타격은 물론 수주에도 악영향을 받을수 있어기업 입장에선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형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 옥죄기 수사에 이제는 지친다”며 “명확한 근거 없이 저인망식 수사로 기업을 헤집는 일은 이제 그만 두었으면 좋겠다”는 입장이다. 수사소식만으로 기업이 받는 타격의 심각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 대표적인 기업이 포스코다. 연중수사설이 돌 만큼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하다. 올 초 부터 시작된 수사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고 관련자들의 검찰 행은 이어지고 있지만 기소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내부 직원들의 사기도 현저히 떨어졌지만 수수방관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 더욱 안타깝다.
내부의 한 직원은 “다른 회사 직원들이 8월에 휴가를 떠나는 것을 보고 허탈했다”며 “잘못이 있으면 법정책임을 지는 게 당연한데 꼬리물기식 수사만하고 그 결과를 내놓지도 못하는 검찰이 이제는 야속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또한 광복절 사면 발표 이후 검찰의 움직임이 예의주시 되는데 하루가 멀다 하고 특정 기업의 압수수색 및 오너 일가의 법정 출두를 염두에 둔 수사소식이 알려지고 있다. 본지 1111호-앞에선 ‘사면’ 뒤에선 ‘검찰수사’에서 보도한 바 있는 기업 대부분이 검찰 수사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포스코 비리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조상준)는 포스코건설 시모(56) 부사장을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1000억 원대 부실 대출 의혹에 휩싸인 두산캐피탈 수사에도 박차를 가한다.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부장 신호철)는 두산캐피탈 전·현직 임직원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과정에서 회사에 수백억 원대 손실을 입히고 일부 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고발된 사건을 수사 중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의원의 처남 취업 청탁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문 의원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소환할 예정이다.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문 의원과 조 회장을 소환할 예정”이라며 동부 그룹도 검찰 칼날 위에 섰다. 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 한동훈)는 김준기 동부 그룹 회장의 수백억 원에 달하는 비자금 조성 혐의를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은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넘겨 받은 자료를 토대로 김 회장이 빼돌린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경제 살리기 가능할까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총수가 사면된 기업은 더 이상 총수가 불미스러운 일에 이름이 올라가는 것을 경계하는 움직임이다.

실적 향상을 통해 사면이 훈풍이 됐다는 방정식을 만들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도 곳곳에서 보인다. 여기에 정부가 사면을 해주면 경제 활성화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기 때문에 더욱 발 빠르게 움직인다.

그러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 참여연대 등은 특별사면 때마다 정부가 내세운 ‘경제 활성화 또는 경제 살리기’ 논리를 강하게 반박한다.

경실련 한 관계자는 “이번 특별사면은 경제에 전념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는커녕 뇌물 주는 경제를 되살리게 해주는 조치일 뿐이다”며 “정치자금 제공에 따른 사법처리와 특별사면이 수차례 반복됐지만 과연 우리사회 부정부패의 고리가 끊긴 적이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정작 국내 굴지의 대기업 대표들이 돈을 주고 그에 따른 이득을 취해 왔다”면서 “이를 뒤집어쓴 희생양 전문경영인들을 사면?복권시키려고 또 얼마나 많은 정치권 로비가 있었겠느냐”고 꼬집었다.
특별사면과 사면법에 대해 각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데도 불구하고 재계의 입장은 이번 사면이 경제를 살리는 데 도움을 준다고 주장해 향후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나올지 이목이 쏠린다.

앞서 대기업 관계자는 “다음 수사 대상이 어디가 될지 모른다는 긴장감이 재계에 돌고 있다”며 “수사가 확대될수록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이 미칠 듯하다”고 말했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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