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재벌들은 얼마를 벌고, 얼마를 쓸까.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대목이다. 다만 대기업 경영진들의 연봉 공개가 법제화 되면서 이러한 호기심은 일정 부분 해소되는 듯 보인다. 올해 상반기 역시 이들의 연봉이 공개됐는데, 각각의 그룹 경영진마다 보수가 껑충 뛴 모습도 대폭 하락한 모습도 포착된다. 한편 이들이 벌어들이는 수입만큼이나 지출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는 가운데 [일요서울]이 재벌들의 수입과 지출을 들여다봤다.
재벌 총수들 연봉 공개…사용처 제각각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현…국민 감동
올 상반기 기업인들의 연봉이 공개됐다. 그 와중에 보수를 가장 많이 받은 인물은 정몽구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으로 집계됐다. 그는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로부터 총 42억 원을 수령했다.
자세하게 살펴보면 정몽구 회장은 지난해보다 7억4000만 원 적은 보수를 받았지만 그래도 1위를 유지했다. 정몽구 회장의 등기임원 보수는 현대자동차에서 24억 원, 현대모비스 18억 원 등 총 42억 원이다.
앞서 그는 지난해 같은 기간 현대차에서 24억 원, 현대모비스에서 18억 원, 현대제철에서 7억4000만 원 등 총 49억4000만 원을 수령했는데 올해 현대제철 등기이사에서 물러나면서 다소 줄었다.
유난히 다사다난했던 한진그룹의 조양호 회장은 대한항공 등 3개 계열사로부터 올해 상반기 38억8846만 원을 가져갔다. 조양호 회장은 대한항공에서 16억5126만 원, 한진칼에서 15억2665만 원, 한진에서 7억1055만 원을 받았다.
아울러 경영권 분쟁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케미칼과 롯데쇼핑, 호텔롯데, 롯데제과 등에서 22억5000만 원을 받았다.
그룹 총수 일가 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은 LG그룹이다.
먼저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상반기동안 급여 18억8600만 원, 상여 15억4800만 원을 포함해 총 34억3400만 원의 보수를 챙겼다. 지난해 상반기 급여 25억9600만 원과 비교하면 30% 이상 오른 액수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역시 상반기 급여 7억4800만 원, 상여 4억2800만 원 등 총 11억7600만 원의 급여를 받았다. 전체적으로 보수액이 줄어드는 분위기 속에 LG그룹 일가만이 눈에 띄게 오름세였던 것이다.
또 전문경영인들 중에는 삼성전자의 수장 권오현 부회장이 29억5000만 원을 받아 연봉왕 자리에 올랐다. 삼성전자가 상반기 등기이사 4인에게 지급한 보수 총액은 73억6200만 원이다.
신종균 사장은 16억4000만 원을 받았고, 권오현 부회장이 29억5000만 원, 윤부근 소비자가전 사장이 16억5000만 원의 급여를 수령했다. 이상훈 사장은 상반기 11억2200만 원의 급여를 받았다.
박진수 LG화학 대표이사는 올 상반기 11억1100만 원, 권영수 전 사내이사는 9억300만 원을 받아 지난해보다 약 3억 원이 올랐다. 조석래 효성 대표이사는 지난해보다 6700만 원 오른 13억9200만 원,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은 2183만원 오른 6억1183만 원을 받았다.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해 보수까지 줄어든 경영진들의 모습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의 김창근 이사회의장은 올해 상반기 16억8500만 원을 받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억 원이 줄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3억 원 가량 줄어든 9억6400만 원, 문종박 현대오일뱅크와 나세르 알 마하셔 에쓰-오일 대표이사, 김창범 한화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은 상반기 동안 5억 원 이상의 보수를 지급받지 못해 공시 대상조차 되지 않았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 회장은 지난해와 같은 13억9100만 원을 받았다. 이 외에는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올해 상반기 약 15억 원의 보수를 지급받으며, 이동통신사 등기임원들 가운데 가장 많은 연봉을 받았다.
같은 기간 황창규 KT 회장은 9억3900만 원의 보수를 받았다. 횡령 혐의의 장세주 전 동국제강 회장과 대우조선해양의 부실 책임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상반기 연봉도 공개됐다.
장세주 회장은 40억7700만 원, 고재호 전 사장은 각각 21억5000만 원의 연봉을 상반기에 수령했다. 이들은 여러 가지 문제가 거론되고 있음에도 거액의 퇴직금이 동반돼 상당한 액수를 가져갈 수 있었다.
지출도 남달라
한편 이들이 이렇게 받은 돈이 쓰이는 곳은 각양각색이다. 한 해 보수만 해도 수억, 수십 억 원 되는 소위 재벌들의 수입과 지출은 일반 서민들이 사용하는 용도와 액수를 훨씬 벗어나 있었다.
그 중 경영진의 지출로 가장 많은 양태는 자사주 매입이다. 정몽진 KCC 회장, 조준호 LG전자 사장, 양웅철 현대자동차 부회장, 구자엽 LS 이사, 이상청 LG유플러스 부회장 등이 이 행렬에 동반했다.
또 이들은 각종 부지 매입이나 자택 매입 등의 지출도 상당하다. 일례로 그룹의 자금으로 매입한 것이기는 하지만 한국전력 부지를 놓고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이 부딪히는 등의 움직임도 자주 나타난다. 김무성 대표 예비사돈으로 주목받은 이준용 신라개발 회장이 골프장을 인수한 것도 또 다른 예다.
독특한 예로는 김홍국 하림 회장을 들 수 있는데, 그는 지난해 11월 프랑스 현지 경매로 나폴레옹 모자를 낙찰받기도 했다. 24억 원을 들여 매입한 그의 모자는 약 8개월간의 천신만고 여정 끝에 올해 한국에 들어왔다.
자산 기부 지출을 통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표본에 오르는 인물도 있다.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이 통일운동을 위해 전 재산 2000여억 원을 선뜻 내놓은 것이다. 이준용 명예회장은 지난 17일 재단법인 통일과 나눔(이사장 안병훈)에 개인자산 전액을 기부했다.
이준용 명예회장의 기부는 후손을 위해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통일이라는 생각에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그는 통일나눔펀드에 국민이 기부하는 모습에 감동받으며 기부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