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 논란 ‘벤틀리·페라리 부부’ 사건 풀스토리
탈세 논란 ‘벤틀리·페라리 부부’ 사건 풀스토리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5-08-24 10:19
  • 승인 2015.08.24 10:19
  • 호수 1112
  • 4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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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직부부, 슈퍼카 두 대에 월세 700 고급빌라 거주…무슨 돈?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벤틀리와 페라리, 이름만 들어도 수억 원의 차 값이 떠오르는 외제차 간 추돌사고가 화제다. 이 사고는 당초 부부싸움으로 벌어진 단순 해프닝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목격자인 택시기사가 공갈 혐의로 입건되면서, 사고 당사자 부부를 둘러싼 의혹이 잇따랐다. 무직인 부부가 슈퍼카라 불리는 페라리와 벤틀리를 소유하고 있고, 700만 원의 월세를 내는 고급빌라에 거주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세무당국은 이들 부부에 대한 탈세 혐의 조사에 착수했다.

▲ 사진=SBS 캡쳐
세무당국 “무직 상태에서 현재 생활 어렵다” 의심
2차 피해자 택시기사는 보험사기 공갈 혐의 적용

세무당국은 이들 부부가 일정한 수입 없이 고가의 수입 자동차를 타는 것을 수상히 여겨 경찰에 자료 협조 요청을 했다.

세무당국은 남편이 경찰 진술을 통해 “중고차 매매상에게서 돈을 빌려 자동차를 산 뒤, 담보 명목으로 명의를 매매상에게 넘겼다”고 밝힌 내용이 탈세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재산세를 적게 내거나 사업에 실패했을 경우 압류 등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자동차 명의를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등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차량 명의자가 부부의 지인인 중고차 매매업자로 돼 있다는 점도 탈세 혐의에 힘을 싣고 있다.

뿐만 아니라 택시기사 역시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임이 드러났다. 사고 직후 이들이 부부 사이임을 안 택시 운전기사가 두 사람이 부부인 점, 고급 외제차를 소유하고 있다는 점을 통해 이들의 재력을 파악하고, 사건 무마를 위한 사례금을 요구한 것이다.

이들 부부는 차량 수리비 500만 원과 개인적인 합의금 2200만 원으로 택시기사와 합의를 봤다.

하지만 이 역시도 경찰 조사를 통해 드러났고, 경찰은 택시기사에겐 공갈 혐의로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벤틀리 운전자인 아내에게는 음주운전과 폭력 혐의를 적용해 형사 입건했다.

경찰은 “택시기사가 이들 부부와 사고 당일 합의한 점과 합의 금액이 2000만 원을 넘는 등을 수상히 여겨 조사에 착수했다”며 “불리한 상황에 놓인 사고 차량 운전자에게 사고 축소 등을 대가로 금품을 강요하는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슈퍼카 부부의 추돌사고가 탈세혐의, 보험사기 사건으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과거 고급 외제차를 이용한 보험사기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해 7월 고급 외제차를 이용해 허위 교통사고를 꾸며 거액의 보험금을 타낸 혐의를 받는 이들을 불구속 입건한 바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운전 중 시가 6000만~7000만 원 상당의 페라리 차량을 들이받았다는 허위 사고를 보험사에 접수하는 수법으로 보험금 4320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았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교통사고가 나지 않았음에도 이전에 차에 있던 흠집 등을 이용해 수리 견적서를 끊어 손해보험사에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보험사가 이를 거절했을 때에는 하루 대여료가 160여만 원에 달하는 벤틀리 차량을 빌려 20여 일간 운행하며 피해 보험사를 압박하기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슈퍼카 추돌사고의 주인공 부부 역시 사고로 인한 수리비인 페라리 3억 원, 벤틀리 3000만 원 등의 금액을 보험처리로 해결하기 위함이었다고 알려진다.

재벌가 자제?

여러 논란을 낳은 이 사건은 지난 6월 13일 새벽 4시쯤 일어났다.

서울 강남경찰서 교통과에 따르면 해당 사고는 벤틀리가 신호 대기하고 있던 페라리를 들이박으면서 그 앞에서 신호 대기하던 개인택시 차량을 연쇄추돌했다. 최초 추돌을 일으킨 벤틀리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15%로 만취 운전으로 추돌사고를 일으켰다.

단순 음주사고로 여겨진 이 사고는 벤틀리와 페라리의 운전자가 부부 사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고, 탈세 의혹으로 이어졌다.

당초 벤틀리 운전자인 아내는 “남편과 만나서 이동하는 중에 앞차가 정지됐고, 이를 제대로 보지 못해 브레이크를 밟지 못해 사고가 났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고 당시 남편의 차량인 페라리가 신호를 기다리며 정차해 있던 상황과, 실수로 부딪친 사고로 여기기엔 차량의 파손 정도가 심한 것을 미심쩍게 여겼다. 페라리는 완파돼 수리가 어려운 폐차 지경까지 이르렀고, 추돌 충격으로 앞에 서 있던 택시까지 들이받았기 때문이다.

경찰조사 결과 이 날의 사고는 고의적인 사고였음이 밝혀졌다. 밤늦게까지 연락이 되지 않은 남편에게 화가 난 아내가 차를 몰고 나간 뒤 남편의 차를 들이받은 것이다.

이들 부부가 사고를 낸 벤틀리와 페라리는 이른바 슈퍼카로 불리는 고가의 외제차다. 이들 사고로 인한 수리비만 3억 원가량 나온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데 이들 부부는 무직이다. 이들을 둘러싼 재벌가 자제설, 탈세 의혹이 시작된 배경이다.

경찰에 따르면 남편은 조사 과정에서 ‘자동차 딜러’라고 진술하다 ‘무직’이라고 말을 바꿨다. 아내 역시 주부로 특정한 수입이 없는 상태다.

이들 부부가 운전한 벤틀리 차량은 최소 4억 원에 이르고, 페라리 차량은 5억 원이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 이들 부부는 강남구 청담동의 월세 700만 원짜리 고급빌라에 거주하고 있다.

직업이 없는 상태, 즉 일정한 수입이 없는 부부의 생활로 보기엔 어려운 살림규모다.

또 재벌가 자제가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긴 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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