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이범희 기자] 캐릭터 마케팅 열기가 뜨겁다. 식품·의류·화장품 등 분야 구분 없이 활용범위가 넓다. 과거에는 캐릭터 마케팅이 아이들을 겨냥한 것이었다면 최근에는 어른들을 정조준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일부 성인들은 캐릭터를 구입하기 위해 판매상점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한다. 보험업계는 민원이 많은 기업 이미지를 불식시려는 용도로 캐릭터를 사용한다.

익숙한 모델 활용…소비자 호감, 활용 범위 넓어
장기 불황으로 인해 위축된 소비심리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캐릭터가 떠오르고 있다. 캐릭터는 비주얼에 열광하는 젊은 소비자들의 시각과 감성을 자극하고 지친 마음을 달래줄 수 있는 존재로 인식된다.
캐릭터를 활용해 불황을 타개하려는 노력은 기업, 국가적인 차원에서 다방면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캐릭터는 소비자에게 친근감을 주고 감정적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으며 영구적 자산으로 남길 수 있기 때문에 활용도가 높다. 올 초 미국 소비자 연구저널(Journal of Consumer Research)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특정 캐릭터에 대한 호감은 해당 캐릭터를 이용한 제품과 연관 제품에 대한 호감도도 함께 상승한다는 것이다.
헬로키티아일랜드 마케팅 담당자는 “익숙한 캐릭터를 활용한 마케팅은 소비자의 호감을 쉽게 이끌기 때문에 불황일수록 기업들의 캐릭터 활용이 눈에 띄게 늘어난다”며 “최근에는 캐릭터 활용이 어린이 등 특정 대상만을 타깃으로 삼던 것에서 벗어나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생산하고 건설, 금융 등 보수적인 성향의 산업 캠페인에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캐릭터를 활용한 가장 활발한 마케팅은 외부에서 개발된 캐릭터를 라이선스를 통해 다양한 상품으로 개발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캐릭터 상품들은 아이들을 타깃으로 해 식품, 의류, 문구류로 출시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회적으로 키덜트 열풍이 불 만큼 어른들도 캐릭터에 열광하고 있다. 캐릭터가 어른과 아이가 정서를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제품이 팔도의 ‘뽀로로 음료’다.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팔도 ‘뽀로로’ 어린이음료의 인기가 뜨겁다. 팔도는 상반기 ‘뽀로로 음료’의 해외 판매량이 지난해 1년치 수출 실적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상반기 ‘뽀로로 음료’는 중국 53억원, 인도네시아 10억원 등 매출 대부분이 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했으며, 미국 TV광고, 러시아 초도 수출을 통해 판매지역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김범준 팔도 해외영업이사는 “‘뽀로로 음료’ 수출 호조에 힘입어 올해 팔도가 5000만불 수출탑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도 해외 각 나라별 현지시장의 특성에 맞춘 다양한 마케팅 활동과 신제품을 출시해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성장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파리바게뜨가 지난달 16일 출시한 ‘두근두근 카카오프렌즈 케이크’는 출시 2주 만에 약 2만 개 판매를 돌파했다. 삼립식품이 지난해 8월 내놓은 카카오프렌즈 빵도 출시 직후 6개월간 전체 판매액 순위에서 1~3위를 휩쓸며 캐릭터의 힘을 톡톡히 보여준 바 있다.
빙그레의 요거트 아이스크림 ‘요맘때’는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캐릭터와 제휴해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빙그레에 따르면 2013년 연매출 110억 원을 기록했던 요맘때는 지난해 330억 원의 연매출을 올리면서 3배나 성장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지난해 요맘때 리뉴얼 초기 6종이었던 겨울왕국 패키지 디자인을 23종으로 늘려 소비자가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게 했다”고 전했다.
성인도 줄서서 구매
보령메디앙스도 캐릭터 마케팅 사업을 본격화 한다. 그 일환으로 지난 8일 북유럽 스타일 유아동 브랜드 ‘뮤아(MUAA)’의 캐릭터송 ‘뮤아송(MUAA SONG)’과 애니메이션을 공개했다.
뮤아 브랜드의 감성과 스토리를 담은 뮤아송은 차별화된 제품 포지셔닝과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해 보령메디앙스가 본격화한 캐릭터 마케팅 사업 중 하나다. ‘뮤아’는 0~5세 유아동을 위한 침구류, 의류, 액세서리 등 북유럽감성을 담은 컬러와 패턴을 활용한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으로 구성됐다.
보험회사들은 캐릭터 마케팅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고 반면에 소비자들에게 좋지 않게 각인된 이미지를 탈바꿈하려는 의도로 활용하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걱정인형’으로 캐릭터 마케팅 중이다. 메리츠화재의 인지도는 걱정인형을 선보이기 전인 2011년 6.1%였지만, 작년엔 14%에 이를 정도로 캐릭터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봤다. 메리츠화재의 성공 사례가 부각되자 다른 보험사들도 캐릭터 마케팅에 합류했다.
MG손해보험의 경우 작년 4월 출범 1주년을 맞아 캐릭터 ‘조이(Joy)’를 출시하고 행복요정 ‘조이(JOY)’를 활용한 카카오톡 이모티콘 12종을 선보였다. KDB생명 또한 알찬이와 알뜰이를 탄생시켰다. 한화손해보험은 자동차를 형상화한 캐릭터 ‘차도리’를 만들었는데, ‘차도리’의 이름은 자동차보험의 차(車)와 고객에 대한 도리(道理)를 합친 말이다. 가장 최근엔 지난 6월 말 삼성화재가 생후 40일 된 강아지 ‘봄이’를 안전지킴이를 꿈꾸는 히어로 캐릭터로 론칭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회사들은 친근한 캐릭터를 사용해 이미지를 개선하는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중고거래 시장도 활개
캐릭터 마케팅의 뜨거운 인기를 반영하듯 현재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이들 제품이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한정판으로 판매된 제품의 경우는 더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으며 이를 구하기 위한 눈치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중고 사이트 거래를 통해 캐릭터제품을 구입했다는 윤 씨는(29·가명)은 “어릴 때부터 너무 좋아했던 캐릭터라 가지고 싶었다”며 “동심으로 돌아갈 순 없지만 캐릭터 상품을 구입하면서 당시를 회상하게 돼 기쁘다”는 소회를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키덜트족이 늘어나면서 캐릭터 마케팅이 실제 매출 증대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며 “특히 캐릭터 콜라보레이션 제품은 대부분 한정판으로 출시되는 경우가 많아 구매욕구를 더욱 자극하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