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박시은 기자] LIG넥스원이 방산비리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LIG넥스원은 육군의 대전차 무기인 ‘현궁’ 납품 비리와 관련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실제로 제작하지 않은 장비에 대한 비용을 청구하거나, 허위로 납품한 장비가 손실된 것처럼 처리했다는 혐의다. 남북관계에 긴장감이 고조된 상황에서 불거진 방산비리 혐의는 LIG넥스원을 향한 시선을 더욱 차갑게 만들고 있다.
北 감정 안 좋은 이 때…상장계획 차질
LIG넥스원 방산비리 의혹은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본격화된 상태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지난 8월 25일 국방과학연구소와 LIG넥스원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정부합동수사단은 LIG넥스원이 육군의 대전차 무기인 ‘현궁’을 납품하면서 부당한 방식으로 11억 원을 챙겼다고 보고 있다. LIG넥스원이 하자가 있는 장비를 납품하고, 국방과학연구소는 정상적인 제품인 것처럼 합격 판정해왔다는 것이다.
특히 LIG넥스원은 실제 제작하지 않은 전차자동조종모듈 세트에 대한 비용을 청구하거나, 납품한 장비가 시험평가 과정에서 손실된 것처럼 허위 처리하는 수법을 동원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LIG넥스원 하청업체의 공문서 위조 등의 혐의도 포착됐다. 정부합동수사단은 LIG넥스원과 하청업체 간에 부당한 유착 관계에 대한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LIG넥스원의 상장 일정에까지 차질을 빚게 만들었다.
당초 LIG넥스원은 9월 1일과 2일 수요예측을 거쳐 9월 18일 상장할 계획이었다. 공모주 청약 일정은 9~10일로 예정돼 있었다.
공모 주식수는 신주 200만 주, 구주 490만 주다. 공모예정가는 6만6000~7만6000원 선으로 예측됐다.
당초 LIG넥스원은 “수사가 상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정부합동수사단이 이번 비리에 얽힌 현역 육군 중령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수사가 확대될 조짐을 보이면서 증시상장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서는 LIG넥스원의 증권신고서에 방위사업 비리와 관련한 수사 내용을 상세히 기술하라고 요구한 상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LIG넥스원은 지난 8월 27일 공모주 청약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수정해서 제출했다.
수요예측은 당초 계획한 1~2일에서 17~18일로, 공모주 청약 일정도 22~23일로 미뤘다. 빨라야 10월 초에나 유가증권시장 상장이 가능해진 것이다.
또 최근 남북관계에 긴장감이 고조된 상황이라는 점도 LIG넥스원을 바라보는 시선을 차갑게 만들고 있다.
이에 대해 LIG넥스원 관계자는 “검찰 수사에 성실하게 협조할 계획이다”면서도 “LIG넥스원이 부당한 이득을 취한 것은 없고, 하청업체와 품질 관리가 소홀해서 벌어진 일이다”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LIG넥스원은 하청업체로부터 납품 받은 뒤 최종 납품하는 역할을 한다”면서 “문제가 된 현궁 역시 시험 제품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지 자체 결함 문제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