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뺀지하더라도 매너 있게 해주세요”
“뺀지하더라도 매너 있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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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01-18 14:07
  • 승인 2011.01.18 14:07
  • 호수 873
  • 4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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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가 말하는 북창동식 하드코어 룸살롱

이른바 ‘하드코어 룸살롱’에 근무하고 있는 ‘민지’라는 여성의 글이 인터넷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부분 유흥관련 사이트에는 업소에 근무하는 여성들이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많은 업소 여성들이 이 공간에 글을 쓰고 있지만 일부 아가씨들은 지나치게 자신들의 입장만 반영하거나 ‘진상 손님’에 대해 일일이 성토하는 글을 써 사이트를 찾는 남성들에게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민지’양이 쓰는 글은 손님들의 입장, 가게의 입장, 아가씨의 입장이 비교적 공평하게 반영되어 있고 소소하면서도 담담하게 아가씨들의 일상을 담아내 많은 공감을 받고 있다. 그녀가 일하고 있는 업소는 ‘서울 북창동의 한 업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가끔씩 그녀는 ‘요양’을 위해서 대딸방에서도 근무를 한다. 민지양의 글을 통해 북창동 룸살롱 아가씨들의 생활을 엿봤다.

업소 아가씨들의 개인생활을 손님들이 알기는 힘들다. 룸살롱이 아닌 곳에서 손쉽게 만날 수도 없으면 룸에서 함께 있더라도 아가씨들이 자신들의 사적인 이야기를 손님들에게 나누지 않는다.

따라서 사이트에 올라온 글을 통해서 그들의 일상생활을 엿볼 수밖에 없다.


아가씨들간의 경쟁치열

아가씨들이 가지고 있는 많은 애환 중에서도 남성들이 가장 잘 모르는 부분은 함께 일하는 아가씨들과의 관계이다.

업소 아가씨들은 손님과 매니저들의 비위를 맞추는 일뿐 아니라 함께 테이블에 들어가는 아가씨들의 눈치도 봐야 한다. 서로 돕고 잘 이해해주는 아가씨와 함께 들어가면 한결 편하다. 반면, 손발이 맞지 않는 경우라면 어느 정도의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과일 깎기, 술잔 배분 등 소소한 일이지만 상대편이 전혀 도와주지 않으면 ‘왜 나만 이걸 해야 하지?’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전혀 예상치도 못하는 불평을 하기도 한다. 민지양의 글을 읽어보자.

“같이 과일도 좀 정리하고, 멀리 있는 잔도 전해주고, 단체 테이블은 소리가 잘 안 들리니까 다른 언니들 뭐 필요한 것 없나 가끔 눈치껏 보면서 서로 도와주는 것이 매너다. 어느 날 손님 두 명이 있는 룸에 한 언니와 같이 들어갔다. 그런데 언니는 손님 비위를 맞춰주기는커녕 오히려 나에게 “야, 넌 뭘 그렇게 말을 많이 하냐. 난 할 말 없는데 네가 그렇게 말 많이 하니까 죽겠잖아”이랬다. 손님 신경도 써야하고 언니 눈치도 보니 힘들었다. 내가 살갑게 굴면 자기도 손님에게 그렇게 해야 하니까 싫다고 한다. 화류계 사람들의 특성상 드센 여성들이 많다. 그런 언니들과 같이 일을 하면 완전 시집살이가 따로 없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아가씨들의 ‘마인드’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다. ‘돈 버는 아가씨’와 ‘돈 못 버는 아가씨’ 사이에는 마인드의 차이가 있다는 것. 또 다른 민지양의 글을 읽어보자.

“돈을 벌겠다는 마인드를 가진 아가씨는 ‘이번 주 주급은 내가 일등하고 싶다. 초저녁에 오는 손님의 접대는 내가 꼭 하겠다. 담배, TV, 식사는 업소에 가서 해결하겠다. 졸리면 업소 대기실에서 잔다. 단 하루라도 일을 안 하면 적자지만 단 한 테이블을 접대를 한다면 돈을 번다. 노느니 일을 하겠다. 고객의 자리에서 과음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 맹세하고 지킨다.

그에 비해 벌지 못하는 아가씨들은 하루에 몇 테이블을 돌았는지, 주급이 얼마일지 일일이 체크하지 않는다. 그들은 ‘지명비 겨우 XX만 원 받으면 뭐해. 손님 없을 텐데 나가지 말자. 많이 벌었으니 내일은 쉬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또한 민지양은 같은 업소의 아가씨들이 퇴근 후 함께 술을 마시거나 호빠에 가자고 할 때 변명을 만들고 거절을 해야 돈을 모을 수 있다고 한다. 바로 “가족의 빚 1000만 원을 갚아야해 여윳돈이 없다”고 말하면 된다고.


야박한 손님 때문에 눈물

룸살롱에서 아가씨를 초이스(선택)한 뒤 중간에 아가씨를 교체하는 것을 일명 ‘뺀지’라고 한다.

