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신간] 이어령의 가위바위보 문명론
[화제의 신간] 이어령의 가위바위보 문명론
  • 김정아 기자
  • 입력 2015-08-28 19:01
  • 승인 2015.08.28 19:01
  • 호수 1113
  • 6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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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형 문명론을 통해 동아시아 ‘공존의 비전’ 제시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한 시대를 날카롭게 꿰뚫고 보듬는 특별한 눈을 가진 작가 이어령은 오랫동안 강단에 섰던 교육자이며 여러 언론사의 논설위원을 역임해 논객으로 활약해왔다. 축소 지향의 일본인에서 매우 독창적인 일본문화론을 전개해 우리를 놀라게 했던 그가 이번엔 [가위바위보 문명론]이라는 신작을 발표했다. 가위바위보라는 매우 친근한 놀이문화를 주제로 비교문화론의 관점에서 그 구조와 원리를 해명해 동서양의 역사와 정치·문화를 아우르는 시대적 흐름의 이상적인 약식을 제시해 주고 있다. 또한 일본인들이 교과서처럼 읽어온 가위바위보 문명론을 우리나라 출판사상 처음으로 동일 저자의 한국어-일본어 합본으로 출간해 일본의 우경화, 중국의 팽창주의로 인해 더욱 치열해진 동아시아의 패권다툼 속에서 공생과 타협으로 가는 패러다임 변화의 흐름을 보여준다. 21세기 동아시아 공전의 비전은 승패의 게임이 아니라 공존의 게임이라 역설하면서 ‘아무도 이기지 않으며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동양 고유의 순환형 문명론'을 강조하고 있다.

대국주의 중국은 보자기이고 경제대국 일본은 주먹. 그 사이에 위치한 한반도의 존재는 가위다. 바위는 가위를 이기지만 가위는 보자기를 이긴다. 그리고 보자기는 최하위가 아니라 최상자에 있던 주먹을 이김으로써 동그란 순환의 고리를 만든다. 동그랗게 순환하는 가위바위보 관계가 한중일 관계의 새 지표를 열게 될 상생과 순환의 문명이 될 것을 강조한다.

만약 주먹과 보자기만 있다면 이항대립의 동전 던지기 같은 서구식 게임으로 전락해 과거의 중화주의, 대동아주의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반은 열리고 반은 닫힌 가위가 있기에 비로소 주먹과 보자기는 양국의 문명 대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한 놀이로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것은 한국의 존재로 중국·일본이 삼항 순환구조로 바뀌게 됐다는 점이다. 서로 물고 물리는 가위바위보의 게임 상태에서는 누구도 절대강자로 군림할 수 없게 된다. 그것은 무역구조에서처럼 한국은 중국에서, 중국은 일본에서, 그리고 일본은 한국에서 각자 흑자를 내고 있는 상생의 순환모델 같은 것이다. 독식이나 피라미드 구조로는 더 이상 아시아를 논할 수 없게 되었다.

과거 산업시대를 대표한 것이 자동차였듯 오늘날 휴대전화의 보급은 문명 패러다임의 큰 변화를 상징하고 있다. 이는 소통의 관계성을 통해 ‘소유’에서 ‘공유’로, ‘실체’에서 ‘관계’로, ‘물건’에서 ‘마음’으로 가는 길을 안내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이 책은 힘의 논리가 국제질서 유지에 최선의 정책임을 강조한다. 저자는 이 시대에 ‘가위바위보 순환형 논리'로 ‘유연한 공생의 가치'를 부각시킨다.

저자 이어령의 저서로는 『디지로그』,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지성의 오솔길』, 『오늘을 사는 세대』, 『차 한 잔의 사상』 등과 평론집 『저항의 문학』, 『전후문학의 새물결』, 『통금시대의 문학』,『젊음의 탄생』,『이어령의 80초 생각 나누기』등이 있다.
jakk3645@ilyoseoul.co.kr 

김정아 기자 jakk364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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