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 교사가 남학생들도 성추행 했다는 발언 나와
관련자들은 문제 덮고 모르쇠 일관…왜 반복되나
학교 내 성범죄 문제의 심각성은 꾸준히 지적돼왔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 13일 ‘교원 성폭력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성범죄를 저지른 교사 등 교원을 교단에서 완전히 배제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방치됐던 ‘학교 내 성범죄 교사’ 문제에 교육부가 칼을 빼든 결정적 계기는 ‘서울 서대문구 공립 고등학교 내 집단 성범죄 사건’이었다.
사건의 요지는 이렇다. 이 학교의 전임 교장을 포함한 남교사 5명이 여교사 및 여학생들을 성추행·성희롱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가해자가 소수인 것과 달리, 피해자는 백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범죄가 광범위하고 지속적으로 발생한 것이란 추측이 나돌고 있다.
현(現) 교장이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막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피해 학생 학부모의 고발장이 지난달 접수된 것을 시작으로 경찰이 수사 중이다. 서울시교육청 역시 감사에 들어갔다.
현재까지 알려진 것에 더해 ‘동성 학생들에게도 성추행을 일삼았다’는 관련자 발언도 나왔다.
이 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A양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반 남학생으로부터 ‘가해교사 중 한 명이 내 엉덩이도 만졌다’는 발언을 들었다”고 답했다. 해당 교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남학생은 여러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A양은 “이 이야기를 한 남학생들은 ‘아, 뭐예요’ 식의 반응이다. 같은 남자인데다 그 선생님이 학생들의 신체를 만진 경우가 많았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A양의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해당 교사가 지속적으로 수많은 남학생들의 신체 일부를 만졌다는 것이다.
동성 학생에게도 성추행 의혹
앞서 해당 교사는 여교사는 물론, 여학생들의 신체 일부를 만지거나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문제는 소수 학생에게만 이 같은 행각을 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이 교사의 성추행·성희롱이 현재까지 알려진 것보다 더욱 광범위하고 지속적으로 일어났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동성 학생들을 추행했다는 혐의까지 더해진다면 피해자가 확연히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문제를 쉬쉬한 학교 측에 대한 비판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17일 개학한 이 학교를 찾아가 인터뷰를 요청한 본지 기자에게 대부분의 학생들은 ‘피해자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며 경계심을 표했다. 마을 주민들의 반응 역시 모르쇠로 일관했다. 언론에 보도된 문제 학교가 이 학교는 맞지만, 자세한 사실은 모른다는 대답이 대부분이었다. 다만 일부 극소수의 학생들은 ‘학교 내에서 그런 문제들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했고, 이는 많은 학생들이 알고 있었고 뒤에서 쑥덕거리던 일’이라고 말했다. 성범죄에 해당하는 발언과 행동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었다는 것. 고발장이 접수되기 오래전부터 학교 내에서 광범위하고 지속적으로 성범죄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신빙성을 더하는 발언인 셈이다. 만일 이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학교 측에 대한 비판 수위는 더욱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서울시교육청 감사팀의 한 주무관은 현재 백여 명에 이르는 학생 등을 대상으로 관련자 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만일 ‘동성 추행’ 의혹까지 더해진다면 관련 조사를 받는 대상자의 수가 더욱 증가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감사팀 관계자는 “현재 감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확실한 수사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지만 “동성 성추행 의혹도 자체적으로 감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 사건과 같이 피해자가 집단적으로 발생한 경우는 거의 드물어 감사에 착수한 지 약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감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빠르면 발표 시기를 8월 말로 생각하고 있지만 발표 시기는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학교 내 성범죄 사건의 반복, 왜?
전문가들은 학교 내 성범죄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로 ‘느슨한 처벌과 교사들에게 관대한 문화’를 꼽는다.
성범죄 교사에게 징계 수위가 터무니없이 낮다는 점은 물론, 연금에 있어서도 큰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게 문제로 제기됐다. 성범죄를 저지른 교사가 파면 징계만 당하지 않으면 일반 교사와 다름없이 연금을 수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성범죄에 관대한 한국 문화’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영국과 독일의 경우 교사가 성범죄를 저질렀을 때, 즉시 해임되고 형사 처분을 받는다. 교원들의 성범죄 사건에 엄격하다는 평을 듣는다. 미국 코네티컷 주의 경우 교사가 16세 이하 학생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르면 1년 이상, 2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엘라배마 주는 성범죄로 교원에서 배제된 교사가 학교 600m 이내의 직장에는 재취업할 수 없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일단 교육부가 13일 발표한 대책의 기대 효과에 대해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책의 내용은 성범죄 교사를 교원에서 배제하는 것에 더해, 예방에 초점을 맞췄다.
일부 전문가들은 교육부가 발표한 대책뿐만 아니라 해외의 경우처럼 더욱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교사들의 성범죄에 관대한 인식과 ‘성범죄를 일단 덮어놓고 보자’는 안일함, 또 학교 내에서의 ‘상하·갑을관계’를 청산해야 된다는 지적 역시 끊이지 않고 있다.
김현지 기자 yon88@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