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우리은행(행장 이광구)의 지상 과제는 단연 민영화다. 그런데 이 민영화로 가는 길이 쉽지 않은 모양새다. 이광구 은행장을 필두로 실적과 체질개선에 집중하고 있지만 좀처럼 주가가 오르지 않고 있다. 또 빠른 민영화를 위해 몸집을 줄인 우리은행은 민영화가 지지부진한 상태로 접어들자, 오히려 줄인 몸집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일요서울]이 다사다난한 우리은행의 민영화 과정을 짚어봤다.
분리 매각 오히려 역효과? 자회사 시너지 없어 ‘골치’
이광구 행장 임기 내 목표 달성 가능할까 ‘의문 부호’
우리은행이 마주한 가장 큰 문제는 주가 부양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만 보더라도 1만3000원대 전후를 오갔던 주가는 연말을 기점으로 떨어지더니 올해 8월 초 이후 1만 원대 아래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 20일 기준 주가 역시 9170원에 머물러 있다.
민영화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인 주가 부양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으니 우리은행 입장에선 속이 타는 상황이다. 직접적으로 주가를 올려야 하는 이유는 우리은행이 채택한 과점주주 매각 방식 때문이다.
앞서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과점주주 매각 방식을 선택했다. 과점주주 매각이란 특정 대주주가 아니라 연합군 형태의 주주들이 은행 경영을 해나가도록 하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우리은행 민영화에 과점주주 매각 방식을 적용하면 우리은행 지분을 한두 주주가 사가는 방식이 아니라 최소 4%에서 최대 10%씩을 나눠 파는 것도 가능하게 된다. 또 이는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하고 인수자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었다.
그렇다 보니 정부가 우리은행 부실 당시 투자한 공적자금 4조6000여억 원을 을 감안하면 예금보험공사 지분(51%) 상당수를 주당 1만3500원에는 팔아야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명분에 부합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 상태로 민영화가 됐을 경우 당장 헐값 매각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임기 내 민영화를 완료하겠다고 말했던 이광구 행장이나, 박상용 공적자금관리위원장 등도 낮은 주가를 올리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이미 몸집을 줄인 상태라는 현실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정부 주도로 분리매각 방향이 정해진 후 우리투자증권, 우리아비바생명, 우리F&I 등 핵심 자회사들을 매각하면서 우리금융지주에서 우리은행으로 축소된 상태다.
그런데 은행권서 은행을 비롯해 증권·보험이 함께 영업하는 복합점포가 늘어나고 계좌이동제에 앞서 계열사 간 연계 상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는 상황이 확대되고 있다 보니 우리은행은 여타 은행사들과 비교해 불리한 형국이다.
결국 민영화를 위해 계열사를 매각했지만 복합영업이 확산되면서 오히려 민영화를 방해하는 꼴이 된 것이다. 금융복합점포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으로 금융시장 흐름이 급변하는데 은행 혼자 감당하기는 어렵다.
분리 매각을 실시할 당시 우리은행를 둘러싸고 나왔던 ‘증권사를 따로 떼어 팔면 우리은행은 대형 금융지주와 경쟁 속에서 생존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현실화 되가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우리은행이 올해 상반기 5169억 원의 당기순이익으로 전년 대비 24% 신장률을 보이며 선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신한금융(1조2841억 원)을 비롯해 KB금융(9446억 원), 하나금융(7488억 원) 등 4대 금융지주의 적수가 될 수 없었다.
각 지주사들의 계열사들이 힘을 합쳐 시너지를 내고 있는 반면 우리은행이 발걸음을 따라가지 못하면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민영화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수익성 등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파다하다.
현재로서는 우리은행 민영화가 다음 정권으로 넘어가거나 또 한번 무산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앞으로도 주가 추이와 수익성 극대화는 우리은행 민영화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잣대로 작용할 분위기다.
우리은행은 이러한 우려를 조기에 불식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다. 아직 증권가 등지에서 건전성 개선 노력, 대출 증가, 순이자마진 하락 방어를 성공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고군분투
우리은행은 일단 조직 슬림화, 영업조직 강화 등을 통해 주주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본점 조직 120명을 일선 영업 현장에 분산 배치하는 계획을 마련하는 동시에 하면 경영 효율성에 따라 영업점 창구 통폐합 작업도 계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은행 방문 고객이 줄어드는 만큼 조만간 전 직원에게 태블릿PC를 제공하고 찾아가는 영업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재무구조가 취약해진 기업에 대해 여신을 줄이는 식으로 주채무계열 기업에 대한 익스포저(부실 위험에 노출된 자금 규모) 관리 역시 하고 있다.
여타 은행들의 복합점포 러쉬와 관련해선 삼성증권과 손을 맞잡았다. 우리은행 관계자도 “우리은행은 삼성증권과 4월 복합점포를 함께 개설했으며, 해당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주가에 대해 “현재 전 임직원이 노력을 하고 있는 만큼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 증권업계의 관계자도 “우리은행이 알짜 자회사들을 모두 매각했지만, 지금처럼 순이익 등의 상승을 유지한 것은 분명 저력이 있다는 것”이라고 더했다.
우리은행이 자신들을 둘러싼 우려와 문제들을 스스로 종식시킬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