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회장 도전장 낸 정몽준…“나는 한 번만 합니다”
FIFA 회장 도전장 낸 정몽준…“나는 한 번만 합니다”
  • 김종현 기자
  • 입력 2015-08-24 15:58
  • 승인 2015.08.24 15:58
  • 호수 1112
  • 56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선거에 출마를 선언하며 차세대 대권 주자에 이름을 올렸다. 정 명예회장은 대세로 주목받고 있는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회장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대항마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권 표밭에서조차 지지하는 회원국이 갈리는 등 치밀한 전략이 선행되지 않을 경우 대권도전의 꿈을 이루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정 명예회장의 선거 전략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차기 회장 미셸 플라티니 VS 정몽준 대결로 압축
  17년간 부회장 경력이 발목…아프리카 표심 분수령


정몽준 명예회장은 지난 17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샹그릴라 호텔에서 차기 FIFA 회장 선거 출마를 공식선언 했다.

정 명예회장은 이 자리에서 제프 블래터 현 FIFA 회장을 강하게 비판하며 출마의사를 곤고히 했다. 그는 “FIFA 회장이 축구 팬들의 야유의 대상이 되어 버린 현실이 마음 아팠다”며 “2011년 유럽의 한 여론 조사 응답자의 95%가 ‘블래터가 축구를 망치고 있다’고 답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 명예회장은 또 출마선언문을 통해 “FIFA 차기회장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면서도 조직을 개혁할 수 있어야 한다. FIFA를 4년 안에 바꿀 수 있다. 세계 모든 축구팬들에게 약속한다”면서 “FIFA가 이토록 부패한 조직이 된 진짜 이유는 40년 동안 한 사람이 자기 측근들을 데리고 장기 집권을 했기 때문이다. 4년 동안 한번만 회장직을 맡을 것”이라며 차별화된 공약을 내세웠다.

그는 “몇 십 년간 계속 팽창하고 있는 FIFA의 부패문제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FIFA에 ‘상식’과 ‘투명성’ 그리고 ‘책임성’을 되살릴 리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등진 일본,
블래터밭 공략 안갯속

이처럼 정 명예회장은 반 블래터를 주된 전략으로 내세우며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이 같은 전략이 충분한지를 놓고서는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우선 차기 FIFA 회장에 출사표를 냈거나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 모두 반 블래터 진영이다. 플라티니 유럽축구연행 회장을 비롯해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 등도 블래터 타도를 외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더욱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특히 FIFA 회장 선거는 209개국 FIFA 회원국들의 투표로 이뤄지는 가운데 아프리카 54개국, 유럽 53개국, 아시아 46개국, 북중미 11개국, 오세아니아 11개국, 남미 10개국으로 나눠져 있다. 이중 블래터의 텃밭으로 분류되는 아시아·아프리카·북중미·남미 등에서 표를 얻지 않고서는 당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FIFA 개혁의 선두주자라는 이미지를 굳히되 블래터에 호감을 갖고 있는 국가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한 까닭이다. 

하지만 정 명예회장이 이들을 끌어안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들 지역 대부분은 정 명예회장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플라티니 지지를 선언한 상태다.

특히 오랫동안 블래터 지지 세력이었던 아시아축구연맹(AFC)의 경우 셰이그 살만 빈 에브라함 알 칼리파 회장이 이미 플라티니 회장 지지를 표명한 상태여서 아시아 내부에서도 표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또 주변국 일본의 도움도 받기 힘들 전망이다. 일본 스포츠 신문 ‘스포니치’는 지난 20일 “일본축구협회 다시마 고조 부회장이 FIFA 차기 회장 선거에 입후보한 정몽준 전 FIFA 부회장을 지지하지 않을 의향을 표시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다시마 부회장은 지난 1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AFC 회의 때 취재진을 만나 “같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후보자가 나왔다는 것은 자랑스럽다”면서도 “(아시아) 대륙 연맹의 단결이 중요하다. AFC 알 칼리파 회장은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 회장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플라티니 회장에 대한 일본축구협회의 지지선언으로 해석된다.

앞서 정 명예회장은 지난 6일 서울에서 가진 기자간담회 때 “일본이 도와준다면 당선 가능성이 99%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또 그는 다이니 구니야 일본축구협회장에게 FIFA 회장 선거에서의 지지를 부탁하는 편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져 이번 결과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정 명예회장 측은 지난 20일 “유력한 경쟁자인 플라티니 회장과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아시아와 아프리카 북중미 등 비 유럽세의 지지부터 모아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아시아부터 1주일 단위로 각국 축구 인사들을 만나기 위해 수시로 출국할 것”이라고 밝혔다.

축구 약소국,
아프리카 최대 결전지

정 명예회장은 공식 출마 선언 뒤 첫 타깃으로 동남아시아를 조준하고 있다.

정 명예회장은 지난 21일 인천공항을 통해 미얀마로 출국했다. 그는 아세안축구연맹(AFF) 총회 후 열리는 시상식에 참석하는 등 미얀마를 비롯해 호주, 필리핀, 인도네시아, 라오스 등 12개국 회원국들을 만나 축구 약소국에 대한 표심 공략에 들어간 상태다.

또 209개 회원국 중 26%의 표를 갖고 있는 아프리카축구연맹(CAF)에 적극적인 구애를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CAF는 플라티니 회장도 아직 우리 편이라고 주장하지 못하는 곳이다. 그 만큼 CAF를 중심으로 아프리카 축구계의 마음을 사로잡으면 몰표를 얻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더욱이 아프리카 회원국은 표쏠림현상이 두드러지는 곳이다.

