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NH개발 언론 재갈물리기 사실로 드러나
농협 NH개발 언론 재갈물리기 사실로 드러나
  • 황정현 프리랜서
  • 입력 2015-08-24 12:24
  • 승인 2015.08.24 12:24
  • 호수 1112
  • 1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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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원 전 사장, 일요서울 비리의혹 보도에 입막음 소송

NH개발 소송 1심서 승소하고도 배상액수 적다며 항소
농협 관계자 “제보자 밝히면 소송 없던 걸로 하겠다” 협박

 

[일요서울 | 황정현 프리랜서] 농협 비리 의혹과 관련, 리솜리조트 특혜 대출을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달 31일 농협은행 본점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최근에는 농협 자회사인 NH개발을 압수수색하는 등 NH개발의 특혜 용역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또 검찰은 NH개발의 비리 혐의에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이 직간접적으로 개입됐을 것으로 보고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캐고 있다.
농협중앙회와 NH개발 등 계열사 비리 혐의에 대한 검찰수사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말경 NH개발과 관련된 재판이 있었다. 이 재판은 <일요서울>이 2013년 12월 2일 보도한 내용에 대해 NH개발이 “사실무근”이라며 해당 신문사를 상대로 허위사실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관련기사 보도 당시 <일요서울>은 ‘NH개발에 대해 검찰이 내사 중이며, 멀지않은 시점에 검찰이 최 회장과 NH개발을 비리 혐의로 본격수사할 수도 있다’는 내용을 지면에 실었다.
NH개발은 이 소송을 통해 <일요서울>에 손해배상과 정정보도를 청구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농협중앙회와 NH개발이 판결 전 검찰 수사가 임박했음을 인지하고도 이 소송을 그대로 유지했다는 것이다.
<일요서울>은 소송 직전 그리고 소송 후 여러 차례에 걸쳐 농협중앙회와 NH개발 관계자에게 “농협과 계열사에 대한 검찰수사는 단순 소문이 아니라 검찰을 통해 확인한 사실”이라고 강조했으나 농협 측은 소송을 그대로 진행했다. 제보자에 대한 정보를 농협에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소송 전 농협 측은 “제보자에 대해 밝히면 소송을 진행하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소송을 할 수밖에 없다”는 말도 모자라 “신문사 국장 등 기사관련 책임자가 직접 NH개발 사장을 찾아와 정중하게 사과하고 사과광고를 유력일간지 등에 내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일요서울>은 제보자도 밝히지 않았고 사과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1년간 NH개발의 소송에 대응해야 했다. 결론적으로 <일요서울>은 항소심 재판까지 간 끝에 패소했다. 보도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농협에 대한 수사 개시 하루 전인 지난 7월 30일 서울고등법원 제13민사부는 NH개발이 제기한 손배소송에 대해 <일요서울>패소 판결을 내렸다. 1심 재판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앞서 <일요서울>은 재판부에 변론재개신청을 냈으나 2심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서둘러 사건을 종결했다.

재판 내용을 살펴보면 이렇다. 1심재판부는 NH개발의 주장을 대체로 받아들여 조정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조정결정문을 통해 “피고인 <일요서울>이 원고 NH개발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며 손해배상 결정을 내렸다. 이유는 2심과 같이 기사 보도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일요서울>은 답변서를 통해 “해당기사는 검찰 관계자의 말을 직접 들은 것에 기초한 것일 뿐만 아니라 기사 전체 맥락을 감안할 때 농협 비리 의혹 등에 대한 검찰 수사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사실을 특정한 기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농협에 대한 비리 의혹이 지난 정권 동안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제기돼온 만큼 검찰 수사 가능성 보도와 더불어 비리 의혹 제기는 언론의 역할 중 하나”라고 주장했으나 1심, 2심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 수사 임박 사실과 NH개발 비리 의혹에 대한 사실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수사권을 가진 사정기관이 아닌 언론사에 ‘의혹 보도에 대한 사실입증 책임’을 물은 것이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언론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고 소송을 제기할 경우 그에 대한 입증 책임은 소송을 제기한 원고 쪽에 있는데, NH개발 소송의 경우 <일요서울>에 입증 책임이 전가된 느낌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NH개발 집요한 소송 내막

<일요서울>은 2013년 말 NH개발의 비리 의혹 보도와 관련해 “검찰이 NH개발 비리 의혹을 내사 중이며, 최원병 농협 회장이 이 비리에 연루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라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에 대해 NH개발 측은 “NH개발은 농협중앙회와 관련 없는 별도의 회사이며, 농협중앙회 입찰건에 대해서도 지극히 제한적이고 투명하게 사업을 수주하고 있기 때문에 비리는 있을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NH개발 측은 소장을 통해 “NH개발은 내부방침 상 계약금액이 1억원 이상인 하도급계약은 무조건 경쟁입찰에 의하고 있으며, 1억원 미만인 하도급계약에 관하여도 가급적 경쟁입찰을 실시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2014년 기준으로 NH개발의 총하도급계약 중 86%에 달하는 하도급계약이 경쟁입찰에 따라 체결됐다”고 비리 의혹을 부인했다.

또 NH개발 측은 “NH개발은 피고들이 주장하는 사실로 인하여 전혀 수사기관으로부터 수사를 받은 사실이 없는 바, 이러한 점을 보더라도 대상기사는 전적인 허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근 검찰의 농협수사 내용을 보면 NH개발의 주장은 모두 거짓이라는 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지난 3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임관혁 부장검사)는 최원병 회장의 동생이 고문으로 있는 H건축사사무소에 NH개발이 일감을 몰아준 정황을 포착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나섰다.

