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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김현지 기자] 교도소 내 폭행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광주교도소 내에서 불거진 불미스런 사건으로 교도소 내 수감자 간의 폭행 등 관리 실태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19일 광주교도소에 사학 비리 혐의로 수감 중이던 서남대 설립자 이홍하(76)씨가 동료 수감자인 E(47)씨에게 폭행을 당해 광주의 대학병원에 입원했다. 이씨는 안면과 갈비뼈에 골절상을 입었고 장기가 파열되는 등 큰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에도 광주교도소에서 한 수감자가 동료를 폭행하고 얼굴에 뜨거운 물을 들이붓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사학 비리 이홍하 씨 사건 미스터리로 다시 부각
관리 부실 도마에… 사회적 환경도 개선해야
40대 남성 A씨는 작년 11월의 악몽을 잊지 못한다. 당시 교도소에 복역 중이던 A씨는 동료 수감자인 30대 B씨와 사소한 말다툼을 했다. 둘 사이의 대화가 과격해지자 B씨는 A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했다. A씨는 골절 등 전치 5주 진단을 받았다. 상해죄로 복역 중이던 B씨는 이 사건으로 형기가 늘어났다. B씨가 당시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교도소 내의 폭행 사건 등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거친 숨소리가 수면에 방해된다며 상대방을 폭행한 20대 남성 C씨. 지난해 12월 새벽 3시45분께 C씨는 같은 방에 수감 중이던 50대 남성 D씨와 말다툼을 했다. 이유는 ‘D씨의 거친 숨소리가 수면에 방해가 된다’는 것. 말다툼이 고성과 욕설로 변했고, 급기야 C씨는 D씨의 왼쪽 눈 부위를 주먹으로 강타했다. D씨는 이 사건으로 좌안공막열상의 중상해를 입어, 왼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 올 5월 대전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송경호 부장판사)는 C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감자가 교도관에게 행하는 난동·폭행도 문제로 떠올랐다. 연쇄살인사건으로 사형 판결을 받고 복역 중인 유영철. 유씨는 최근 반입된 소지품을 검사하려던 교도관에게 난동을 피워 사회적 논란을 야기한 바 있다. 교도소 내 수감자 간, 수감자와 교도관 간의 물리적 충돌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교도관에게도 난동
폭행 5년새 25% 늘어
교도소 내 수감자 간의 폭행 사건 등은 꾸준히 문제로 제기됐다. 지난 3월엔 뜨거운 물을 동료 수감자 얼굴에 붓는 사건이 발생해 사건의 심각성을 넘어, 관리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최근 5년 새 교도소 내 폭행사건이 약 25% 증가했다는 자료가 알려졌다. 문제는 수감자 간의 폭행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이다. 지난해 교정본부가 발간한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2013년 말 기준, 교도소 내 폭력행위는 모두 3576건이었다. 이중 93.5%(3344건)가 수감자 간 폭행이었다. 교도관을 폭행한 사건은 6.4%(232건)에 불과했다.
토막살인 혐의로 25년간 교도소에서 형을 살았다는 출소자의 한 측근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교도소 내의 폭행 사건 등 이런 문제들은 흔하다”며 “기본적으로 구타와 같은 폭행은 물론, 동성 간 성폭행도 간혹 일어난다는 걸 직접 들었다”고 밝혔다. 다만 “그 친구의 입장에선 워낙 흔한 이야기이다 보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형을 오래 살수록 그런 문제에 무감각해진다고 덧붙였다.
폭행 사건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목된다. 최근 광주교도소에서 발생한 서남대 설립자이자 사학비리자 이홍하 씨 폭행 사건이 대표적이다. 법무부와 광주교도소 측은 정확한 사건 경위와 과정, 관리 문제 등에 함구하고 있다.
하지만 광주교도소는 이씨에 대한 구속집행정지를 재빠르게 건의, 25일 재판부는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아들였다. 일각에선 사건의 경위 등엔 명확한 설명없이 건의한 구속집행정지를 두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씨가 건강상의 이유로 그간 수차례 구속집행정지와 보석신청을 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씨를 폭행한 이가 중범죄자란 소문이 나돌면서, 일각에선 경제사범과 중범죄자를 같은 공간에 뒀는지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법무부와 광주교도소 측은 특별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교도소에서 근무했던 익명의 한 관계자는 이런 문제에 대해 “교도소 내의 폭행 사건이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며 “매번 언론에 나오는 걸 왜 취재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오히려 반문했다. 또 “내부적으론 당연히 속사정을 외부로 유출시키지 않으려는 게 당연한 것”이라며 “지난 수십년간 다양한 이야기를 많이 보고 접했지만 최근 들어 이런 문제가 더욱 부각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상담·심리치료 등
예방·사후대책 확대해야
또 이 관계자는 교도소의 수감자 관리가 부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교도관이 모든 수감자를 하나 하나 관리한다는 건 이상적인 생각이다”라며 “관리 부실의 문제점보단 밀집도가 높은 교도소의 환경, 폐쇄적인 문화 등을 좀 더 비판적으로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수감자에 대한 상담이나 심리치료 등 예방·사후 대책 역시 확대돼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산하엔 출소자의 개인·가족상담·심리검사 등을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하는 곳이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형성돼 있지 않아 혜택을 받는 출소자가 많지 않다는 것은 출소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을 나타내는 지표이기도 하다.
공단 산하에 있는 가족희망센터 한영옥 센터장은 “출소자들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이 아직까지는 많다”며 “이들에 대한 상담·프로그램 제공 등이 원활히 이뤄져야 하고, 앞으로의 방향 역시 ‘상담, 심리치료 등’에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상담을 받는 출소자들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도 덧붙였다. 현재 가족희망센터는 출소자와 그 가족의 건강한 지역사회 복귀를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상담. 심리치료, 집단프로그램 등을 제공하고 있다.
김현지 기자 yon88@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