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에즈운하 재개통… 경제도약 꿈꾸는 이집트
수에즈운하 재개통… 경제도약 꿈꾸는 이집트
  • 송철복 수석 편집위원
  • 입력 2015-08-24 12:46
  • 승인 2015.08.24 12:46
  • 호수 1112
  • 2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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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하 주변 ‘수에즈 경제발전 지대’ 창설키로
풍부한 노동력·입지 살리면 제조중심지 가능

[일요서울 | 송철복 수석 편집위원] 지난 8월 6일 세계에서 가장 긴 수에즈운하가 대대적인 보강공사를 마치고 새로 개통됐다. 지중해와 홍해를 잇는 기존 수에즈운하 193㎞ 구간에서 중간 72㎞ 구간을 새로 건설했다. 이 중 35㎞를 새로 팠고 나머지 37㎞는 운하 폭(160~200m→317m)과 깊이(14.5m→24m)를 확대했다. 공사비는 약 82억 달러(약 9조6000억 원)가 들었다. 수에즈 운하청은 새 운하 개통으로 선박의 운하 통과 시간이 18시간에서 11시간, 대기시간은 8~11시간에서 3시간으로 단축될 것으로 예상했다. 운하 폭이 좁아 쌍방향 통행이 불가능한 구간이 있었지만 새 운하 덕에 쌍방향 통행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새 운하는 이집트의 예산적자를 줄이고 외환수입을 늘리며 이집트를 중동의 제조업 중심지로 변모시키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대적 보강공사 거쳐 개통

이집트 정부가 수에즈운하에서 얻는 수입은 연간 53억 달러다. 그런데 새 운하 개통으로 이 수입이 오는 2023년까지 132억 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이집트 정부는 기대한다. 운하 수입이 이처럼 크게 늘려면 연간 수입 증가율이 12%에 이르러야 하며, 화물 통행량이 궁극적으로 현재의 2배에 달해야 한다. 세계무역기구(WTO)는 내년의 세계교역 성장률을 4%로 잡고 있다. 운하 사용과 세계교역 성장세 사이에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 중에는 이집트 정부의 이러한 운하 수입 목표를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이집트 정부는 올해 11.8%의 재정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올해 수에즈운하 수입은 이집트 정부 세입의 6.5%를 차지한다. 중동경제 전문가들은 이 수치가 2023년이 되면 10.5%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운하 수입이 늘면 재정 적자 완화에 상당히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집트에서는 미국 달러화에 대한 암시장이 성행한다. 공식 환율을 피해 달러화가 암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되다 보니 정부는 외환 부족에 시달린다. 따라서 이번 수에즈운하 재개발로 인한 운하 수입 증대는 새 현찰, 즉 달러를 비롯한 경화(硬貨)의 대폭적인 유입으로 연결되어 외환 부족 현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외환 부족은 이집트에 대한 투자를 고려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을 머뭇거리게 하는 최대 요인들 가운데 하나인데, 넓어지고 깊어진 운하 덕분에 외환이 더 들어오면 외국인 투자유치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수 있다.

정부 재정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 말고도 새 운하는 수에즈 지역을 제조업 중심지로 변모시키겠다는 이집트 정부의 발전계획에 중심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집트는 550억 달러를 투자해 오는 2030년까지 ‘수에즈 경제발전 지대’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 구체 계획은 아직 발표된 것이 거의 없다. 카이로에 소재한 경제 싱크탱크인 시그넷연구소의 앙구스 블레어 소장은 이집트가 제조업 생산 중심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아랍에미리트(UAE)의 수도 아부다비에서 발행되는 영어신문 《내셔널》에 밝혔다. 블레어 소장에 따르면 미국의 대형 식품업체 켈로그가 이집트 식품업체 비스코 미스르를, 스웨덴의 세계최대 가전업체 일렉트로룩스가 이집트 가전업체 올림픽그룹을 각각 인수한 것은 이집트의 큰 내수시장 및 높은 수출 잠재력과 관련이 있다.

아랍권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이집트(약 8600만 명)는 청년 인구가 많고 인구가 증가 중이며 인건비가 싸다. 그리고 부유한 서유럽 시장과 지리적으로 가깝다. 따라서 제조업이 발달할 조건이 잘 갖춰져 있는 셈이다. 런던에 소재한 경제컨설팅 업체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신흥시장 담당 경제분석가 윌리엄 잭슨은 “제조업은 해외로부터 경영기법과 기술을 들여오는 데 매우 유리하며, 이는 임금수준 상승과 생활수준 향상으로 연결된다”며 “제조업은 생산성 향상과 기술 진보의 첨병으로 흔히 기능해 왔다”는 말로 이집트 제조업의 장래에 대한 기대를 밝혔다.

잭슨에 따르면, 특히 동아시아와 동유럽 국가들은 독일과 일본의 제조업체들을 유치함으로써 많은 이득을 보았다. 이를 통해 신속하게 기술을 이전 받고 근로자의 임금이 상승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제조공장 후보지로서의 매력 또한 커졌다. 이런 선순환 구조가 이집트에서도 실현될 수 있으며 이는 이집트 경제 발전에 크게 도움이 되리라는 것이다.

치안상태 열악이 최대 문제

하지만 수에즈가 속한 시나이 지역에서 테러리스트들이 활개를 치는 등 치안상태가 열악하고 이집트의 취약한 경제풍토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수에즈 지역의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 최대 문제다. 지난 8월 10일에도 수에즈와 시나이반도에서 총격전과 폭탄 테러가 각각 발생해 3명이 사망했다. 8월 9일에는 수에즈 살람시티에 있는 바드리 재래시장에서 무장 괴한 2명이 이곳에 배치된 군인과 경찰관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양측 충돌 과정에서 수에즈 경찰서의 간부가 목숨을 잃었고 군인 1명이 다쳤다. 괴한 중 1명은 사살됐고 나머지 1명은 도주했다. 같은 날 시나이반도 북부 엘아리쉬에서는 차량으로 이동 중인 경찰관을 노린 폭탄 공격으로 2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했다. 이집트 내무부는 누군가 도로 주변에 폭발물을 설치했다가 해당 차량이 지나갈 때 터뜨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8월 8일에는 카이로 남부의 페이윰 지역에서도 2명의 괴한이 경찰 차량을 향해 총격을 가해 경찰관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이집트에서는 2013년 7월 무슬림형제단 출신의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이 군부 쿠데타로 실각한 이후 공권력을 겨냥한 이슬람 무장세력의 공격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렇더라도 이집트 정부가 수에즈운하 확대 재개통을 계기로 경제발전을 본격 추진하려면 외국인 투자가들이 투자 관련 결정을 내리는 데 참고할 수 있도록 ‘수에즈 경제발전 지대’ 구축방안을 포함해 경제 발전계획을 소상히 밝히 필요가 있다는 것이 경제 분석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블레어 소장은 “투자가들이 관심을 갖고 있으므로 이집트 정부는 운하 주변 지역을 어떻게 개발할지에 대해 더 명료해질 필요가 있다”며 영국의 무역사절단이 최근 이집트를 방문한 것을 좋은 조짐으로 꼽았다. 잭슨 역시 “막연한 것이 너무 많다. 이것이 어떻게 전개될지 감을 잡기 어렵다”며 이집트 정부가 구체적인 발전 계획을 공표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scottnearing@ilyoseoul.co.kr 

송철복 수석 편집위원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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