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청소 미화 노동자들의 절규
대학 청소 미화 노동자들의 절규
  • 이창환 기자
  • 입력 2011-01-18 11:21
  • 승인 2011.01.18 11:21
  • 호수 873
  • 5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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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가 왜 이런 문제로…

최근 대학가가 시끄럽다. 그러나 무슨 정치적 이념적 갈등 때문이 아니다. 그렇다고 등록금 인상이나 비리를 둘러싼 학내 분규 때문도 아니다. 대학 교내 청소미화 노동자 문제가 이슈다. 순수한 열정과 이상이 꿈틀대야할 대학이 교내 청소미화 노동자들의 고용 조건 문제로 갈등을 겪기 시작한 것은 오래 전부터다. 그러나 이러한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와 극한사태까지 부른 것은 지난해 말 동국대 청소미화 노동자들의 농성이 계기가 됐다. 몇몇 대학에서 문제는 있었지만 다행이 학교 측과 노동자들 사이에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져 농성 등으로 번진 사례는 드물었다. 그러나 최근 동국대를 시작으로 홍익대 등에서 잇달아 교내 청소미화 노동자들 문제가 불거지며 대학가는 또 다른 몸살을 앓고 있다.

찬바람이 불던 지난해 12월29일 동국대 청소 미화 노동자들이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대학 본관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대부분이 60∼70대인 청소 미화 노동자들은 고용 보장과 처우 개선, 주5일제 준수 등을 학교 측에 요구했다.

이들이 농성을 하게 된 원인은 두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국대 청소 미화 노동자들은 지난해 10월 29일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동국대시설관리 분회를 설립했다. 그러나 노조가 설립된 후 학교 측은 갖가지 방법으로 노조에 가입한 노동자들을 탄압했다고 노조 측은 주장하고 있다. 노조원들의 학교 출입을 막기도 하고 탈퇴를 강요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노조 설립에 용역 회사 교체

그러던 가운데 학교측은 지난해 11월 30일 갑자기 기존의 청소용역회사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용역회사들의 계약기간은 1년이지만 통상 한두번 연장해 주는 것이 관례였기 때문에 용역회사 측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계약해지에 대해 분회는 “노동조합 설립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한 문책성 계약해지”라고 해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학교 측은 기존 업체에 대한 계약해지 후 새로운 청소 업체를 선정하는 절차를 강행했는데 분회 측은 “재입찰 절차를 평상시와 같은 공개입찰이 아닌 지명입찰로 비밀리에 진행한 점도 이러한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재입찰을 통해 학교가 신규 업체를 선정하면, 신규업체는 법적으로 현 노동자들의 고용에 대한 책임이 없어진다. 때문에 “재입찰을 통한 신규업체 선정은 합법적으로 노동자들을 대량해고 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노조 측은 설명했다.

갑작스런 계약해지와 입찰과정의 문제 뿐 아니라, 고용승계에 대한 학교 측의 묵묵부답 또한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증폭시켰다. 분회는 고용승계 여부에 대해 학교 측에 4차례의 질의를 보냈지만, 학교 측은 이에 답하지 않았다. 새롭게 선정된 업체 또한 고용승계 여부에 대한 답을 내놓지 않고 지난해 12월 28일 청소노동자 채용공고를 내버렸던 것이다.

노동자들은 고용승계에 대한 학교 내 우호 여론 형성을 위해 지난해 12월 13일부터 3일간 ‘청소미화 노동자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위한 범동국인 서명운동’및 1인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당시 서명운동은 시작한지 단 일주일 만에 9362명의 서명을 받는 등 학내 구성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고 분회 측은 설명하고 있다.

다행히 혹한 속에서 계속되던 농성은 지난 3일 학교 측이 고용승계를 약속함으로써 끝이 났다. 그러나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된 것은 아니다. 노동자에 대한 처우가 근본적으로 바뀐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법정최저임금에 못미치는 임금

2010년 주 40시간 시행 사업장 법정 최저임금은 월 기본급 만으로 85만8990원(최저임금 시급 4110×209시간)이다. 그러나 동국대 청소미화 노동자들은 주 40시간 노동에 기본급 75만8990원으로 법정 최저임금보다 10만원이나 적은 임금을 받았다고 노조 측은 주장하고 있다. 학교 측은 시간외 수당 4만1010원, 식대보조금 10만 원을 합해 총 90만 원을 받았다고 밝히고 있지만 시간외 수당과 식대보조금은 최저임금법에 의해 최저임금에 산입되지 않는다는 것이 노조 측의 설명이다.