CAF는 지난 5월 블래터와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와의 FIFA 회장 선거에서도 블래터에게 몰표를 던지며 알 후세인 왕자의 이변을 막았다. 이를 두고 블래터와 설전을 벌이고 있는 정 명예회장이 불리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있지만 아프리카가 플라티니에게 갖고 있는 반감이 상당하기 때문에 정 명예회장이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충분한 것으로 풀이된다. 

축구 관계자는 “어차피 유럽이나 미국·남미는 자존심이 강해서 한 쪽으로 쏠리지 않고 자기들 생각대로 움직인다. 남은 시간 정 명예회장이 소국을 집중적으로 파고든다면 꽤 많은 표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더불어 정 명예회장은 FIFA 개혁을 위해 임기 제한 공약을 승부수로 꺼내 들었다. 지난 17일 공식출마를 선언하며 “4년 임기 한 번만 회장직을 맡겠다. FIFA를 4년 안에 바꿀 수 있다”고 강조해 쇄신을 위해 최선책임을 피력했다.

그는 FIFA 운영의 최대 문제점으로 부각된 장기접권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전해 장기집권에 염증을 느끼는 회원국들의 표심을 기대하고 있다.

그간 FIFA 회장직은 장기집권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사실상 전무했다. 1920년 취임한 줄 리메(프랑스)는 1954년부터 34년간 회장직을 유지했고 1974년 취임한 주앙 아벨란제(브라질)는 1998년까지 24년간 유지했다. 문제는 5선에 성공한 블래터 회장이 17년째 장기 집권체제를 구축하면서 FIFA의 부흥과 함께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돼 이에 염증을 느낀 회원국 역시 급증했다. 이에 정 명예회장은 임기 제한 외에 재정 투명성 강화, 회장 급여 공개, FIFA내 여권 신장 등을 내세우며 개혁에 방점을 둔 공약에 사활을 걸고 있다.

흠집내기에 당황
곳곳이 지뢰밭

정 명예회장의 필승전략을 꾸리는 사이 정 명예회장에 대한 반격도 시작됐다.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블래터 현 회장은 지난 18일 “닥터 정이 출마를 선언하면서 FIFA를 부패한 조직이라고 언급했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며 “닥터 정 본인도 잊지 않고 있겠지만 그 자신도 17년간 FIFA 부회장과 집행위원을 지냈다”고 공격했다. 블래터 회장은 결코 정 명예회장과 가까워질수 없음을 명확히 한 셈이다.

다만 블래터 회장은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 회장과 과거 끈끈한 관계였지만 최근 사이가 틀어져 그를 이길 수 있는 대항마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만 아니라 정 명예회장에 대한 흠집내기가 출발 시점부터 불거지면서 앞으로 넘어야 할 고비가 첩첩산중임을 예고했다.

지난 19일 블룸버그 통신은 정 명예회장이 지난 2010년 파키스탄 홍수 당시 40만 달러(약 4억 7000만 원)를 기부한 사실이 있으며 이 시기가 FIFA 부회장 선거를 앞뒀을 때라고 보도해 했다. 당시 정 명예회장은 2011년 1월 치러진 FIFA 부회장 선거에서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에게 패했다.

또 이들은 한국이 2022년 월드컵 유치를 벌이던 때가 2010년이라고 지적하면서 정 명예회장이 당시 FIFA 집행위원들에게 7억7700만 달러(약 9184억 원)의 축구발전기금을 공약한 사실도 언급하는 등 여러 의혹들을 제기했다.

해당 사실은 최근 AFC가 FIFA에 정 명예회장의 2010년 파키스탄 홍수 기부금에 대해 조사해달라고 요청하면서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FIFA는 해당 기부금이 당초 계획대로 축구장 건설에 사용됐는지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파키스탄 축구협회는 부지확보 문제로 사업이 지연됐다고 해명했다.

최근 불거진 의혹에 관해 정 명예회장 측은 “순수한 인도적 지원마저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FIFA의 비윤리적 행태를 개탄한다”면서 “그동안 터키, 방글라데시, 중국, 미얀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다양한 국가의 재난에 대해 성금을 내왔다”고 적극 해명했다.

또 기금 조성에 대해 “당시 기금 조성안은 한승주 2022년 월드컵 유치위원장이 2010년 10월 기자회견에서 공개적으로 발표한 내용을 열흘쯤 뒤 편지로 보낸 것”이라며 “다른 나라와 함께 기금을 조성해 각국을 고르게 지원하겠다는 취지일 뿐 집행위원이 속한 국가 등 특정국을 지원하겠다는 의미는 아니었다”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 같은 흠집내기는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향후 선거 막바지에 이르면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여 정 명예회장이 어떠한 전략과 선택을 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 출마 후보 간 이해득실에 따라 합종연횡도 예상되는 만큼 정 명예회장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더욱이 정 명예회장이 FIFA 대권을 거머쥘 경우 한국 정치계에서의 영향력 확대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여 체육계뿐만 아니라 정치계 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FIFA 차기 회장 선거는 2016년 2월 26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다. 후보자 등록에는 5개국 이상의 추천이 필요하다. 이후 209개국 가맹 회원국이 총회에서 비밀투표로 각 1표식 행사해 결정된다. 1차 투표에서 2/3인 140표 이상을 얻는 후보가 나오면 바로 당선이 확정된다. 단 2/3을 넘지 못하면 2차 투표를 진행하고 이때 과반을 넘은 후보가 최종 당선된다.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