민지양은 이 사이트에 뺀지에 관해 손님들에게 최소한의 매너는 지켜달라고 부탁했다.

“기왕 뺀지를 할 거면 시간을 늘리지 않고 빨리 해줬으면 한다. 또한 최소한의 매너는 지켜줬으면 한다. 손님이 뺀지를 놓으면 아가씨는 8~10만 원 정도인 TC(테이블차지)를 받지 못하게 된다. 그 시간에 다른 손님들이 있는 테이블에서 초이스(선택)됐다면 일당에 차이가 난다. 거부당한 느낌에 기분이 좋을 리는 만무하다. 자신이 직접 하지 않고 영업 상무님을 시켜 뺀지를 놓는 손님은 더 진상이다. 아가씨를 초이스 한 뒤 마음에 안들 수 도 있다. 하지만 매너 있게 ‘미안한데, 잠깐 나가 있고 상무님 좀 불러주면 안될까. 미안.’ 이렇게 양해를 구하고 뺀지를 놓으면 서로 좋지 않을까?”

민지양의 ‘대딸방 면접기’라는 글은 대딸방에 관한 에피소드를 보여줬다.

그녀는 늘 술을 마셔야 하는 룸살롱에서 조금 벗어나고 싶을 때는 대딸방에서 일을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딸방에 대한 그녀의 기억은 썩 좋지 않다.

“원래 주 종목은 하드코어지만 쉴 겸해서 대딸방으로 외도를 했다. 면접을 봤을 때 기억은 정말 최악이었다. 면접을 본 대기실은 어두침침했다. 이불도 언제 빨았나 싶을 정도로 퀴퀴했다. 사장님은 나를 찝찝한 소파에 앉혀놓고 계속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빨리 일어서고 싶었지만 면접은 한 시간이나 진행됐다.

계약 조건도 노예 수준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지각하면 5000원씩인 지명비, 연장비 하루치를 다 제하겠다고 했다. 6일 근무는 무조건이었다. 계약을 했을 때 각서까지 썼다. 손님과 영업장에서 성관계를 가지면 벌금 백만 원을 지불해야한다고.”

유흥가의 아가씨들만큼이나 세상에 치이고 받히면서 사는 여성들도 그리 많지 않다. 또한 늘 접대해야하는 고객들도 술 마시는 사람, 싸움 하려는 사람, 그리고 자신의 성욕을 채우기 위한 사람들이다.

모두들 떠나고 싶어 하는 판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기에, 그만큼 거칠고 험악한 상황이 많이 펼쳐진다. 그런 만큼 속상한 일도 많고 자신의 처지에 괴로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세상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용기 있게 살아가는 경우도 많다.

[이수호·야밤닷컴 대표]


#풀살롱에 털리는 북창동식 하드코어 룸살롱

한때 북창동식 하드코어 룸살롱이 강남을 점령한 적이 있었다. 경기불황이 지속되자 강남의 손님들 역시 ‘점잖게’만 노는 기존의 룸살롱에 지갑을 열기 꺼려했다. 그러던 중 강남 지역에 북창동식 하드코어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발길을 멀리 했던 손님들이 찾아오기 시작하면서 룸살롱들은 ‘불야성’을 이뤘다. 최소한 ‘풀살롱’이라는 것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풀살롱은 북창동 하드코어보다 더욱 더 ‘하드코어’하게 놀아줄 뿐만 아니라 가격도 저렴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20만 원이면 남성 4명이 즐길 수 있다. 기존의 북창동 하드코어에서 30만 원 안팎의 돈을 지불하는 것에 비하면 훨씬 저렴한 가격이다. 또한 아가씨들도 철저히 ‘정성’을 다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존에 있었던 ‘따블’이라는 것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2시간 동안 ‘헌신적으로’ 놀아준다. 원래는 북창동식 하드코어를 선호했지만 이제는 풀살롱에만 가고 있다는 직장인 조모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나 같은 경우는 무조건 저렴하고 화끈하게 노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게 아니면 20~30만 원이라는 돈을 지불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룸에 출입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나는 북창동을 선호했다. 하지만 이제는 풀살롱에만 주로 간다. 하드코어 보다 더 강한 서비스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아가씨들도 제대로 ‘개념’을 갖췄다. 손님이 원하는 것이라면 웬만하면 들어주는 분위기다. 이제는 어떤 면에서 ‘진상 손님’이라는 개념 자체도 모호해졌다. 아가씨들도 벌어먹고 살아야 하는 상황에서 찬밥, 더운 밥 가릴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는 웬만한 진상은 진상으로도 불리지 않을 정도다. 지금은 북창동이 풀살롱에게 털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무엇보다 강력한 풀살롱의 장점은 ‘2차’에 있다. 비록 불법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성매매가 가능한 한국 사회에서 2차가 되는 룸살롱은 적지 않은 메리트를 가지고 있다. 반면 하드코어는 2차라는 것이 거의 없어 풀살롱에 대적하기엔 경쟁력이 떨어진다. 현재 강남 지역의 룸살롱 지형도는 대다수 풀살롱이 장악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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