더구나 65세 이상 노동자의 경우에는 법정 퇴직금의 70% 정도만 지급받았다고 한다. 연차휴가 등도 회사에서 허락하지 않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으며 여름철에는 청소업무 외에도 잡초제거 등에 동원되는 등 부당한 업무지시를 받아왔다고 노조 측은 주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노조는 청소담당 교직원이 청소노동자의 조장 수당을 착복한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교직원은 지난 9월 “조장 수당은 필요 없다”며 용역업체에 연락해 여성 조장 4명 분의 수당 20만 원을 남성 반장의 급여 통장에 지급하게 했다는 것이다. 남성 반장들은 다시 교직원의 지시에 따라 자신의 계좌로 초과 입금된 여성 조장 수당 20만 원 중 15만 원을 현금으로 그 교직원에게 가져다주었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학교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학교 측은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으로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대학 청소 미화 노동자를 둘러싼 갈등은 비단 동국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홍익대학교의 경우는 집단 해고와 일부 대학 대학 총장실 앞 점거라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홍익대는 지난해 12월 31일 청소·경비 업무를 맡고 있는 2개 용역업체와 계약만료일인 지난해 12월 31일 재계약을 포기했고 170여 명의 청소 경비 근로자 전원은 지난 3일 출근과 동시에 학교 측으로부터 해고통지를 받았다.


해고와 점거의 강경 대치

이에 해고자들은 지난 3일부터 홍익대 문헌관 1층 사무처를 점거한 채 농성 중이다. 이들은 “홍익대가 용역업체에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도급비를 줘 그동안 월급 75만 원과 일일 점심값 300원을 지급받으며 주 50시간씩 근무했고 3개월짜리 용역계약을 연장할 것을 요구해 해고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2일 노조를 결성하면서 최저임금을 지켜 줄 것을 용역업체에 요구한 것을 학교 측이 괘씸하게 받아들여 결국 용역업체의 임금인상안과 고용승계를 모두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사태가 악화될 조짐이 보이자 지난 4일 민주당 이미경·김상희 의원이 홍대를 방문해 중재에 나섰지만 대학 측은 법적인 고용관계가 없다며 노조와의 대화를 거부했다. 또 무단 시설점거와 업무방해가 계속되면 법적 대응을 검토한다는 강경대응 방침을 정한 상태다.

홍익대 문헌관 1층을 점거하고 농성 중인 노동자 측과 공공서비스 노동조합은 “우리는 청소하는 일이 생계수단인데 우선 일은 시키면서 차후를 생각해야 하지 않느냐. 예고 없이 들이닥친 작금의 상황이 막막할 따름” 이라고 말했다. 현수막의 글귀도 ‘일하고 싶다’, ‘죽어도 학교에서 죽고 살아도 학교서 산다’, ‘하루 속히 속행하라. 배고파 죽겠다’ 같은 내용이 다수였다.

홍익대는 지난해 2곳의 용역업체와 2009년 1월부터 2010년 12월 31일까지 미화 경비원 시설관리 도급 계약을 맺었다. 도급계약이 만료(2010년 12월)된 후 학교 측은 “새로운 용역업체를 공개입찰로 선정하겠다”며 “그 기간 동안 공백기간이 발생하지 않도록 3월까지 계약기간을 연장해달라”고 용역업체에 통보했다.

학교 측의 요구에 용역업체들은 3개월 연장 기간 동안 시급을 4320원(5.1%)으로 인상해줄 것과 더불어 2011년 임금협약에 따른 인상분을 소급적용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학교 측은 “시급 인상분에 대해서는 고려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사실상 임금인상분에 대해서는 불투명한 입장을 보였다.


폐지 판매권 놓고도 티격태격

서로의 입장차이가 명확하던 12월 2일 청소노동자들이 민주노총 산하의 노조를 결성했고, 입금 협상을 위해 노력했다. 노조 측은 미화원들의 시급 5180원, 경비원 4660원, 점심식대 8만8000원, 상여금 기본금의 50%지급(설,추석)을 요구했다. 아울러 연장계약 3개월 이후에도 근로자 전원의 고용승계를 요청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현재보다 약 70% 인상된 무리한 요구라며 수용을 거부, 임금협상은 파국으로 치닫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노조 결성 한 달만인 1월 1일부터 학교 측 전 직원이 비상근무체제로 돌입해 현재까지 이들과 대치중이다.

홍대 청소노조원들에 따르면 홍익대 미화 경비 시설근로자 노조원 170명은 대다수가 50~60대 노동자들로 월 75만원(주 12시간)의 저임금 노동자들이다. 하루 식대 300원을 받으며 하루 12시간의 근무시간 중 2시간의 휴식시간이라는 명목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교내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이해할 수 없는 부당한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그동안 교내에 폐지를 주워 판 돈으로 쌀을 구입해 점심을 해결해왔지만 몇 개월 전부터 학교측이 폐지판매 대금을 챙겨갔다는 것. 대신 1인당 한달 식대비 명목으로 9000원씩을 줬다고 한다.

