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오비맥주가 1년 전 악몽이 되풀이돼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해 오비맥주는 산화취 논란으로 심각한 이미지 타격을 입은 바 있다. 그런데 최근 오비맥주의 ‘카스’ 제품을 마시고 응급실에 간 소비자가 등장해 또다시 품질관리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소비자는 “카스에서 락스 냄새가 났다”면서 “오비맥주 측은 맥주 한 박스만을 제공한 뒤 장기간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오비맥주는 “일부 오해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한 소비자에 대한 의심 요소들을 지적하고 있다.
품질 논란 반복돼 불안…블랙컨슈머 의혹도
문제를 제기한 소비자는 지난 5월 경상남도 합천에 위치한 편의점에서 다른 사람과 함께 카스 맥주를 사 마셨다. 이들은 맥주를 마신 후 온몸에 두드러기가 퍼지고, 심한 복통이 찾아오는 등 이상증세가 나타났다고 주장한다.
또 “맥주에서 락스 냄새가 났다”며 “거품과 탄산을 찾아볼 수 없었고, 쉰내가 심했다”고 말한다.
이들이 마신 카스 제품은 지난해 5월 21일 생산된 제품으로 확인됐다. 품질유지기한인 6개월을 훨씬 넘긴 맥주였던 것이다.
결국 이들은 응급실에 실려 갔고, ‘상세 불명의 위십이지장염’이란 진단을 받았다.
소비자에 따르면 오비맥주 측은 사건이 있은 후 맥주 한 박스를 가지고 이들을 찾았다. 그리고 “서울 올라가서 치료받고 연락하자. 서울 본사에서 연락을 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두 달이 지날 때까지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오비맥주는 유통과정 관리와 품질관리 문제로 도마 위에 올랐다.
앞서 오비맥주는 지난해 여름 자사 제품인 카스 맥주에서 소독약 냄새가 난다는 소문이 퍼져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오비맥주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카스 맥주에서 소독약 냄새가 나는 등 문제가 생겼고, 특히 가임기 여성은 조심해야 한다’는 내용의 소문이 돌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식품의약안전처의 조사 결과 냄새의 원인이 ‘산화취’로 밝혀졌다. 산화취는 맥주가 고온에 장시간 노출됐을 때 맥주 원료인 맥아의 지방성분과 용존산소가 산화반응을 일으켜 발생하는 냄새다. 인체에는 무해한 것으로 알려진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8월 이후 생산한 제품에는 맥주 내 용존산소량을 절반 이하로 줄이는 등의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엇갈린 주장
그런데 1여년 만에 또 다시 제품 품질과 관련된 논란이 발생하면서 오비맥주는 또 한 번의 타격을 입게 됐다. 유통과 품질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질타를 받고 있는 것이다.
해당 논란에 대해 소비자들은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소비자 A씨는 “소비자가 잘못한 건지 오비맥주 측의 잘못인지는 모르겠지만 응급실까지 실려간 소비자를 대처하는 방식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오비맥주 제품을 사먹기 불안해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 B씨도 “지난해 산화취 논란이 떠올라서 카스 맥주에 대한 이미지가 더 안 좋아졌다”면서 “인체에 무해하고, 소독약이 아닌 산화취가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해도 당시 느꼈던 이상한 맛에 대한 의심을 한 번 더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오비맥주 측은 “알려진 사실 중 일부엔 오해가 있다”고 해명한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문제가 된 제품은 지난해에 생산된 것이며 품질 유지기간이 지났기 때문에 편의점 본사나 오비맥주로 보고하면 교환할 수 있는 제품이다”면서 “편의점주가 이 같은 사실을 알지 못했거나 품질 유지기간이 지난 제품인지 모르고 판매를 한 것 같다. 제품 품질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제품 상의 문제가 아닌, 편의점주의 실수로 인한 사고라는 설명이다.
또 “소비자가 맥주를 마시고 탈이 난 정확한 이유를 알려면 해당 제품에 대한 검사가 필요한데 소비자가 마시고 탈이 난 맥주를 자사로 넘기고 있지 않다”며 “회사를 못 믿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언론사로만 제보를 하고 제품을 보여준 상태다”고 덧붙였다.
소비자에게 두 달여간 연락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탈이 난 소비자들의 거주지가 일정하지 않고 이동이 잦아서 회사로 연락을 달라고 요청했던 상황”이라며 “치료를 받고 연락을 달라 한 뒤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소비자와 자사의 소비자보호팀과 얘기를 나눈 적도 한 번 있지만 요구하는 보상금의 액수가 회사 측에서 생각하고 있던 금액과 20배가량 차이가 나서 서로 합의를 하는 중에 기사가 났다”고 말했다.
그는 “정확한 원인과 치료비, 위로금 등을 파악하려면 제품 검사가 필요한데 검사가 여의치 않은 상황인 데다가 소비자와 마찰을 겪고 합의를 해가던 상황에서 언론에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한 상황이다보니 회사 측에서도 일반적인 소비자로만 보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블랙컨슈머란 의심을 제기한 것이다.
더욱이 “지난해 문제가 됐던 산화취 논란 역시 제품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맥주 회사에서 일어나는 대표적인 여름철 클레임이 확대됐던 것”이라면서 “정상적인 제품이 더 많이 유통됐는데, 지난해 유독 다른 해보다 산화취가 있는 제품이 더 유통돼 논란이 됐던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당시에도 문제가 제기된 제품은 모두 교환 조치를 취했으며 현재도 마찬가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반복된 논란으로 인한 오비맥주의 품질관리와 이미지에 대한 타격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더욱이 소비자와 오비맥주 간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양측의 진실공방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