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화장품 유상증자 놓고 대립…파국으로 가는 주주 간 싸움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KT&G 계열사 소망화장품의 유상증자를 놓고 1대 주주인 KT&G와 2대 주주 강석창 소망글로벌 대표가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앞서 최대주주인 KT&G가 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해 통보하자 소망화장품 창업주이자 2대주주인 강석창 전 대표가 신주 발행금지 가처분신청을 제출해 법적 제동을 걸었다. [일요서울]은 이들이 어떤 이해관계를 놓고 대립하고 있는지 양쪽의 입장을 모두 들어봤다.
강석창 소망글로벌 대표 “KT&G의 갑질, 당장 멈춰라”
KT&G “소망화장품 살리기 위한 자금 투자…곡해 말라”
문제의 발단은 지난 7월 22일 소망화장품이 이사회 결의를 통해 500억 원 규모의 주주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일어났다. KT&G와 강석창 대표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이유도 해당 유상증자다.
유상증자가 끝이 나면 지분율이 크게 변동한다는 점 역시 쟁점이다. 강석창 대표 측이 실권하고 KT&G가 실권주를 모두 인수할 경우 KT&G의 지분율은 98%까지 높아지고, 강석창 대표 측은 1%대로 떨어진다.
현재 소망화장품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KT&G가 소망화장품 최대주주로 지분 66.67%를 확보하고 있다. 강석창 대표는 소망화장품 보유 주식 14만6545주와 우호 주식을 더해 총 30.78%(17만3738주)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억울한 소수주주
또 그는 소망화장품이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소액주주들의 이익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유증에 관한 결정을 2대주주인 나와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계획하고 결정, 집행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적인 방법에도 꼼수가 있다고 설명한다. 강석창 대표는 “신주배정 방법에 있어 주주배정 형식을 취하고는 있으나, 사실상 소수 주주들이 실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KT&G가 소액주주들의 손발을 전부 잘라낸 채 나를 밀어내려는 수단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KT&G가 지분을 98% 이상 취득해 소수주주들이 더 이상 소수주주권을 행사하기 어렵게 만들려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소수주주들이 실적악화를 거듭한 KT&G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는데, 유상증자가 되면 그럴 힘마저도 잃게 된다”고 말했다.
이들에 따르면 소수주주들은 KT&G의 경영과실로 인해 피해를 입었고 주주대표소송을 진행하려던 참이었다. 그러나 유상증자가 이루어지는 경우 채권자를 포함한 소수 주주들은 더 이상 법이 인정한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지위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기존 주주들에게 신주인수권의 양도를 허용하지 않았다는 점, 소망화장품이 비자금 창구로 악용되었을 가능성에 혐의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신주발행을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법령에 직접 위배되지 않는다는 것과 자금 확보 방법을 신주발행으로 할 것인지 여부의 결정, 유상증자의 시기와 규모에 관한 사항은 이사회의 경영판단에 속한다는 것을 전제하고 마지막 입장을 전했다.
그는 “(유상증자는) 경영 악화에 대한 책임이 KT&G에 있음에도 그 손실은 채권자를 포함한 소수주주들이 모두 떠안는 결과”라면서 “소수주주들이 신규자금을 투자할 것인지 판단할 수 없다는 점 등의 내부적인 사정들을 고려할 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을 맺었다.
종합해보면 강석창 대표는 이번 사건이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1대 주주인 KT&G가 나머지 주주들의 실권을 위해 벌인 ‘갑질’이라는 견해다. 더불어 사회적 문제도 대두되고 있는 갑질 문제를 꼭 끊어내야 한다는 의견도 더하고 있다.
황당한 최대주주
반대로 KT&G는 “소망화장품은 완전 자본잠식 상태로 공격적 투자를 위해서는 추가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강석창 대표가 개인의 이득만을 위해 가처분신청을 낸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이다.
KT&G의 한 관계자는 가장 먼저 유상증자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KT&G 관계자는 “소망화장품에 대한 공격적 투자를 통해 성장재원을 확보하고 그룹의 신 성장동력인 화장품 사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금번 유상증자 참여를 결정한 것이 전부”라고 반박했다.
이어 KT&G는 분명히 유상증자 사실을 알렸고 강석창 대표가 함께하기를 바랐다면서 “소망화장품의 설립자이자 2대주주인 강석창씨가 회사를 성장시키기 위한 유상증자에 동참하고 KT&G와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길 희망했다”고 전했다.
강석창 대표가 내놓은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선 “소망화장품의 재도약을 위해 추진되는 증자에 강석창씨 본인이 참여하지 않을 경우 발생하는 지분 희석을 염려하여 유상증자 자체를 무산시키려는 의도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고 부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또한 “KT&G는 이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으며 이번 소망화장품의 유상증자는 적법하게 진행되고 있는 바, 소망화장품과 KT&G는 법적인 절차에 따라 적극 대응할 예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결국 KT&G는 강석창 대표는 소망화장품의 재건보다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소수주주’의 권리를 표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상황으로선 앞으로도 양쪽이 의견을 모으기는 힘들어 보이는 상황이다.
한편 [일요서울]의 취재가 끝난 뒤, 지난달 28일을 기준으로 강석창 대표가 내놓은 가처분신청은 기각 처리됐다. 이들 대립의 첫 번째 승부가 KT&G 쪽으로 기울게 된 것이다. 다만 강석창 대표와 소수주주들은 향후 본안 소송을 낸다는 계획으로, 끝까지 유상증자를 막겠다는 심산이다.
가처분신청은 긴급을 요하는 사건에 대해 빠른 시간 안에 법원의 결정을 구하는 제도다. 정식 재판과 달리 심문을 하지 않고 서류만으로도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보통 신청일부터 2주 후에 첫 심문이 열리고 심문이 끝나는 날부터 2주 후 결정이 떨어진다. 복잡한 사안이 아닐 경우 한 달이면 법원의 판단이 내려진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