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광복 70주년을 맞아 특별사면 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경제 활성화와 경영정상화를 위한 광폭 행보에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당분간 휴식을 취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바쁜 일정을 소화하며 그간의 경영 공백에 대한 부담을 해소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 인적갈등을 비롯해 여러 걸림돌이 산재해 있어 성공적인 복귀를 위한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지난 17일 SK그룹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이날 ‘확대 경영회의’를 개최하고 각 위원회별, 각 관계사별로 대안을 마련하는 등 그룹 차원에서 큰 폭의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이날 열린 확대 경영회의에는 최 회장을 비롯해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정철길 전략위원장(겸 SK이노베이션 사장), 하성민 윤리경영위원장 등 7개 위원회 위원장 및 정동현 SK텔레콤 사장, 조대식 SK(주) 사장 등 17개 주요 관계사 CEO들이 참석했다.
특히 최 회장과 수펙스추구협의회 전 멤버가 참여하는 확대 경영회의는 SK그룹이 따로 또 같이 3.0체제를 출범한 뒤 처음 개최된 것으로 SK그룹의 현안 해결 및 경제 활성화에 대한 절박함이 담겨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그룹의 주력 사업 분야가 모두 어려운 여건이지만, 어려울 때 기업이 앞장서서 투자를 조기에 집행하고 계획보다 디딤돌과 비상프로그램 같은 혁신적인 청년일자리 조기정착과 확대도 주문했다.
그는 또 “경영현장에서 떨어져 있는 동안 기업은 사회 양극화, 경제 활력, 청년실업 등의 사회문제와 별개가 아니라고 다시 한 번 생각하면서 육중한 책임감을 느꼈다”며 “기업인에게는 기업의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 국가경제 기여가 가장 중요한 책무라고 다시 한 번 마음속 깊이 새겼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경영위기 극복과 경제 활성화 관점에서는 현 경영환경의 제약요건에서 과감히 탈피해 선제적으로 투자시기를 앞당기고 투자 규모를 확대하는 등의 방법으로 공격적인 투자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이를 위해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며 “오늘 언급된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투자 외에 에너지화학과 정보통신 분야도 빠른 시일 내에 투자확대 방안을 만들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 회장은 17일 첫 공식 업무를 시작하면서 그의 광폭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는 출소일인 지난 14일부터 휴일인 지난 15, 16일까지 회사에 모습을 드러내며 대규모 투자 등 경영전략 수립과 직면해 있는 대내외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해법 찾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제계에서는 최 회장이 당분간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경영구상에 몰입하지 않겠냐는 예상이 뒤따랐다. 또 최 회장도 의정부교도소 출소 직후 “업무 공백이 있기 때문에 시간을 조금 갖고 상황 파학을 한 뒤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SK그룹을 둘러싼 대내외 경영환경이 녹록치 않은 데다 이번 광복절 특사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한다는 부담감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SK그룹은 최 회장의 부재 이후 신 성장 동력 마련에 주춤하며 매출은 제자리걸음을 보여 왔고 불규칙적인 투자로 인해 신 성장 사업이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제계 관계자들은 “신 성장 동력 사업은 오랜 기간 인큐베이팅을 거쳐야만 성과를 낼 수 있다”며 “단기간에 실적을 만들어 내는 것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 최 회장의 경영공백 이후 핵심 사업을 위한 투자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며 경영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정유, 화학, 통신, 건설 등 대부분 주력 사업들이 경기 불황과 글로벌 시장 환경 변화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최 회장의 경영복귀가 본격화되면서 수펙스추구협의회의 역할 정리도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SK그룹이 최 회장의 경영공백을 대비하기 위해 2012년 12월 ‘따로 또 같이 3.0’ 체제를 강조하며 내세운 집단의 사결정 구조다. 수직적 구조 대신 수평적 구조를 내세우며 총수 개인에 집중됐던 경영 관련 의사 결정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해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최 회장의 경영복귀가 이뤄질 경우 수펙스추구협의회의 역할 조정을 불가피한 상황이다. 외형은 유지하겠지만 연말 인사시즌 때 새로운 조직개편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관측했다.
여기에 올 초 문덕규 전 SK네트웍스 사장의 교체과정에서 항명논란이 빚어지는 등 내부 갈등이 극대화 되면서 이를 추스르는 데도 최 회장이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문 전 사장은 2013년 3월 SK네트웍스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가 3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지난 연말 인사에서 2년 만에 물러났다.
이 과정에서 문 전 사장은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게 임기 중 퇴진해야 하는 사유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했다는 내용의 전자우편을 보냈고 이 전자우편을 SK네티웍스 직원들에게 다시 전송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는 SK그룹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최고경영진 간의 갈등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제계 관계자는 “문덕규 전 사장은 2003년 소버린 사태 이후부터 SK그룹 핵심 경영진 중 하나였다”면서 “그런 인물이 또 다른 핵심 경영진인 김창근 의장과 갈등을 빚었기 때문에 출소한 최태원 회장이 사태를 파악한 뒤 최고경영진에 대한 인적 쇄신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놨다.
결국 최 회장이 특별사면으로 경영일선에 복귀하며 SK그룹 차원에서는 그간의 총수 경영공백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지만 최 회장은 대외적인 악재뿐만 아니라 내부적인 갈등을 봉합해야 하는 선결과제를 떠안게 됐다.
더욱이 그룹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잘못된 충성 경쟁은 최 회장의 시야를 흐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대국민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최 회장의 행보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