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스포츠 토토, 사다리타기 게임 등 퍼져
도박과 게임의 차이 몰라…중독자 양산 우려
#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 A군. 여느 학생과 다를 바 없는 고등학생이지만 A군은 감정의 기복이 심하다. 이유는 불법 도박. 인터넷 사설 사이트에서 불법 토토를 즐겨 한다는 A군은 경기 결과에 따라 하루의 기분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A군은 자신 외에도 반 학생 중 게임처럼 도박을 하는 학생이 꽤 있다고 답했다.
# B군은 경기도 한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다. 수능 공부에 한창이어야 할 나이지만 B군은 최근 알게 된 게임 때문에 밤잠을 설친다고 했다. 그가 알게 된 건 ‘사다리타기 게임’. 불법 도박이다. 이 게임은 가입에 제한이 없고 게임 규칙도 간단하다. 베팅은 천원 단위에서 시작해 최고 300만원까지 가능하다. 특히 스마트폰으로 가능하다는 이점 때문에 최근 들어 이를 즐겨하는 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B군은 자신뿐만 아니라 반에서도 이 게임을 하는 친구들이 꽤 된다고 답했다.
운동 경기 결과에 따라 환급금을 받는 방식인 스포츠 토토. 토토는 레저게임이라고도 불린다. 팀이 이기면 배당률도 높아지기 때문에 이용자들의 재미를 더한다. 현재 합법으로 분류되는 정식 토토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운영하는 곳이다. 이 사이트에선 성인 인증이 필요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인터넷 사설 도박사이트에서 주관하는 토토는 이와 다르다. 따로 성인 인증이 필요 없는 사이트도 태반이고, 절차 역시 쉬워 청소년들도 빠져들기 쉬운 구조다. 사설 도박 사이트는 이용자 규제를 엄격히 하지 않기 때문에 도박 중독자를 양산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연예인들의 잇단 ‘불법 도박’은 대부분 사설 사이트에서 이뤄졌다. 관리당국의 규제와 감독 때문에 최근엔 해외에 서버를 둔 도박 사이트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사설 사이트 토토 외에 B군이 즐겨 한다던 사다리게임이나 홀짝, 달팽이게임 등은 모두 불법도박으로 분류된다.
불법도박 청소년들 증가…상담 늘어
최근 인터넷 사설 도박사이트에서 주관하는 토토는 물론,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할 수 있는 도박이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사행성 도박이 청소년들에게도 유입됐다는 점이다. 특히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 인터넷 사설 사이트는 관리당국의 감독을 피하기 쉬워 이를 이용하는 청소년들의 상담 사례도 끊이지 않고 있다. 또한 최근 들어 스마트폰을 통해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불법 도박 역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불법 도박의 구체적인 실태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조사를 자체적으로 한다. 2014년에 발표한 ‘2014 사행산업 관련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19세 미만 학생들의 이용 비율이 감소했다가 다시 증가했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의 비율은 각각 0.8, 0.2, 0.2, 0.3, 0.2, 0.5다. 하지만 이 비율은 각 지역 센터 등록자만 대상자로 집계한 통계이기 때문에, 최근의 사례까지 더한다면 10대의 불법 도박 이용 비율은 더욱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다.
한국도박문제를 관리하는 공공기관인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의 상담재활과 김연수 과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합법적인 스포츠 토토 등은 사실 성인 이상만이 이용할 수 있다”며 “10대 학생들의 합법도박 이용 실태가 통계에 잡히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최근 들어 청소년들의 불법도박과 관련한 상담이 늘어나고 있다”고 답했다. 2009년에 처음 청소년들의 불법도박 상담을 시작했다는 김 과장은 “최근 체감하는 상담 건수는 ‘한 두 달에 한 건’”이라고 말했다. 이는 상담을 처음 시작했을 당시와 비교하면 실질적인 상담 건수가 상당히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도박인 줄 모르는 학생 태반
김 과장은 또한 “청소년들의 불법 도박이 더욱 문제인 것은 이를 게임으로 오인하는 학생들도 상당하다는 점”이라며 “평범한 게임인 줄 알고 시작했다가 중독된 사례도 다양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다리타기 게임, 달팽이 게임 등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불법도박은 게임으로 착각할 만한 시스템이다. A군과 B군 역시 처음에 게임이라고 판단해 시작했다고 말했다. 게임이란 생각에 했지만 막상 시작하고 보니 너무 재미있고 헤어나올 수가 없어 계속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미가 중독으로 직결되는 상담도 증가하고 있다. 평범한 여고생 C양은 모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수업시간에도 인터넷방송에서 베팅을 예측하는 분석가들의 말이 생각나고, 계속 돈을 따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말한 바 있다. A군과 B군 역시 전문가의 입장에서 ‘중독 의심’수준이라고 말했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청소년들의 불법 도박 문제에 더해 이와 관련된 상담 건수가 증가한 것을 두고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당국이 관리·감독을 더욱 엄격히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 과장은 “현재 도박관리센터 내 예방교육과가 있는데, 도박을 했거나 중독까지 의심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해외에 서버를 둔 인터넷 사설 사이트, 불법 도박이 유통되고 있는 스마트폰의 일부 앱 자체를 관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현지 기자 yon88@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