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기업들 ① 미리 보는 2015년 국정감사
위기의 기업들 ① 미리 보는 2015년 국정감사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5-08-31 09:48
  • 승인 2015.08.31 09:48
  • 호수 1113
  • 3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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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oto@ilyoseoul.co.kr

롯데·삼성·포스코·한진 등 증인 채택 초비상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올해 2015년 국정감사가 추석연휴 전후인 9월 10일~23일과 10월 1일~8일 진행되는 것으로 결정된 가운데, 매해 볼 수 있었던 기업인 소환 행렬이 이번에도 반복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정치권은 벌써부터 여·야를 막론하고 문제가 있는 기업은 국정감사장에 서게 될 것이라고 천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비상체제로 돌입, 총수들이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일요서울]이 2015년 국정감사 분위기를 미리 들여다봤다.

매해 총수 출석 여부 놓고 정·재계 대립각
올해 반 기업 정서 최고조…여론 재판 가능성도

재벌 그룹의 총수들에 대한 국감 증인 채택 논란은 국정감사가 열릴 때마다 등장한다. 재벌 총수들이 무더기로 증인으로 신청됐다가 기업들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되거나, 불려나온 총수들이 망신만 당한 채 의혹은 풀지 못하고 끝나는 모습들이 대부분이다.

올해 역시 이러한 일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외면해선 안된다”면서 “문제가 있는 재벌 총수는 국정감사장에 서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정감사를 앞둔 정치권의 현재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언이다.

기업 사이에서 돌고 있는 긴장감도 매우 높다. 우선 다가올 태풍의 중심에 서있는 곳으로 롯데그룹이 거론된다.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이 반 재벌정서를 일으켰고, 이로 인해 국정감사의 표적이 됐다는 설명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앞서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승리로 한·일 롯데그룹 경영권을 모두 차지했지만 국정감사로 다시 위기가 온 셈이다. 신동빈 회장이 국정감사를 받게 된다면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얽히고 설킨 순환출자까지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회장이 국감에 출석하면 골목상권 침해나 제2롯데월드 건설 문제 등 롯데그룹에 대한 전반적인 논란거리들이 모두 질타를 받는 경우까지 예상된다.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한국어 구사가 어눌한 신동빈 회장이 제대로 대답할 수 있겠느냐조차도 걱정거리다.

아울러 롯데 발(發) 후폭풍은 여러 기업이 이어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진그룹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을 이유로 증인 채택설이 나온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그의 아버지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소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메르스 사태와 관련, 삼성서울병원 책임자 증인 출석 가능성도 엿보이고 있다. 메르스 2차 확산의 근원지로 지목된 삼성서울병원은 이재용 부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삼성공익재단이 지배하는 곳이다.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은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중앙대학교에 각종 특혜를 주는 대신 뇌물을 건넨 혐의로 기소 된 바 있어 관심이 쏠린다. 박용성 전 회장은 해당 사건으로 제기된 청와대와 재벌 일가의 소유 대학 유착 의혹을 규명해야 하는 처지다.

수개월째 수사를 받고 있는 포스코 경영진과 방산비리의혹의 현대중공업 경영진도 국감 증인 대상으로 예상된다. 무려 3조 원대 규모의 영업손실을 낸 대우중공업과, 노사갈등을 겪고 있는 현대자동차, 방산비리 혐의를 받는 LIG넥스원도 마찬가지다.

숨가쁜 여의도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의도 국회 주변의 대기업 대관팀(CR팀, 미래전략기획실 등)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오죽하면 국회에 의원실 직원보다 기업 대관팀 직원들이 더 많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일반적으로 대다수의 대기업들은 대관 담당을 따로 두고 있고, 대형그룹사는 최대 수십명으로 대관팀을 구성하고 있다. 이들의 주된 업무는 공공기관이나 국회를 상대로 동향을 파악하고 이 정보를 활용해 대응 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업무 특성 상 국정감사 때 가장 막중한 창구로 활용된다. 또 이들은 평소에 술자리나 밥자리 등을 가지면서 의원실과 꾸준히 교류해놓고, 국감이 시작될 즈음해서는 거의 국회에 상주하다시피 한다.

어찌 됐건 총수가 국회에 나가는 것만큼은 일단 막아보자는 심리다. 한 재계 관계자 역시 “총수가 국정감사에 불려나가서 좋을 것이 뭐 있느냐”면서 “증인으로 출석하면 무조건적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당연히 막아야한다”고 거들었다.

총수가 증인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있는 기업 관계자들은 최대한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롯데그룹의 한 관계자는 “국정감사를 대비하자는 움직임이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아직 증인 채택 여부가 결정되지 않아 자세한 상황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결국 현재 여의도는 국정감사를 두고 로비 아닌 로비전이 벌어지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향후 누가 기업인 증인으로 등장하느냐에 따라 각 대관팀들의 승패를 가늠할 수 있다고 말할 정도다.

한편 일부에서는 아무리 많은 의혹이 존재하더라도 기업인 감사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그동안 수많은 기업인들은 증인으로 채택 해봤지만 보여주기 식 여론 재판이 거의 전부였는데, 그럴 것이면 도대체 왜 기업인을 부르냐는 비판이다.

강제성이 없다는 현실도 이와 같은 비판에 한몫하고 있다. 아무리 여·야가 재벌 총수 조사에 합의하더라도 재벌 총수가 이런 저런 이유로 국정감사장에 나오지 않는다면 별다른 강제수단이 없다.

앞서 2012년 10월 국감에는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가 화두가 되면서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골목상권 침해 등의 이유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이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그들 대다수가 출석하지 않은 바 있다.

다만 불과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올해 국정감사가 어떤 파장을 낳을지 지속적으로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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