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업계 내부통제 문제, 국내 첫 출간
[일요서울 | 박찬호 기자] 그동안 금융의 최일선에서 근무하는 동안 금융의 공공성과 영리성이 어떻게 추구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양자는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지, 이러한 이슈들을 글로벌 금융계에서는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김양권(60) 한화 저축은행 감사위원장은 꾸준히 천착하여 왔으며, 이러한 고민과 현장경험을 정리한 것이 <금융회사의 내부통제>로 집약되었다. 본지는 그를 만나 이 저서에 대해 들어 보았다.
- 집필동기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 이 책의 집필 동기는 8년 전부터 시작됐습니다. 저는 2007년에 금융감독원 리스크검사지원국 운영리스크팀장을 맡게 되면서 글로벌 은행의 내부통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할 기회를 갖게 됐습니다. 당시 리스크검사지원국은 금융감독원에서 처음으로 설치된 리스크 전문부서로서 금융회사 검사감독권을 쥐고 있던 여타 부서와는 차별성을 보이기 위해 색다른 시도를 많이 했습니다. 리스크 세미나 개최, 금융회사의 전문가들과의 간담회 개최, 리스크 전문 간행물 발간 등이 그것들 입니다. 이러한 세미나, 간담회에서의 대화와 토론이 본서의 출발점이 됐습니다.
저는 국내 금융권의 내부통제를 진정으로 혁신시킬 시기가 무르익었다고 판단됩니다. 특히 국내 은행계가 포화상태에 이르러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는데, 법인이나 점포의 해외 진출 및 운영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으로 일반화된 내부통제 운영이 필수적이라 하겠습니다. 즉, 현지의 엄격한 감독기관의 감독을 만족함은 물론, 원거리에 소재한 해외점포에서 발생할 개연성이 있는 내부통제사고의 예방을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허술한 내부통제관행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컴퓨터를 도입하면서 운영체제나 소포트웨어 한두 개를 빠트린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의식을 가져 왔고 이를 규명하기 위해 글로벌은행의 내부통제 작동 메카니즘에 관해 탐색이 필요합니다.
- 선진국들은 우리나라보다 더한 성과주의 문화에 살고 있지만 그들은 왜 금융사고가 우리보다 적을까요.
▲ 우리 금융권에서는1960년대 이후 잦은 대형 금융사고로 인해 지속적으로 내부통제를 강화해왔습니다. 선진은행의 내부통제 규범과 기법을 벤치마킹해왔고 이를 은행 업무에 적극 도입해왔습니다. 은행별로 상근감사위원을 두고, 조직과 인력을 갖춘 내부감사부서를 운영해 왔으며, 직원의 순환근무와 명령휴가, 영업점의 자점 감사 등 웬만한 내부통제기법은 대부분 도입돼 일상 업무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2000년대 들어 은행법 등 금융관계 법률에 준법감시인제도를 규정해 내부통제기준의 점검 업무를 전담토록 하는 등 내부통제제도의 구축 및 운영에 관한 법적 장치도 마련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부통제사고는 반복되고 있습니다.
국내 금융권이 선진은행의 내부통제기법을 두루 갖추고 있음에도 내부통제사고가 반복되는 것은 무슨 원인이 있는가? 성과주의의 확산으로 인한 금융인의 윤리의식 타락에만 탓을 돌릴 수 있는가? 선진은행들은 우리나라보다 더한 성과주의 문화 속에 살고 있지만 그들의 금융사고는 우리보다 훨씬 적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가 오랫동안 선진국의 금융관행을 보고 배웠다고 하지만 뭔가 빠진 게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죠
▲ 저는 이러한 문제 인식하에서 글로벌 은행에서 운영하는 내부통제의 관행과 작동메커니즘을 탐색해 보았습니다. 이런 이유를 세 가지로 요약해보았습니다.
첫째로 글로벌 은행에서는 내부통제 운영체제를 갖고 있습니다. 컴퓨터가 부품의 조립결합체만으로 돼 있다면 완벽하게 조립하더라도 그 자체로 작동될 수 없을 것입니다. 컴퓨터는 운영체제라는 소프트웨어를 내장해야 제대로 구동되는 것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내부통제는 각종 기준과 기법의 집합체이며, 이를 작동시키는 것으로 절차 관리를 전담하는 부서의 설치 및 운영, 통제 자기평가의 운영, 내부감사부서에 의한 모니터링 및 평가라는 구동장치가 필요합니다. 국내 금융업계에서 간과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내부통제 구동장치들이라고 생각한다.
둘째로 글로벌 은행에서는 내부통제를 절차로 인식하고 관리 하는 것을 말합니다. 국내 은행들은 내부통제를 그저 행동규범 내지 관행기준으로 인식하는 나머지 영업에 급급한 일선 현장에서는 영업에 필요하다면 무시해도 괜찮다는 생각에 젖어 있습니다. 즉, 영업의 하위개념 내지 영업점장의 보조조직으로 간주합니다. 그러나 글로벌 은행에서는 내부통제를 절차 관리로 인식하고 있고, 통제 절차의 관리를 전담하는 부서와 인력을 두어 관리합니다. 따라서 글로벌 은행에서는 통제 절차 관리가 영업과 수평적 지위에 있고, 통제의 유효성을 통제 담당 인력에 대한 성과 평가기준으로 채용하고 있습니다. 최근 세월호 사건의 발생으로 인해 우리 사회에 안전관리 절차의 미준수가 어떻게 대형사고로 연결되는지에 관한 교훈을 가져다주고 있습니다.
셋째로 글로벌 은행은 내부통제를 이제 운영리스크 관리라는 새로운 관리기법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제반 통제 절차는 운영리스크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며, 리스크 관리기법으로 관리 또는 통제되고 있습니다.
- 어떤 사람이 읽었으면 합니까.
▲ 금융의 내부통제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출판하는 책입니다. 금융회사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 실무자와 경제학 경영학전공자들과 어렵지만 일반인이 읽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 김양권 감사위원장은
1980년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를 졸업한 후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스탠다드차타드저축은행 등 금융계에서 30년 이상 근무했다. 1990년 대중반 유럽의 본부라 할 수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한국은행 브뤼셀사무소 주재원으로 3년여 근무하는 동안 국제금융시장의 현장을 발로 누비고 다녔다. 1998년 IMF외환위기 직후, 은행감독원에 결성된 ‘은행 여신관행혁신TF’에서 활동하며 외국은행의 여신관행을 벤치마킹하여 국내은행의 여신심사 및 관리기법의 혁신을 유도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1999년 금융감독원의 창설과 함께 금융감독원으로 옮긴 이후 은행감독국, 은행검사국, 리스크검사지원국 등에서 금융회사의 내부통제와 운영리스크관리에 관한 전문적 지식과 현장경험을 축적했다.
2010년 초부터 2013년 초까지 영국 계 은행의 한국 현지법인(스탠다드차타드저축은행)에서 근무하는 동안 글로벌은행의 내부통제, 법규준수, 내부감사, 운영리스크관리 실무를 몸소 체험했고, 그간 축적한 지식이 맞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chanho227@ilyoseoul.co.kr
박찬호 기자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