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김현지 기자] 미용주사. 마늘, 우유, 백옥, 신데렐라 등 온갖 이름이 붙은 주사를 이용하는 젊은층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주사의 정확한 성분과 용량 등이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또한 우유주사, 일명 프로포폴 성분이 과다하게 함유된 주사를 맞고 죽음에 이른 사건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를 계기로 ‘불법 주사’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발기부전치료제·여성흥분제 등 성기능 개선 제품이 불법 제조됐다고 발표하면서, ‘가짜 제품·주사’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노인 상대로 발기부전치료 주사 판매 버젓이
피해사례·부작용 속출…확인 제대로 해야
성기능 개선과 관련한 인터넷 사이트. 병원에서 운영하는 사이트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인터넷으로만 제품을 판매하는’ 사이트다.
관련 사이트에는 발기부전 치료제는 물론, 여성흥분제 등 성기능 개선을 위한 제품을 판매했다. 한 사이트에선 제품을 먼저 써본 뒤 돈을 지불하는 ‘후불제’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남성 소비자 A(28)씨는 “후불제라고 하면 아무래도 신뢰가 간다.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서라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또 “무엇보다 사이트에 자세한 설명, 전화 같은 게 있으면 ‘이 제품이 가짜일 리가 있나’란 생각이 들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인터넷을 통해 제품을 구매한 적이 있다는 남성 B(38)씨. 그는 “요즘 인터넷을 통해 많이 구매한다”며 “직접 찾아가는 것보다 편리하고 얼굴이 드러날 염려가 없어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품이 실제로 효과가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엔 “그 부분은 확실히 모르겠다”며 “한 번 구매했지만 그 이후에 그 제품을 또 구매한 적은 없다”고 답했다.
편리한 인터넷 구매, 하지만 불법
27일 식약처(처장 김승희)가 시중에서 온라인으로 판매되고 있는 ‘성기능 개선 제품’ 40개를 수거해 검사한 결과, 모두 불법제품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제품은 발기부전치료제 표방 제품 17개, 사정지연 표방 제품 2개, 여성 흥분제 21개 등이다.
발기부전 치료제 표방 제품 중 다른 성분이 검출된 경우 8개, 과다 함량 검출 6개, 다른 성분이 검출됐거나 함량 미달인 경우 3개로 조사됐다. 제품에 함량된 성분 자체가 표시된 것과 다른 경우로, 불법 제조됐다고 식약처는 판단했다. 사정지연 표방 제품 역시 함량 성분이 미달되거나 아예 검출되지 않은 경우였다.
여성 흥분제는 국내에서 허가되지 않은 데다, 이번에 적발된 제품엔 여성 흥분제에 주로 사용되는 성분 자체가 검출되지 않았다. 오히려 해당 제품엔 발기부전치료제 성분인 ‘타다라필’이 검출됐다.
식약처가 이번에 조사한 40개 제품 모두 인터넷에서 불법 판매되고 있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인터넷을 통한 의약품 판매 행위는 불법”이라며 “성분이 제품에 함유돼 있지 않거나 과량 함유되는 등의 이유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성기능 개선 제품에 대해 오·남용의 우려를 제기하며 “인터넷을 통한 소비보단 의사 및 약사의 처방과 지도에 따라 구매해야 한다”고 답했다.
식약처의 이번 조사결과는 서울시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발표한 내용의 후속이다. 특사경이 제보를 받고 약 5개월간 조사한 끝에 의사·원장과 무면허 의료인을 검찰에 불구속 입건했다고 26일 발표했다. 이들은 노인 527명에게 발기부전주사를 불법 제조·판매한 혐의로, 무면허 의료인이 의사에게 받은 의약품을 정량에 맞지 않게 혼합해 주사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특사경은 자격이 없는 이들이 성분과 함량을 잘못 배합해 만든 주사로 의료행위를 하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이들에게 제품을 산 이들 중 부작용을 호소하고 있다. 피해자도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주사를 불법 제조한 무면허 의료인은 "비아그라는 부작용이 많은 반면 발기효능 주사제는 혈액순환제인 만큼 부작용이 전혀 없다. 성관계 10분 전에 맞으면 무조건 발기되고, 2~3시간 지속된다"며 노인들에게 제품 사용을 권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주사 1개당 1만 원에 팔았다. 총 2만400개, 1억3600만 원 상당을 판 것으로 알려졌다.
부작용 혹은 효과 없어
이 주사를 맞은 60대의 한 환자는 성기가 붓고 피멍이 드는 등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성기가 휘는 증상까지 나타난 환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심장이 심하게 뛰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경우도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식약처가 이번에 불법 제조됐다고 밝힌 제품을 사용한 20대 남성 C씨는 “내가 쓴 제품은 사용 효과가 거의 없었다”며 “제품이 불법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또 “같은 사이트에서 제품을 산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도 ‘효과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다른 제품을 산 30대 남성 D씨는 “내가 산 제품을 사용하고 심장이 너무 빨리 뛰는 경험을 했다”며 이 외의 다른 여러 증상 등 부작용을 호소했다. 부작용은 불법 제조된 주사를 맞은 60대 환자와 비슷한 증상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불법 제조 제품’과 관련한 당국의 조사결과를 두고, 인터넷에서 불법적으로 제조·유통·판매되고 있는 제품들에 대해 좀 더 강력하게 규제 및 관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현지 기자 yon88@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