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중도파 ‘러브콜’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중도파 ‘러브콜’
  • 류제성 언론인
  • 입력 2015-08-24 11:01
  • 승인 2015.08.24 11:01
  • 호수 1112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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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은 보수일까 진보일까

[일요서울 | 류제성 언론인]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달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자기정치’를 한다는 이유로 원내대표직에서 ‘축출’했다. 유 의원의 좌(左)클릭, ‘신(新)보수’ 행보가 박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다.
유 의원은 지난 4월 8일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전 대표와 공동 주최한 세미나 등을 통해 “보수와 진보 모두 진영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다”는 등의 말을 쏟아냈다. 그런 태도는 야당 의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반면, 보수진영 일각에선 그를 ‘변절자’ 취급했다. 보수의 본류인 TK(대구·경북) 출신이 정치적 목적을 갖고 진보진영에 구애를 보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유 의원은 보수일까, 진보일까. 일부에선 그를 ‘진보를 껴안은 보수’라고 부른다. 그러나 가장 정확한 표현은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 정도가 된다.
유 의원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으로 오래 활동했고 국방위원장도 지냈다.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동을에 있는 미국 공군기지(K2)를 외곽으로 이전하기 위해 국방위를 지망했다고 하지만 원래부터 그의 안보관은 확고했다. 북한에 대해선 타협 보다는 강경대응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국방비를 증액해야 한다는 것이 유 의원의 지론이다.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 임기 초기에 새누리당과 청와대 사이에 국방·안보 정책을 놓고 충돌이 빚어진 적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대선 때 제시한 국방공약과 취임 후 추진하는 국방정책에 대해 국회 국방위 위원을 중심으로 여당 의원들이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당시 국방위원장이던 유 의원은 최윤희 합참의장 인사청문회와 국정감사 등을 통해 박근혜 정부의 국방예산 증가율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를 준비하기엔 절대 부족한 데다, 전작권 환수 시기 재연기와 관련해서도 절차상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유 의원은 국군 통수권자(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특히 박 대통령이 제안했던 DMZ(비무장지대) 세계평화공원 구상을 “아직 굉장히 황당한 단계에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자 청와대는 유 의원에게 “국방·안보 문제에 대해 개인 의견을 밝히는 것을 자제해 달라”고 함구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진다. 이 때 부터 청와대, 정확히 말하면 박 대통령이 유 의원의 ‘자기정치’에 대해 경고장을 보낸 셈이다.

결국 유 의원은 정부의 국방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하다가 청와대의 눈 밖에 났고, 급기야는 경제정책에서 진보적 목소리를 내다가 내침을 당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유 의원의 안보에 관한 보수본능은 멈추지 않았다. 박 대통령의 말 한 마디로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지만 최근 국방 분야에서 다시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웠다.

지난 4일 경기도 파주시 DMZ에서 북한이 계획하고 매설한 목함지뢰가 폭발해 우리 군 부사관 2명의 다리가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런데 사고가 발생한 다음날 박 대통령은 강원도 철원군 백마고지역에서 경원선 복원공사 기공식에 참석해 남북 화합을 강조했다. 같은 날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북한 측에 고위급 회담을 갖자고 제안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는 전세기를 이용해 북한을 방문했다.

이를 두고 유 의원은 12일 국방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정신 나간 짓”이라고 돌직구를 날렸다. 유 의원은 “청와대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람들은 뭐하는 사람들인가. 국방부는 물론이고 통일부 등 유관부서들이 이번 사건의 의미와 조치를 생각해야하는데 이미 보복할 시기도 다 놓쳤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이에 따른 원내대표직 사퇴 파동 이후 주가가 급상승하고 있다. 지역구가 있는 대구에선 박 대통령에게 대항하는 그에 대한 실망감이 커졌지만 전국적으론 인지도가 크게 오르면서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 올라섰다.

특히 보수와 진보를 넘나드는 행보 때문에 중도신당을 추진하는 야권 인사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국방·안보분야에 대한 보수본능이 그를 새누리당 울타리 안에 있도록 만들 것이란 관측이 많다.
ilyo@ilyoseoul.co.kr 

류제성 언론인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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