검찰은 이 건축사무소가 최 회장의 비자금 조성 통로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검찰은 최 회장이 동생을 통해 일감을 몰아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았는지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H건축사사무소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정모씨가 NH개발로부터 공사를 수주한 뒤 관계회사 등에 재하청하면서 공사 대금을 부풀려 빼돌렸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H건축사사무소 등에서 확보한 압수물의 분석을 마치는 대로 건축사사무소 관계자들을 불러 앞서 제기된 의혹들의 사실관계를 확인할 계획이다.

이어 검찰은 지난 19일 농협중앙회 자회사인 NH개발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날 NH개발 회계장부와 협력업체 거래내역 등을 확보했다. 압수수색은 대표이사실·건설사업본부장실·감사실 등을 중심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수사 임박 사전에 감지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거쳐 정씨가 횡령한 돈의 용처, 정씨와 농협 고위층 사이의 금품 거래 여부 등을 본격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농협 안팎에서는 검찰 수사가 농협 점포 시설공사의 원발주처인 농협중앙회와 농협유통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NH개발 경남지사에서는 2005〜2010년 농협중앙회에서 발주한 점포 시설 개·보수 공사를 협력업체에 하청주면서 지사장부터 말단 직원까지 9억여 원의 금품을 상습적으로 상납받다가 적발돼 형사처벌을 받았다. 그런데도 NH개발 측은 재판부에 2014년 자료만을 근거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재판 기간 중 검찰 관계자는 “농협과 NH개발 등을 내사한 끝에 구체적인 정황을 잡고 수사를 준비했지만, 정윤회 문건 파문, 성완종 리스트 등 큰 사건이 터지면서 수사가 상당기간 밀렸다”며 “곧 농협에 대해 대대적으로 수사를 할 것이고, 최 회장의 비리 부분도 집중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요서울>은 이 같은 내용을 재판부에 밝혔지만, 관련 내용을 제공한 검찰 관계자의 신원을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NH개발은 1심 소송 과정 중에 이미 검찰 내사 사실과 본격 수사 임박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는 정황도 있다.

농협 측 관계자는 지난 4월 경 “우리(농협)가 검찰에 알아본 바에 따르면 검찰이 NH개발과 농협에 대해 내사를 한 것은 맞지만 별다른 내용이 없어 내사종결했다고 들었다”며 “그런데 누가 농협에 대해 검찰이 수사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는지 또 왜 그런 루머를 퍼뜨리고 다니는지 모르겠다. 제보자가 누군지 말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검찰의 내사 사실과 내사종결을 검찰에 확인했다는 것이 사실이냐”고 다시 묻자 “그건 검찰에 확인한 게 아니고 나도 소문을 들은 것이다. 나는 검찰에 확인했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라면 NH개발은 검찰 내사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내사관련 보도는 사실무근”이라며 소송을 제기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지금 검찰의 움직임과 농협 측의 대응 내용을 보면 NH개발의 주장은 모두 거짓인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가 검찰수사 개시 하루 전 <일요서울>의 변론재개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곧바로 1심 판결을 굳힌 부분도 공교롭다.

또 NH개발은 1심 재판을 통해 피고(일요서울 외 4인) 각각 400만 원의 배상과 정정보도 판결을 받고도 항소장을 제출했다. 배상액수가 너무 적다는 게 이유였다.

NH개발과 <일요서울> 소송과 관련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또 있다.

NH개발 측 소송대리인은 <일요서울>측 소송대리인과 판사가 함께한 자리에서 귀를 의심케 하는 내용을 밝혔다.

<일요서울>측 소송대리인이 “NH개발 비리 의혹과 관련해 농협중앙회가 <일요서울>을 표적으로 소송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따져묻자 NH개발 소송대리인은 “실은 그렇다. NH개발 소송은 농협중앙회가 주도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는 “농협중앙회와 NH개발은 전혀 별개의 조직”이라는 NH개발 측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왜 NH개발 소송을 농협중앙회가 사실상 주도하고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는 대목이다. 최근 NH개발 비리 의혹에 최원병 회장이 연루된 정황을 검찰이 조사하고 있는 부분과 묘하게 포개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편 검찰은 농협유통으로부터 NH개발-협력업체로 이어지는 하청 거래 과정에서 수상한 자금이 오간 정황을 잡고 그 성격을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NH개발 협력업체인 H건축사·F건축 등의 실소유주 정씨의 횡령 혐의를 단서로 농협 주요 사업체의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수사 범위를 넓히고 있다.

검찰은 농협유통이 발주한 각종 시설 공사에 주목하고 있다. 연매출 1조2000억 원대인 농협유통은 농협경제지주가 100% 출자한 핵심 계열사로, 규모가 비교적 큰 서울시내 22개 하나로마트·클럽을 관리한다.

점포의 시설 개·보수 공사는 농협유통이 사실상 독점 형태로 NH개발에 맡기고, NH개발은 이를 협력업체에 다시 하청주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농협유통이 NH개발의 최대 수익처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수년간 최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돌아가면서 감사위원장 등과 같은 요직을 차지한 부분도 검찰은 주목하고 있다.

또 검찰은 최 회장이 10여 년 전 경주 안강농협 조합장으로 있던 때부터 지금까지 최측근으로서 역할을 한 인사에 대해서도 조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lyo@ilyoseoul.co.kr 

황정현 프리랜서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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