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친일 진상규명법 개정’추진 파장
여권의 ‘친일 진상규명법 개정’추진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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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4-07-28 09:00
  • 승인 2004.07.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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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치권의 최대 화두는 ‘박근혜 죽이기’이다. 과거 ‘김대중 죽이기’를 빗댄 말이다. 여당 차원에서 한 정치인의 정치생명을 끊으려 한다는 의미에서 나온 말이다. ‘죽이기’란 말이 정치권에 공공연하게 나돈데는 박근혜 대표가 차기 한나라당의 대권주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치권에 회자되고 있는 ‘박근혜 죽이기’ 내막을 알아봤다. 한나라당이 여권과 청와대가 최근 조직적인 ‘박근혜 죽이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크게 격분하고 있다. 친일 반민족 행위 진상 규명법 개정과 청와대 홈페이지의 박근혜 패러디 등이 차기 대선 주자 박근혜 죽이기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이 모두를 여당의 차기 대선 전략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공세로 판단, 갈수록 강도 높은 대응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국회 개원 초 여야 모두의 입에서 나왔던 상생과 공존의 정치는 당분간 찾아보기 힘들 전망이다.여당의원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친일 반민족 행위 진상 규명법 개정안이 박 대표 죽이기의 핵심이다. 그리고 박 대표 패러디와 의문사 진상 조사위도 결국에는 그러한 활동 중 하나라는 게 한나라당의 입장이다. 게다가 14일 본회의에서 열린우리당 노웅래 의원이 박 전 대표의 정수장학회 이사장직 보유와 언론사 소유를 문제삼고 나서, 여당의 대야 공세가 불을 뿜고 있는 상황이다. 16일 제출된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안은 실질적으로 조선·동아일보 뿐 아니라 박정희 전 대통령까지 조사 대상으로 포함하는 내용이다.

따라서 9월 정기국회에서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일행위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박 대표에게 아버지의 친일 시비는 매우 민감하고도 치명적 사안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 있어 국토개발과 경제부흥에는 비교적 긍정적 평가가 많지만, 친일 행적에 대해선 그렇지 못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사실 박 전대통령은 1942년 만주 신경군관학교를 졸업한 뒤 일본 육사에 편입해 44년 졸업했다. 그 뒤 일제 패망 직전까지 만주군 중위로 복무했다. 무엇보다 그가 ‘다가키 마사오’로 개명하고 중국에서 항일 팔로군 토벌을 맡았던 만주군 보병 제8단에 배치돼 해방을 맞았던 대목이 친일행위의 핵심으로 지적된다.따라서 여기에 친일행위에 대한 조사 범위를 확대한 이번 개정안에 한나라당과 박 대표가 유난히 민감한 이유가 있다.

특히 여당이 ‘역사 바로 세우기’란 대의명분을 앞세워 한나라당을 몰아붙일 경우 이에 한나라당이 적절히 대응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한나라당은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의 본 뜻이 박 전대통령을 직접 노리고 이뤄진 것이 분명하다”면서 “대표적으로 신기남 의장과 송영길 의원의 발언이 그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기남 의장은 ‘농사꾼이 잡초 뽑을 때 가리지 않는다’는 발언으로 개정안의 취지를 설명했으며, 송영길 의원은 “자발적으로 육사를 졸업하고 천황에게 맹세한 것까지 생계형 강제 징용으로 볼 수 없다”고 해 직접적으로 박 전대통령을 지칭했다. 그리고 한나라당은 여당이 5·16이후 의혹이 제기된 모든 사건을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이 역시 대야공세의 핵심이라 강조하고 있다.

전여옥 대변인은 “박 대표는 지난 16대 때 통과된 친일진상규명 법에 찬성표를 던졌었다”면서 “수 개월만에 여당이 굳이 박 전대통령을 조사대상에 넣는 개정안을 제출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에 신기남 의장을 비롯한 열린우리당 고위층은 “개정안은 몇몇 언론사와 인물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민족적 차원의 역사 바로 세우기가 목적”이라 설명했다.이에 대해 박근혜 대표는 최근 패러디로 인해 불편한 심기를 반영하듯 “여당의 개정안은 의도적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으며, 본색이 이제야 드러나고 있다”며 상당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박형준 의원도 “중요한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현정권은 정치적·정략적 사안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면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일들은 야당탄압의 의도로 진행되는 전략”이라며 박 대표를 거들었다.97년 정치입문 이후 비교적 순탄한 여정을 보낸 박 대표에게 여당의 이른바 ‘박근혜 죽이기’가 어쩌면 그에게 확실한 기회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즉 이번 사태에 박 대표가 효과적으로 대처할 경우 차기 대권을 노리는 정치인으로서 보다 분명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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