청소 노동자들은 “(학교 측이) 9000원 줬으니깐 그걸로 밥해먹고 나가지 말고, 쉬는 시간에 외출도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돈 줬으니 자리를 지켜라 이거다”라면서 “그 시간에도 청소할 게 있다고 해서 부르면 가야 한다”고 허탈해했다.

이에 대해 홍대 측은 “폐지나 재활용품은 학교 자원으로 일괄매각해 학교 예산으로 편입되는 게 원칙”이라며 “그동안 미화원들이 궁여지책으로 폐지를 판매했던 것이지 학교 측에서 갑자기 그들의 식대를 뺏은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편 노동자들의 점거 농성과 관련, 홍대 총학생회의 입장표명이 논란을 심화시키고 있기도 하다. 지난 4일 총학생회는 대자보와 학내 커뮤니티에 “청소노동자 분들이 적은 임금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저임금제에 못 미친다는 내용은 과장·왜곡됐으며, 사실과 다른 내용을 기재해 여론을 조성하는 방식은 잘못된 방법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또한 “학교 측에 문의한 결과 학교 측은 최저임금제가 안 지켜지고 있다는 구체적인 자료는 없다. 총학생회에서는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 하겠다”는 내용을 덧붙였다.

또한 “열악한 근무조건 속에서 청소노동자들을 위해 적극 돕고 싶다. 그러나 외부 세력의 학내점거나 농성에 대해서는 어떠한 이유라도 반대한다. 학생들의 편의나 학습에 지장을 주는 일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근로조건 악화-노조 결성-업체 변경의 악순환

이런 가운데 서울지역 21개 대학 학생회 및 단체들은 지난 11일 오전 11시 홍익대에서, 이 학교 청소·경비·시설관리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날 배포된 보도 자료를 통해 “홍익대 측은 책임을 회피하고 있지만, 노동자들의 업무 공간이 학교라는 점, 용역업체를 실질적으로 좌지우지하는 것은 학교라는 점을 봤을 때, 이번 사태는 학교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학 청소 미화 노동자 문제는 비단 동국내나 홍익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노동계와 대학가의 설명이다. 대학은 비용절감을 이유로 용역업체를 통해 청소노동자를 고용하고 영세 용역업체들은 업체 선정을 받기 위해 더 낮은 노동조건을 제시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 노동자들은 최소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조를 결성했고, 그것은 계약 해지의 이유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계 관계자는 “대학들은 노조에 가입한 용역업체 노동자를 합법적으로 해고하기 위해서 형식적으로 용역 업체를 수시로 바꾸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용역업체가 바뀔 경우 새 업체는 이들의 고용을 승계할 의무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최근 동국대와 홍익대를 통해 부각되고는 있지만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 한양대, 명지대, 교원대 등의 학교가 비슷한 갈등과 그에 따른 조율을 거친 바 있으며 언론에 알려지지 않은 학교까지 하면 상당수가 해당된다는 얘기다.


단순 노무직 아웃소싱 문제 폭발한 것

지난해까지 몇몇 대학에서 청소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자마자 용역업체가 바뀌었다. 연세대는 지난해 12월 청소노동자들 모르게 용역업체를 바꾸기 위한 목적으로 입찰설명회를 진행하려다가 노조의 항의로 무산된 바 있다. 고대에서도 폐지 판매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기도 했다.

최근 나타나기 시작한 이러한 갈등은 그간 대학이 직접 고용하던 청소·경비 등 단순 노무직이 아웃소싱으로 대체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이 분석한 ‘대학 비정규용역 노동자 실태와 개선방안(2007)’자료에 따르면, 용역업체를 통해 직원을 간접고용하고 있는 대학은 국·공립대가 100%, 사립대가 84%였다. 국·사립을 포함 전체 86.7%의 대학이 단순노무직을 아웃소싱으로 해결하고 있다.

용역업체에 의해 고용된 직원 대부분은 1~2년 계약으로 대학 내 청소·경비·주차·시설관리를 담당한다. 이 가운데 청소용역직원들이 가장 낮은 임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노조가 있는 곳은 상황이 나은 편이다. 지난해 8월 현재 서울시내 40여 개 대학 중 용역직원 노조가 결성된 대학은 고려대·연세대·이화여대·동덕여대·성신여대·덕성여대·서울대 등 7곳. 대부분 올해 근무시간 8시간에 85만8990원(최저임금) 이상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번 동국대나 홍익대의 경우처럼 대부분의 대학 청소 미화 노동자들의 삶은 고단하기만 할 뿐이다.

[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

[사진=맹철영 기자] photo@dailypot.co.kr

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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