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 김무성-문재인
‘내우외환’ 김무성-문재인
  • 류제성 언론인
  • 입력 2015-08-24 10:42
  • 승인 2015.08.24 10:42
  • 호수 1112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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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파 입막기 만만치 않네’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與 오픈프라이머리· 野 신당 창당 싸고 시끌
대권가도 조기 진입…내년 총선 승리가 관건

[일요서울 | 류제성 언론인] 여야의 유력 차기 대권주자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동병상련(同病相憐)을 앓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내우외환(內憂外患)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내년 총선 공천을 앞두고 오픈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당내 비박계의 거센 저항에 막혀 있다. 외부적으론 20대 총선 상황이 녹록치 않아서 걱정이다. 문 대표는 당내 비노계로부터 2선 퇴진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그 역시 20대 총선에서 완승을 자신할 수 없는 처지다.

따라서 두 대권주자는 1차적으론 당내 갈등 봉합이 시급한 과제이고, 2차적으론 총선 승리가 중기 과제가 됐다. 1, 2차 과제를 모두 완수해야 마지막 3차 과제인 대권가도가 열린다는 공통점이 있다.

먼저 김 대표는 오픈프라이머리에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었지만 비박계 역시 이를 저지하는 일을 정치적 승부수로 삼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20일 “오픈프라이머리는 우리 정치 개혁의 결정판이다. 정치 생명을 걸고 오픈프라이머리를 관철시킬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개입 여지 없어져”

그러나 친박계는 오픈프라이머리가 도입되면 차기 총선에서 청와대가 개입할 여지가 없어지기 때문에 결사적으로 이를 막으려 한다. 친박계 핵심인 이정현 최고위원과 윤상현 청와대 정무특보는 오픈프라이머리 실시 때 예상되는 각종 부작용을 제기하면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김 대표가 북한의 목함 지뢰 도발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했을 때 친박계에서 거세게 반발한 데 이어 오픈프라이머리가 비박계 지도부와 친박계 간 충돌의 뇌관이 되고 있는 셈이다. 양측이 총선을 앞둔 분열은 곧 공멸을 의미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내분을 봉합하더라도 김 대표에겐 2차 과제가 남는다. 내년 총선 승리다.

총선 결과에 대해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김 대표 쪽에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황 평론가는 “김 대표에게 위기가 스멀스멀 다가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음은 그의 총선 예상이다.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로 우리나라의 코스피와 코스닥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경기가 좋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이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경기부양책인 ‘초이노믹스’의 실패를 의미한다. 역대 총선에서 경제가 좋지 않았을 때 여당은 참패에 가까운 성적표를 냈다. 내년 총선에서 여당이 패배하면 김 대표는 리더십에 큰 손상을 입고 친박계 발(發) 책임론에 시달리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대권열차에서 도중하차할 수도 있다.”

반면, 김 대표가 2차 관문(총선)을 의외로 쉽게 통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지리멸렬한 상태인 야권 구도가 김 대표에게 어부지리를 안겨 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음은 다른 정치평론가 A씨의 분석이다.
“김무성 체제의 총선 상대가 문재인 체제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새정치연합에는 문 대표 체제로는 총선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따라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위기감을 느낀 비노계의 집단 탈당 등으로 야권이 분열할 가능성이 높다. 야당 후보가 난립하면 수도권 선거가 어려워진다. 이렇게 되면 김 대표는 경기침체 같은 외적요인과는 상관없이 뜻밖의 횡재를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김무성의 대권가도는 활짝 열린다.”

이런 분석을 역으로 보면 문재인의 대권 방정식도 풀린다. 문 대표의 1차 과제도 당내 갈등 봉합이다. 최근 들어 새정치연합 내부에선 야권 신당론이 숙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분당을 해서 공멸하기 보다는 문 대표와 공천권을 나눠 갖고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자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비노계의 현실적 중심축인 이종걸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원내대표 취임 100일을 맞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기호 2번 유지론’을 설파했다. 2번은 각종 선거에서 제1야당 후보들이 부여받는 기호다. 제3당을 만들어 기호 3, 4번으로 밀리면 승리가 어렵다는 지론이다.

이 원내대표는 야권 신당 시나리오를 묻는 질문에 “제가 그간 한 지역에서 4번 선거를 나갔는데 그때마다 내
번호(기호)가 다 달랐다. 1번 2번 3번…”이라면서 “이번에는 신중하게 현실에 맞는 판단과 생각을 할 것이다. 이번엔 번호(기호)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예감”이라고 했다. 신당 창당 보다는 문 대표와 오월동주를 하는 편이 금배지를 다시 다는 데 유리하다는 의미다.

야권 신당 선봉장 없어 고민

야권 인사 B씨는 “정치권에서 이런 저런 시나리오가 나돌고 있지만 결코 분당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다음은 B씨의 말이다.

“야권에는 신당을 만들 에너지가 없다. 무엇보다 마땅한 선봉장이 없다. 안철수, 김한길, 박지원, 천정배… 모두 고만고만하다. 정계은퇴를 선언한 손학규가 돌아온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선 비노계 의원들도 풍찬노숙하기 싫을 것이다. 따라서 ‘타협점’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인 타협점은 문재인 대표체제를 와해시키고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거나 조기에 당 지도부와는 별개로 공동 선거대책위원회를 만드는 방법이다. 문 대표를 2선으로 퇴진시키는 비대위를 구성하거나 문 대표를 포함한 각 계파 수장들이 참여하는 공동 선대위를 만드는 방안은 이미 비노계 내에서도 거론된 바 있다.

이런 상황은 문 대표에게도 장기적으로 결코 불리하지 않다. 한 발 양보한 뒤 더 큰 발걸음을 뛸 수 있는 기회가 된다. 1차 관문(내분 봉합)을 거치면서 2차 관문(총선)도 통과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게 된다.

실제로 새정치연합에 비대위나 공동선대위가 구성되면 총선 승리가 수월해진다. 문재인의 개인기만으론 박근혜 대통령을 등에 업은 김무성 대표체제의 새누리당에 맞서기 어렵지만 모든 계파 수장들이 힘을 합쳐 ‘벌떼 공격’을 하면 박 대통령-김 대표 라인으로 구성된 거인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 다음은 손학규 전 대표의 정계복귀와 무소속 천정배 의원, 정동영 전 의원의 새정치연합 합류를 전제로 한 B씨의 분석이다.

“대중성과 득표력이 있는 야권의 중진들이 권역별로 선거를 책임지는 구도를 상정해 볼 수 있다. 가령 경기도지사 출신인 손학규와 안철수가 수도권, 천정배가 광주·전남, 정동영이 전북, 문재인이 부산·경남, 김부겸이 대구·경북을 맡아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 충청권의 경우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직접적인 선거운동을 할 수는 없지만 상징적 역할은 가능하다. 수도권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현재로선 김 대표와 문 대표 모두 1, 2차 관문을 무사통과해 3차 관문에서 격돌하거나 두 사람 가운데 한 명이 낙오하거나 김·문 대표 모두 탈락하는 세 가지 경우를 가상해 볼 수 있다.
ilyo@ilyoseoul.co.kr

류제성 언론인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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